제주도

21.01. 이중섭미술관 기획전 '서귀포에 바람'

큰누리 2021. 2. 28. 19:52

 

 

<1/21일, 제주에서 세째날 코스>

길을 잘못 들러 들리게 된 위미 동백나무 군락 - 제주동백수목원 -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 우연히 얻어 걸린 이중섭 문화의 거리와 이중섭미술관 - 이중섭 거주지 - 서귀포 용머리 해안 입구 - 모슬포항과 하모해수욕장

 

이중섭미술관의 또 다른 볼거리는 2층 전시실에 전시 중인 특별전이었다. 서귀포시 공립미술관 공동기획전인 '서귀포에 바람'이며, 부제는 '역사의 바람-제주 바다를 건넌 예술가들'이었다. 2020.11.17-2021.2.20까지 열리고, 참여(초청)작가는 양재열, 김기대, 한윤정, 이유미 4인이었다. 굵직한 선과 단순하고 강렬한 색으로 그린 양재열 작가, 미로의 그림과 알렉산더 콜더의 모빌을 연상시키는 김기대 작가의 입체작품얕은 선반 같은 공간 속에 주변의 생활모습을 아기자기하게 그려 넣은 한윤정 작가밋밋해 보이지만 고요 속에서 무언가를 외치는 것 같은 이유미 작가의 납작한 인체 모두 흥미로웠다.

남의 작품을 이렇게 자세히 본 것은 참 오랜만이다. 다음날 제주도립미술관에서 동호회 전시회도 보았는데 이중섭미술관의 기획전은 작품이 어렵지 않아 좋았다.

 

 

<이중섭미술관 모니터에 뜬 '서귀포에 바람'>

1층에는 이중섭 관련 작품이나 내용들을 전시하는 공간과 기념품점이 있고, 기획전은 2층 전시실에서 열렸다.

 

 

<기획전이 열리는 2층 전시실과 양재열 작가의 작품>

4인의 작가 기획전으로 공간을 넷으로 나누어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세 번째 사진의 '큰 가시연'만 양재열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는데 이 공간의 유화는 모두 양재열 작가의 작품이었다.

 

 

 

 

<양재열, 김기대 작가의 작품>

왼쪽의 유화 2점은 양재열 작가 작품, 오른쪽 통로에서 일부가 보이는 것은 김기대 작가의 작품이다.

 

 

<김기대 작가의 평면작품>

오른쪽을 평면작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폐가 있지만 편의상 그렇게 구분했다. 왜냐면 이 작가 작품에는 모빌처럼 매단 입체 작품이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 작품은 아크릴 같은 합성수지를 색깔 별로 층을 쌓고 열을 가한 후 밀면서 늘이는 방식으로 제작한 것 같다.

 

 

<김기대 작가의 입체작품>

미술을 전공한지 40여년이 지난 내 눈에 이런 작품은 모빌+정크 아트이지만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 멀리서 보면 율동감이 느껴지는 예쁜 모빌이고, 가까이 들여다보면 온갖 잡동사니를 합성해서 만든 정크 아트이다.

 

 

 

 

<한윤정, 이유미 작가의 전시공간>

선반 같은 틀 속에 들어있는 작은 그림들은 한윤정, 바싹 마른 인체 조소 작품은 이유미 작가의 작품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그린 한윤정 작가의 작품들>

10년쯤 전의 모습일 수도 있고, 조금 후미진 골목의 요즘 모습일 수도 있는 주변 풍경들이다. 박스, 혹은 선반 같은 작은 공간에 그림을 그려 넣어서 특별한 느낌이 든다. 제목은 주로 '2020 종이작업1...' 아니면 '2020 액자2...' 하는 식이지만 '흑돼지 연탄구이', '구도심 쌀다방', '쌀집 노부부', '담벼락 위 포도봉봉', '고성리 작업실 옆 식당', '삐삐슈퍼' 등 구체적인 이름도 있다.

연탄불에 고기를 굽고, 한가한 쌀 가게에 앉은 노부부가 바구니를 짜는 모습 등은 나같은 세대에게는 익숙하고 정겹다. 세 번째 그림 '0번 쌀집'은 똑같은 장소에서 그린 그림이 하나 더 있다.

 

 

 

 

 

<작은 그림 7개를 묶음으로 전시>

오른쪽의 '예음사' 그림 아래에 있는 '왕김밥 새국수'라 쓰인 작은 작품을 처음엔 전시장 벽에 붙은 시설물로 착각했다. 이하 '아궁이'라 쓰인 첫번째 그림부터 '수리 평화동 회관'이란 간판이 있는 그림까지는 위의 7개 묶음들을 확대한 것이다.

 

 

<작은 그림 7개 묶음들1>

첫번째는 간판에 쓰인 대로 연탄에 석쇠를 올려놓고 고기를 굽는 집이다. 석쇠에 막 올린 돼지고기와 야채쌈은 물론 3칸으로 된 양념장 그릇까지 표현했다. 두 번째 작품 '삐삐 슈퍼'는 아래에 똑같은 곳을 그린 작품이 있다! 둘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도 재미있다. 

 

 

 

 

<작은 그림 7개 묶음들2>

예음사의 레코드는 좀 팔렸을까? 동완식당의 옥돔구이, 멸치조림, 양파간장절임은 맛있었을까? '0번 쌀집' 노부부는 한윤정 작가 작품 위에서 3번째처럼 여전히 바구니를 짜고 있다. 돋보기를 낀 할아버지는 포즈가 같고, 할머니는 자세는 같지만 하체가 그리다 만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할아버지 머리 위에 선반이 하나 더 놓이고 그 위에 페트병에 든 잡곡 2병도 새로 놓였다! 평화동 회관의 젊은 부부는 학교 앞으로 보이는 가게에서 햄버거를 열심히 만드는 중이다. 학생들의 하교 시간이 다 되어가나?

이런 식으로 한윤정 작가의 그림은 이야기를 누구라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친숙한 그림이다.

 

 

 

 

<2020 삐삐 슈퍼, 한윤정 作>

7개의 묶음에 있는 삐삐 슈퍼는 '종이작업1'이란 이름이 붙었고, 아래 작품은 '삐삐슈퍼'이다. 다른 점은 담배 로고 오른쪽에 CCTV를 설치했고(그동안 좀도둑이 좀 있었던 듯, ㅎ...) 노란 장판을 덮은 벤치 옆에 놓여있던 플라스틱 통 2개와 노란 비닐봉투를 치웠다는 점이다.

같은 장소(모델)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지속해서 그리는 것은 인상파 화가 모네의 방식이지만 누구든지 한윤정 작가처럼 주변의 모습을 모네처럼 그린다면 훌륭한 작품이자 지역의 산 역사 기록이 될 것이다.

 

 

 

<이유미 작가>

이 분의 납작한 인체 작품은 외계인 같아서 기억했는데, 1월 24일 철새 도래지에서 우연히 작업실을 보았다. 철새 도래지 옆에 바닷가에서 솟는 우물인 용천수 있다고 해서 철새도 보고 용천수도 볼겸 들렀다. 철새는 청둥오리 대여섯 마리 밖에 못보고 대신 이분 작업실(외관)을 보았다. 마당에 테라코타 작품이 있어서 바깥 분의 양해를 얻고 사진 촬영을 한 후 바로 나왔다.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길목 바닷가에 특이한 차가 한 대 있어서 눈여겨 보는데 남편 분의 영업용 차라고 했다. 역시 제주도는 좁구나! 한 다리만 건너면 친구이고, 이웃이고, 가족이니 나같은 서울 사람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관계'이다.

동생이 퇴직 후에 자기처럼 제주도로 내려오면 어떻겠느냐는 권유에 '내가 살기엔 좁은 곳'이라고 했다. '좁은 곳'의 의미는 땅 크기가 아닌 지역사회의 끈끈한, 혹은 벗어날 수 없는 인연 같은 것이다. 나처럼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사람에게 선택할 수 없는 관계에 얽히는 것은 너무 부담스럽다!

 

 

<이유미 작가의 작품들>

작품 이름, 제작 연도를 파악한 것은 두 번째 사진-2013作 '同異', 세 번째 사진-2019作 '그들의 서사-불후(不朽)', 네 번째 사진-2019 '고이 간직하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