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오스트리아·체코

헝·오·체 여행8. 그라츠 슐로스베르크 언덕과 시계탑

큰누리 2023. 12. 31. 00:44

그라츠 중세무기박물관은 1551년부터 무기 30,000개 이상의 항목이 전시된 최고의 박물관이었지만 영어 가이드를 사전 예약하지 않아서 볼 수 없다고 해서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을 보고 싶으면 반드시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대신 내가 가고 싶었던 그라츠의 상징인 슐로스베르크 언덕의 시계탑에 가기로 했다. 그라츠의 상징인 시계탑만 알았지 시계탑이 있는 슐로스베르크 언덕의 의미는 전혀 몰랐다. 슐로스베르크 언덕은 중세에는 단순한 언덕이 아닌 시를 지키는 망루 같은 곳이었다. 지금은 존재가 희미한 포대 터만 남아있었다.

 

1시간 남짓한 시간도 그렇고 얼핏 보기에 아찔한 종탑 아래로 이어진 지그재그식 계단보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나을 것 같아 왕복 2.2유로인가를 주고 탑승했다. 내려오면서 보니 바로 옆에 회오리 감자튀김과 똑같은 구조인 수직 나선형(미끄럼틀 모양)으로 된 하강 통로도 있었는데 너무 가팔라서 그곳으로 내려오면 입고 있던 옷은 마찰로 인해 너덜거리고 속도, 회전으로 인해 기절할 것 같았다

 

 

<슐로스베르크 언덕(시계탑)으로 오르는 통로들>

분수 뒤에 슐로스베르크 언덕(시계탑)으로 오르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있다. 당시에는 계단도 워낙 가파르고 시간도 모자랄 것 같아 계단으로 오르는 것을 포기했는데 사진 정리를 하면서 보니 언덕 위 정상에 미끄러질 위험성 때문에 겨울에는 계단을 폐쇄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있었다.

 

 

<슐로스베르크 언덕(시계탑)으로 오르는 통로와 DOM IM BERG>

가파른 각도의 지그재그 계단이 아름답기조차 하다. 내가 사진정리를 하면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이 엘리베이터 승강장 옆을 따라 이어진 통로들이었다. 통로에 화려한 안내용 불빛이 있었지만 내부는 폐쇄된 상태였고,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개였고, 올라가는 형태가 아닌 수평에 가까운 에스컬레이터 같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사진에서처럼 입구에 쓰여진 'DOM IM BERG'란 안내문을 추적(!)해서 겨우 알아냈다. 

 

'DOM IM BERG'는 구글 번역기로 돌리면 '산 속의 대성당'으로 뜨는데 '슐로스베르크 언덕 지하에 있는 공연장'이라고 한다. 이 정도 외에는 정보를 찾지 못해서 더 이상은 모르겠으나 엘리베이터 옆에 있었던 통로를 따라가면 언덕 지하 어딘가에 공연장이 있는 듯하다.  

 

 

<슐로스베르크 언덕(시계탑) 엘리베이터 승강장>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본 모습인데 포스트 잇을 붙인 것 같은 천장 장식이 독특하다. 엘리베이터 요금은 왕복 2.2유로라고 기록이 남아있는데 잔돈이 없어서 동행한 일행에게 부탁하여 자동판매기에서 구입한 후 나중에 갚았다. 윗 사진 정면의 파란색이 엘리베이터 승강장이고, 그 옆에 회오리 감자튀김처럼 생긴 수직 나선형(미끄럼틀 모양)으로 된 하강 통로(루체 슬라이드)가 있다.

 

 

 

<슐로스베르크 언덕(시계탑) 엘리베이터 >

 

 

<슐로스베르크 언덕(시계탑) 리프트 승강장과 dom im berg 입구>

엘리베이터에서 본 2개의 통로인데 정확한 용도는 모르겠다. 입구와 정상의 안내문 등으로 미루어 이 둘은 리프트(케이블카)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통로이거나 dom im berg로 통하는 입구인 듯하다.

 

 

 

<슐로스베르크 언덕의 루체 슬라이드>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회오리 감자튀김과 똑같은 구조인 수직 나선형(미끄럼틀 모양) 루체 슬라이드있었다. 정상에서 가장 빠른 시간에 내려올 수 있는 하강 전용 통로인데 너무 가팔라서 그곳으로 내려오면 입고 있던 옷은 마찰로 인해 너덜거리고 속도, 회전으로 인해 기절할 것 같다. 2022년 말 동해시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에 갔을 때 전망대 위에 있었던 자이언트 슬라이드가 생각났다. 아래 사진은 1층에 있는 루체 슬라이드 도착지(출구)인데 당시에 이용자는 없는 듯했다. 

 

 

<엘리비에터에서 내려서 본 그라츠 시계탑>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보이는 시계탑과 다른 조형물(!)이다. 이곳에서는 나무에 가려 시내 제대로 된 시내 전망이 어렵기 때문에 시계탑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슐로스베르크 언덕과 그라츠 시계탑>

 

 

<슐로스베르크 언덕 그라츠 시계탑 앞의 인물상>

혹시 역사적으로 유명인사가 아닐까 싶어 받침대에 있는 내용을 찾아보니 정보는 없고, '두려움이 없고 충실함'이란 단어의 뜻만 알아냈다. 연도로 보아 사람은 아닌 것 같고 어떤 상징적 내용의 인물상인 듯하다. 

FURCHTLOS und TREU

INF.RGT.27

1682~1918

 

 

<슐로스베르크 언덕 그라츠 시계탑 안내문과 모형> 

 

 

<슐로스베르크 언덕 그라츠 시계탑>

시계탑은 그라츠의 랜드마크로 그라츠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의 하나이다. 성벽의 가장 높은 지점에 있는 탑에 대해서는 1265년에 이미 언급되고 있다. 1560년에 탑 위에 목조 갤러리가 설치되고, 1712년에는 시계가 설치되었다. 지붕에는 3개의 종이 있는데 남서쪽에는 가난한 죄인의 종’(1450)큰 시간의 종(1382), 남동쪽에는 1645년에 주조된 종이 있다시계탑 아래 벽 모서리 2곳에는 문장처럼 보이는 왕관과 사자상, 공작새로 보이는 새가 석판에 부조로 새겨져 있다.

 

안내문에 시계가 설치되기 300년 전에 이 탑이 언급된 것으로 미루어 탑의 원래 용도는 적의 침략을 감시하는 탑이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탑 바로 아래에 포대 터가 그것을 증명한다. 시계탑 시계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시계와 반대로 큰 바늘이 시침이고작은 바늘이 분침인 점이다. 따라서 맨 위 시계의 시각은 09:07이 아니라 13:45이다.

 

 

<슐로스베르크 언덕(시계탑)에서 조망한 그라츠 왼쪽 시가지>

슐로스베르크 언덕에서는 그라츠 시내를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이 방향은 포대 터헝가리 왕 마티아스 코르비누스의 용병들에게 납치될 뻔한 프리드리히 3세의 딸을 지킨 용감한 개 석상이 있다.

 

 

<슐로스베르크 언덕의 용감한 개 석상과 포대 터 안내문>

우리에게는 시계탑으로만 보이는 건물은 원래 성벽 정상에 있던 망루, 혹은 감시탑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바로 동쪽 아래에 대포를 설치했던 포대 터가 있고, 모서리에는 헝가리 왕 마티아스 코르비누스의 용병들에게 납치될 뻔한 프리드리히 3세의 딸을 지켰다는 용감한 감시견 석상과 기념비가 있었다포대 터1995년에 발굴되었는데 원래 1809년에 폭파하려 했으나 바로 위에 있는 시계탑이 무너질 위험이 있어 취소했다고 한다.

 

 

 

<슐로스베르크 언덕(시계탑 아래)의 전망대>

 

 

<포대 터로 추정되는 곳>

이 위치와 관련된 별도의 안내문을 보지 못해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모양이나 '시계탑이 무너질까봐 폭파하지 못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돌담 아래의 초원 같은 부분이 포대 터'가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포대 터 1995년에 발굴되었는데 원래 1809년에 폭파하려 했으나 바로 위에 있는 시계탑이 무너질 위험이 있어 취소했다는 안내문은 이 위치의 왼쪽에 있는 용감한 개 석상 안내문에 있는 내용이다.

 

 

<슐로스베르크 언덕에서 조망한 그라츠 시내>

시청과 앞의 중앙광장, 쿤스트하우스 박물관 등이 보이는 방향이다. 슐로스베르크 언덕은 기대했던 것보다 전망이 좋아 동행인들은 대만족이었다. 시계탑 아래, 혹은 주변에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잘 보존된 아름다운 구시가지를 전망하면 좋다. 건물들이 높지 않고 시가지가 작아 건물 하나하나를 확인하며 찾아보는 재미가 있고, 인공섬(무어인젤, Murinsel)과 공룡 등딱지 같은 지붕의 쿤스트하우스 박물관 같은 특징적인 현대 건물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슐로스베르크 언덕의 담 위에서 한 컷>

 

 

<슐로스베르크 언덕으로 오르는 보도 폐쇄 안내문>

안전상의 이유로 보도를 폐쇄하니 터널을 통과하는 보도를 이용하거나 엘리베이터, 케이블 카를 이용하라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