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지인이 국립대관령휴양림 부근에서 재취업했다고 해서 친했던 다른 지인들과 마음 먹고 날을 잡아 강릉에 들렀다. 이날 강릉에서 소나무누리유아숲체험원, 강릉 김씨 시조 김주원 명주군 왕릉, 굴산사지 당간지주를 둘러보고, 테라로사 커피숍에 들렀다가 점심, 저녁까지 먹고 서울로 돌아왔다. 강릉은 가끔 들리긴 했지만 그동안 잘 알려진 곳만 관광 차원으로 들렀는데 이번은 3곳 모두 처음인데다 고즈넉했다. 특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깊은 소나무숲에서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며 함께한 숲 나들이가 좋았다.
강릉 소나무누리유아숲체험원 주변의 산을 2시간 정도 돌아보면서 본 소나무숲들과 다양한 야생화는 산책하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아마 지인이 없었다면 그런 외진(!) 곳은 평생 절대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내게는 최근들어 야생화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지인은 이 근처에 근무하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으로 숲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왜 칡잎의 크기가 서로 다른지, 숲에 씨앗을 내리고 자생한 소나무와 나이든 소나무의 나이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등등... 동행한 지인들도 나 못지 않게 숲의 나무와 야생화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즐거워했다. 다른 계절에도 들릴 수 있으면 좋겠다.
<강릉 소나무누리유아숲체험원>
강릉 소나무누리유아숲체험원은 주로 아동들이 숲체험을 하기 위해 들리는 곳이고, 인기가 많아 예약하려면 1년 이상 대기해야 된다고 한다. 숲 체험은 그곳의 숲해설사님들이 도와주신다고...
<소나무누리유아숲체험원 주변의 숲길>
---강릉 소나무누리유아숲체험원 주변의 나무들---
나무 중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소나무이지만 칡, 독활나무, 싸리나무, 산초나무, 누리장나무, 물푸레나무, 층층나무 등이 많이 보였고, 그 외에도 고로쇠나무, 개암나무, 국수나무, 닥나무 등이 보였다.
<소나무누리유아숲체험원 주변의 산초나무>
잎과 열매에 특유의 향과 매운 맛이 있어서 향신료로 쓰인다. 사진의 초록열매가 익으면 벌어지면서 그 안에서 까만 열매가 나온다.
<참싸리숲과 참싸리>
<독활나무와 누리장나무 열매>
독활나무는 얼핏 보면 두릅나무와 헷갈린다. 누리장나무는 흰꽃도 예쁘지만 빨간 포에 담긴 파란 열매도 아름답다.
<뚱뚱한 단풍잎 고로쇠나무와 한지 재료 닥나무>
숲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지인은 고로쇠를 뚱뚱한 단풍잎으로 이해하면 구분이 쉽다고 했는데 딱 맞는 말이다! 닥나무 줄기는 한지 재료이지만 우리는 어렸을 때 껍질을 벗겨 나무에 털이개처럼 묶어 팽이채로 쓴 기억이 훨씬 더 강하다.
<소나무누리유아숲체험원 뒷편을 지나는 영동고속도로>
<소나무누리유아숲체험원 뒷편의 물봉선과 달맞이꽃>
---소나무누리유아숲체험원 뒷편 영동고속도로 주변의 야생화들---
<참당귀꽃과 참취꽃>
<기름나물>
같은 기름나물인데 꽃 모양이나 잎이 달라서 헷갈렸다. 이런 하얀 꽃을 피우는 산형 야생화는 항상 구분이 너무 어렵다!
<개모시풀과 이삭여뀌>
흰색 산형 꽃을 피우는 야생화처럼 쐐기풀과의 식물인 개모시풀도 모시풀이랑 헷갈린다. 빨간 꽃의 이삭여뀌는 작년에 성북동 길상사 뒷숲에서 발견하고 올들어 처음이다. 둘다 인간에게 달갑지 않은 잡초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예쁘다!
<산박하와 등골나물>
<각시취와 들깨풀>
개미취나 벌개미취와 달리 각시취는 깊은 산에서만 볼 수 있는 듯하다. 오래 전에 백도산 입구의 이도백하와 선자령 등에서 몇 번 본 이후 야생의 각시취는 오랜만에 보았다.
<꽃이 진 물레나물과 달개비(닭의장풀)>
물레나물 꽃은 5개의 노란 꽃잎이 무자위 바퀴처럼 약간 엇갈려 핀다. 사진 속의 모습은 씨앗인 듯하다. 닭의장풀(달개비)에는 마침 내린 비로 물방울이 송알송알 맺혀있다. 이날 지인은 싸릿대에 매달린 물방울을 보고 초등학교 때 배운 '송알송알 싸릿잎에 은구슬, 대롱대롱 거미줄에 옥구슬...'이란 동요 가사가 정말 맞는 말이라고 해서 우리 모두 수십 년 만에 추억에 잠겨 그 동요를 불렀다.
<비수리(야관문)와 뚝갈>
<마타리와 마타리에 앉은 베짱이>
<강릉 대관령의 소나무숲>
이 부근부터 멋지고 규모가 큰 소나무숲이 나타났다. 붉은 줄기와 비에 젖어 검은색을 띄는 줄기 아래 부분이 인상적이다.
<강릉 대관령의 소나무숲의 성년(!) 소나무와 3~4년령의 어린 소나무들>
위로 쭉쭉 뻗은 붉은 소나무 아래의 작은 소나무들은 스스로 발아한 3~4년이 된 어린 소나무들이다. 아래는 1년생 소나무.
<강릉 대관령 소나무숲의 잘 생긴 소나무들>
우리는 다음 일정을 위해 이곳까지만 보고 되돌아섰다. 비가 내리는 숲은 운무가 가득하다.
---강릉 대관령 소나무숲 주변의 나무들---
<칡잎>
윗사진의 칡잎 3갈래(!)는 비교적 크기나 모양이 비슷한데 대부분 중앙의 것만 제대로이고 양쪽 잎은 비대칭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햇빛을 고르게, 많이 받기 위한 식물들의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라고 한다.
<층층나무>
<개암나무와 국수나무>
<물푸레나무 군락과 떡갈나무>
물푸레나무는 줄기를 잘라 물에 담그면 푸른 물이 나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데 실험은 아직... 나는 줄기의 흰 얼룩을 보고 구분한다. 참나무도 매번 헷갈리는데 사진의 나무는 떡을 찔 때 깔았던 떡갈나무이다. 떡갈나뭇잎을 깔고 떡을 찌면 향기도 배고, 떡이 쉽게 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나무 줄기의 비늘과 산초나무>
숲에 대해 지식이 해박한 지인은 소나무 껍질의 켜로도 소나무 나이를 구분할 수 있다고 했는데 자신이 없다! 아래는 꽤 높은 소나무 줄기를와 키를 나란히 한 산초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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