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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오·체 여행15. 체스키크룸로프 성과 Two Maries 카페

큰누리 2024. 1. 16. 02:09

<체스키부데요비치의 Vita Host 호텔에서 체스키크룸로프로 출발>

8:00시 체스키부데요비치의 Vita Host에서 체스키크룸로프로 출발했다. 체스키크룸로프는 체스키(보헤미안) 지역의 굽이진 강가란 뜻으로 불타바강 지류에 위치한 아름답고 조용한 소도시이다. 블타바강은 강물 색이 검지만 일급수라고 한다. 4일째인 오늘 일정은 체스키부데요비치에서 체스키크룸로프에 들러 성과 도시를 둘러보고, 맥주로 유명한 플젠에 들렀다가 프라하로 가서 야경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체스키크룸로프 성≫

체스키크룸로프는 원래 산적이 많은 곳이었는데 13세기에 비테크 가문이 평정하고 이곳에 고딕양식으로 체스키크룸로프 성을 세웠다. 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축되었고 주인도 몇 차례 바뀌었다. 성은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5개의 구역으로 나뉘고, 1정원에는 소금 창고와 곡물 창고, 마굿간 등이 있고, 2정원에는 체스키크룸로프의 랜드 마크인 유명한 흐라데크 성탑과 분수가 있다. 3정원과 4정원은 성에서 가장 큰 상부 성으로 바깥 쪽의 3정원은 남성인 영주의 거주 공간, 안쪽의 4정원은 여성들의 거주 공간이다. 5정원은 성의 정원으로 성채 바깥인 망토다리 건너편에 있으며 바로크 양식의 궁전극장, 승마학교, 궁전정원 등이 있다. 

 

상부 성으로 번역된 영주와 부인들이 거주했던 본성(3, 4정원)은 무려 360개의 방이 있지만 같은 방이 하나도 없고, 엄청난 시설과 규모를 자랑하는 무도회장, 유럽 최대이자 최고의 시설을 갖춘 바로크식 극장도 있는데 성이 워낙 크고 진귀한 것들이 많아 입장권을 구매한 후 반드시 안내인이 동행해야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내용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EBS에 관련 동영상이 있었다.

 

우리는 주차장에서 걸어서 체스키크룸로프 성 5정원으로 진입한 후 4, 3, 2, 1정원 순서로 성안 쪽으로 차례로 돌았다. 진짜 정원인 5정원은 겨울이라 볼 게 없지만 5정원 앞에서 조망한 체스키크룸로프 시가지는 왜 관광객들에게 이 도시가 인기 있는지 증명하는 곳이었다. 성 아래로 블타바강이 시내를 둥그렇게 돌아 흐르는 풍경은 한폭의 그림 같았다. 초록으로 물든 계절이 아니라 흰 눈이 덮인 단조로운 풍경임에도 현실이 아닌 것처럼 아름다웠다.

 

체스키크룸로프 성에 들어가려면 망토다리를 통과해야 하는데 망토다리는 체스키크룸로프의 동쪽(성)과 서쪽(정원)을 연결하고, 성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망토다리란 이름도 성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체스키부데요비치 Vita Host의 아침식사와 주변풍경>

두 번째 사진은 도로가 좁아 어젯밤에 호텔 밖 500m 정도 밖에서부터 캐리어를 끌고 걸어 들어간 길이다. 체코는 한국보다 일반적으로 겨울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온다고 하는데 당시엔 한국 겨울 날씨와 비슷했고,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체스키부데요비치에서 체스키크룸로프로 가는 길의 풍경들>

도로 양쪽은 온통 흰색 벌판과 드문드문 마을이 있는 평지이다.

 

 

<체스키크룸로프 성으로 올라가는 길>

체스키크룸로프 성은 서쪽 끝에 있는 사진의 다리나 망토다리 아래에서 올라가거나 라트란 거리가 있는 붉은 문(레드 게이트)에 출입구가 있다. 우리는 이곳으로 입장하여 성 끝의 정원(5정원) 조망지에서 시가지를 조망한 후 4, 3, 2, 1정원을 훑으며 내려와 라트란 거리와 연결된 붉은 문으로 나왔다. 

 

 

≪체스키크룸로프 성 망토다리에 대한 쓰라린 추억≫

망토다리는 내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겼는데 이 다리를 건너다 미끄러져 가슴쪽 갈비뼈를 다쳤기 때문이다. 울퉁불퉁하고 중앙이 솟아올라와 미끄러울 것을 예상하고 조심했지만 트래킹화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손을 짚어 얼굴 다치는 것은 피했지만 대신 가슴이 바닥에 세게 부딪치며 넘어졌다.

 

당시에 찌릿한 통증 때문에 혹시 골절이 아닌가 의심되었지만 숨을 깊게 들이쉴 때를 제외하고는 견딜 만하고 여행 중반이라 그냥 따라다녔는데 귀국할 때 증세가 심상치 않아 혹시나 해서 공항에서 병원으로 직행했더니 골절이었다. 어쨌거나 그날 밤에 일행들이 준 근육 이완제를 먹고 가이드가 준 핫팩을 붙이니 견딜 만했지만 자세를 바꾸거나 웃기만 해도 아팠다. 하지만 당시에 넘어진 직후에 바로 일어나 일행들과 똑같이 움직였다.

 

 

<체스키크룸로프 성의 통로와 다리>

왼쪽은 별도의 이름이 없는 우리가 입장한 5정원 끝에 있던 통로이고, 오른쪽은 성채 바깥에 있는 정원과 마굿간, 극장, 승마학교를 이어주면서 외부로부터 쳐들어오는 적을 방어할 목적으로 세운 망토다리이다. 

 

 

<체스키크룸로프 성과 시가지 안내도>

윗 사진은 체스키크룸로프 시 전체 안내도이고, 아래는 체스키크룸로프 성 안내도이다. 번역기와 유튜브 등을 통해 확인했는데 '블타바강'이 '블타강'으로 오타가 났다. 귀찮아서 패스...

 

 

 

<체스키크룸로프 성 5정원 전망대에서 본 성과 시가지>

이 위치에서는 체스키크룸로프 성의 랜드마크인 흐라덱 성탑과 성채 바로 밖에 있는 요시프교회(사진 중앙 오른쪽의 초록 첨탑 건물), 이발사의 다리(요시프교회 아래의 검정색 작은 다리)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 왼쪽의 하늘색 건물은 요즘 매표 및 안내소, 기념품 센터로 사용된다고 한다. 최근에 하늘색 칠을 한 듯한데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 세 번째 사진 중앙의 예쁜 성당은 성 비투스 성당이다.

 

 

<체스키크룸로프 성의 궁전극장과 망토다리 입구>

마굿간 앞의 5정원쪽에서 시가지를 구경한 후 앞으로 나가면 아래의 사진처럼 바로크식 궁전극장(왼쪽 사진)이 있고, 더 나가면 오른쪽 사진의 망토다리가 있다. 망토다리를 건너야 비로소 성 본채(상부성)로 진입한다. 오른쪽의 아치형 구멍(!)을 통해 시가지를 조망하거나 사진을 촬영하면 재미있다.

 

 

<궁전극장 앞에서 본 체스키크룸로프 성과 불타바강>

첫번째 줄 왼쪽부터 망토다리, 상부성(성 본채, 4~3정원), 안내소, 성탑(흐라덱 탑)이다. 성 아래에서 시가지를 둥그렇게 감싸고 흐르는 까만 강은 불타바강인데 여름에는 이곳에서 보트를 탈 수 있다고 한다. 시가지 중앙쯤의 가장 높이 솟은 첨탑 건물은 성 비투스 성당이다. 원형으로 시가지를 감싸고 흐르는 강과 그 안에 폭 안긴 시가지가 환상적이다!

 

 

<궁전극장 앞에서 본 체스키크룸로프 성과 불타바강 동영상>

 

 

<망토다리 입구 통로에서 아치형 구멍으로 본 체스키크룸로프 시가지>

원경의 성당은 성 비투스 성당, 왼쪽 위의 노란색 4층 건물은 이곳과 반대로 밖에서 이곳을 관망하는 최고 위치인 세미나르니(신학교) 정원이다. 도시가 작아서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면 어지간한 건물은 대충 파악된다.

 

 

<체스키크룸로프 성 망토다리>

망토다리를 넘어가면 성 본채가 있다. 다리가 울퉁불퉁한 자갈 바닥이고 다리 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온데다 당시에 날이 추워 바닥에 살얼음이 얼어 그만 이곳에서 미끄러졌고, 갈비뼈에 금이 간 것도 모른 채 여행했다. ㅠㅠ. 

 

 

≪체스키크룸로프 성과 스그라피토(sgraffito),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

체스키크룸로프 성은 안에서 밖을 조망한 모습, 밖에서 본 성탑과 성의 모습 모두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성채 곳곳과 랜드 마크인 성탑(흐라덱 탑)에 그려진 스그라피토(sgraffito) 기법키아로스쿠(chiaroscuro) 기법으로도 유명하다. 스그라피토(sgraffito) 기법은 벽에 먼저 색을 칠한 후 긁어서 모양을 만드는(일종의 스크래치) 기법이고,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기법은 색의 명암을 이용하여 벽에 그려진 그림이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그리는 기법이다. 두 기법은 대체로 섞여서 사용된 경우가 많았고 나중엔 나도 헷갈렸다.

 

스그라피토(sgraffito) 기법은 벽돌 성벽의 예를 들면 진짜 벽돌로 쌓은 성벽이 아니라 평평한 벽에 벽돌처럼 입체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스그라피토 기법에 대해 알지 못하면 성이나 건물 벽의 건축방식에 대해 전혀 다른 기법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 이 기법은 체스키크룸로프 성은 물론 성 밖의 다른 건물에서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으며, 심지어 프라하의 건물에서도 볼 수 있었다. 성채뿐 아니라 성을 대표하는 화려한 성탑(흐라덱)과 그 아래의 건축 벽도 모두 스그라피토 기법과 키아로스쿠로 기법으로 그린 그림이다.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은 체스키크룸로프 성의 영주와 부인들이 거주했던 3, 4 정원 성채의 문이나 창문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빈 벽에 창문이나 문이 있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렇게 한 이유는 건물의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한 당시 건축의 사조 때문이었다. 창문의 경우 실물인지 키아로스쿠로 기법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유리창에 난반사가 있으면 실제 창문이고, 없으면 그림이다

 

 

<3, 4정원의 스그라피토(sgraffito),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으로 그린 벽>

이 모든 벽돌들이 벽돌이 아니라 그림이고, 창문이나 문도 일부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으로 그린 그림이다. 

 

 

<체스키크룸로프 성 4정원(영주 부인들 거처)의 벽>

이쯤 되면 어느 게 진짜이고 어느 게 가짜(!)인지 헷갈린다. 키아로스쿠로 기법으로 벽돌과 액자 틀을 그리고 액자 틀 안에 프레스코화로 인물을 그려넣었다. 촘촘한 벽돌 그림 때문에 이곳이 가장 두드러지지만 체스키크룸로프 성 곳곳에서 스그라피토(sgraffito) 기법과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으로 그린 벽들을 만날 수 있다.

 

 

<체스키크룸로프 성의 3정원~2정원 사이 통로>

이곳은 특별한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천장에 프레스코화 몇 점만 있다.

 

 

<체스키크룸로프 성의 2정원>

영주와 부인들의 거주지인 성 본채(3, 4정원)를 나와서 되돌아 본 모습이다. 이 건물 중앙과 오른쪽의 벽돌처럼 보이는 흰색, 회색 삼각형(!) 벽면과 회색 벽돌은 스그라피토 기법과 키아로스쿠로 기법으로 그린 그림이다. 

 

 

<체스키크룸로프 성의 2정원> 

왼쪽 건물은 캐슬 라피디움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용도를 모르겠고(전시장?), 오른쪽의 현대적인 칠을 한 건물은 매표소(안내소), 기념품센터이다. 마당의 작은 건물(!)은 분수, 뒤쪽의 성탑은 이 성의 랜드마크인 흐라덱 탑이다. 성탑은 원래 스그라피토 기법과 키아로스쿠로 기법으로 그린 장식 때문에 상당히 화려한데 눈이 오고 날이 우중충해서 화려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체스키크룸로프 성 2정원의 캐슬 라피디움>

전시장으로 사용되지 않을까?

 

 

<체스키크룸로프 성의 성문과 곰 사육장>

이 성문 밖은 1정원으로 영주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마굿간, 소금창고, 대장간 등이 있다. 이 문 아래에 곰 그림이 있어서 궁금했는데 과거에 성문 아래에 곰 사육장을 만들어놓고 영주들이 사람을 죽일 때 곰의 먹이(!)로 던졌다고 한다(그런데 곰이 사람을 먹나?). 지금도 곰이 있는데 우리가 들렀을 때에 곰은 없었다.

 

 

<체스키크룸로프 성 성문에서 본 성탑(흐라덱 탑)>

탑과 아래의 벽, 건물을 모두 화려한 스그라피토, 키아로스쿠로 기법으로 장식했다.

 

 

<체스키크룸로프 성 1정원의 마굿간, 소금창고>

2정원 영역인 성탑(흐라덱 탑) 아래에 이곳 1정원이 있다.

 

 

<체스키크룸로프 성 출구인 레드 게이트>

이 문을 나서면 성 아랫마을인 라트란 거리이다. 라트란 거리는 당시에 영주들을 모시던 하인들이 살았던 곳인데 지금은 중세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바로 앞에 요시프 성당과 이발사의 다리가 있고, 이발사의 다리를 건너면 성에서 조망한 블타바 강 안의 섬 같은 시가지가 있다. 

 

 

<점심을 먹은 체스키크룸로프의 식당 Tavern of the Two Maries(2 마리에 카페)>

꽁꽁 닫힌 문, 뾰족하고 좁은 건물 등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이 아닐까 한다. 벽에 그린 그림이나 직접 쓴 글씨, 오크통, 여닫이식 나무 창문, 닳아서 가운데가 오목하게 파인 좁은 계단 등이 모두 특별했는데 체스키크룸로프의 전통주택들은 이런 식으로 모두 특별했다.

 

이곳에서 어제 모차르트 외가 마을(장크트 길겐)에서 먹은 갈은 콩을 끓여 만든 스프와 보헤미안 피스트로 점심을 먹었다. 보헤미안 피스트는 여러 가지 고기를 갈은 후 섞어 부침개처럼 만든 음식인데 상당히 맛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Tavern of the Two Maries(2 마리에 카페)의 보헤미안 피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