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구좌읍 세화리, 평대리의 식당들

큰누리 2024. 5. 7. 18:04

올해(2024년) 들어 제주도에 2번 다녀왔다. 1월말부터 2월초까지 10일 남짓 있었고, 3월 21일~23일까지 어머니 장례식 후 형제 자매가 함께 휴식차(!) 잠깐 다녀왔다. 여행할 때 구좌읍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동생이 친환경 농업, 주로 당근 농사를 짓고 다른 작물도 함께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퇴직을 하고 집에서 쉬는 내게 동생은 자주 오라고 하지만 일이 바쁜 동생에게 민폐가 될 것 같아 자제하는 편이다. 겨울의 경우 농한기이지만 아직은 친환경 농사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동생은 농삿일 수준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항상 바쁠 수밖에 없다.

같이 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내가 허리, 목 모두 디스크 수술을 한데다 관절염 등 몸을 쓰면 무리가 따르는 지병(!)이 있어서 농삿일을 돕는 것은 불가능하고 기껏해야 청소나 설겆이 같은 집안 일 정도만 한다. 지난 1월에는 바쁜 주인을 둔 탓에 집에만 갇혀있는 개 2마리가 안쓰러워 거의 매일 산책을 시켰는데 개나 주인 모두 무척 좋아했다. 한 마리가 보더콜리 믹스라 덩치가 커서 산책을 시킬 때마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시간을 피해야 하고, 덩치에 밀려 몇 번 위험한 상황이 되기도 했지만 그렇게라도 도움을 주고 나도  바람을 쐴 수 있어 좋았다.  

 

동생이 가끔 시간이 나면 함께 괜찮은 곳을 둘러보는데 잘 알려진 관광지도 있고, 현지인만 알 법한 곳도 있다. 어디를 가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일단 움직이면 다 좋다. 예전에는 계획을 세워 돌아다녔지만 동생의 상황 때문에 이젠 계획 같은 것은 접었다. 그냥 동생 집에 들리러 가는 마음으로 동생 상황에 맞춰 며칠씩 지내다 오는 식이다.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제주도에 들리다보니 동생집 주변의 식당에 종종 간다. 동생이 아는 이유 때문에, 아니면 특별한 것이 먹고 싶어서, 심지어 집에서 밥 해먹는 것이 귀찮아서 가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올해 1월과 3월에 들린 식당들이고, 나와 특별한 인연이나 친분은 전혀 없다.

 

<제주도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세화리 안내도>

동생 집과 가까워 세화리나 평대리의 식당에 가장 많이 들린다. 3월에 형제자매가 모두 함께 했을 때에는 세화리와 평대리 경계선에 있는 마음펜션에서 묵으며 낚시도 하고 성산일출봉, 가시리, 함덕 서우봉 등을 둘러보았다.

 

<1월 30일의 세화리의 이여도산아 횟집>

이곳은 갈 때마다 들리는 집이다. 구문쟁이회, 방어나 민어회들을 비롯해 지리를 먹으러 들리기도 했다. 주인(모녀가 함께 운영)이 소탈하고 친절하셔서 부담이 없다. 이집의 밑반찬이 특히 맛있는데 계절에 따라 바뀌긴 하지만 겨울, 봄 반찬은 주로 김치 외에 마늘쫑, 고추장멸치볶음, 브로콜리볶음, 톳무침인데 모두 맛있다. 아래 사진은 1월 30일에 들렀을 때 먹은 방어회와 방어지리이다.

 

<3월 21일의 세화리의 이여도산아 횟집의 방어지리>

형제자매들과 함께 갔을 때 묵은 펜션이 주변에 있고, 세화항에서 낚시를 해서 이곳에 2번 들렀다. 아침에 들러서 먹었는데 방어지리인 것 같다. 미나리, 콩나물, 무우가 들어간 지리는 시원했고, 석박지 비슷한 무우김치가 특히 맛있었다.

 

<3월 22일의 세화리의 이여도산아 횟집의 민어회>

민어회는 싱싱하고 맛있었지만 꼬들거려야 할 민어 껍데기는 동생이 잘못 데쳐서 미끌거렸다. 

 

<세화항에서 낚시한 정어리와 고등어>

아침에 세화항으로 낚시를 나간 동생이 정어리와 고등어를 낚아서 이여도 산아 횟집에 튀겨 달라고 부탁을 하고 우리를 불렀다. 오른쪽 사진은 왼쪽의 정어리와 고등어 튀김인데 비리지 않고 맛있었다. 

 

<평대리 비자림 입구의 제주 삼다장>

이곳은 동생네가 게장이 먹고 싶다고 해서 처음 들린 곳이다. 우리는 '제주 삼다장' 메뉴를 먹었는데 갈치조림과 간장게장이 주메뉴이고 1인당 25,000원이었다. 문어미역국, 전복죽, 딱새우장, 전복장, 뿔소라, 게장무침이 곁들여 나오고 흑돼지뚝배기도 나와 두루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세화리의 일식집 쉼(The Comma)>

개인적으로 분위기를 내고 싶거나 두루 음식을 먹고 싶을 때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50대 후반쯤 되어보이는 남자 사장님이 혼자 운영하시는데 음식이 모두 맛있는데다 사장님의 좋은 인상만큼이나 인품도 좋고 친절하시다. 메뉴가 상당히 다양한데 혼자 직접 요리를 하시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긴 것이 흠이다.

집에서는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 피자를 거의 안 먹는데 이곳에서는 피자를 꼭 먹는다. 페스트리 형식으로 피자 도우를 구워서 바삭바삭하고 치즈와 아몬드 조각을 듬뿍 뿌려 고소하고 맛있다. 어묵탕도 상당히 맛있다. 사진의 음식들은 피자, 돼지고기숙주볶음, 어묵탕이다. 

 

<세화리의 일식집 쉼(The Comma)의 성산포소주>

성산포소주는 병 표면의 디자인 때문에 눈여겨 보게 되었는데 이 식당 입구 벽 한 면을 몽땅 이 소줏병으로 채워놓아서 더 눈에 띄었다. 알콜 도수는 25도였고, 같은 방식의 디자인, 같은 알콜 도수인 소주가 강릉, 당진, 가평 등에도 있었다. '우리소주조합' 형태로 출시되는 로컬 소주들인 듯하다.

 

<세화리 일식집 쉼(The Comma) 입구 벽면의 술병과 캔>

윗단은 일식집 쉼(The Comma) 입구 벽면에 있던 술병과 캔이다. 2월초에 들렀을 때에는 왼쪽처럼 성산포소줏병들이 있었는데 3월 22일에 들렀을 때에는 오른쪽의 일본 느낌이 나는 맥주캔들이 있었다. 아랫 단은 실내에 있는 일본 청주와 한국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