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앙코르 왓 답사기1 (여권이 바뀌어 난리 친 출발부터 호텔 투숙까지)

큰누리 2012. 5. 31. 14:01

<앙코르 왓 답사기> 2010. 1/14~1/18.

1월 14일(목). 일정

오후 2시, 콜택시로 김포공항에 가서  인천국제공항행 리무진 버스를 탔다. 30여분 먼에 전용도로로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5분 전, 습관적으로 쌕을 점검하다 충격적으로 딸 아이 여권만 발견했다. 분명 엊저녁에 점검을 했는데 여권 표지 견출지의 이름표가 큰딸과 같은 초록색이라 벌어진 일이다. 이 일을 어쩐다! 되돌아가자니 시간이 빠듯하다. 사소한 실수로 그렇게 기다렸던 앙코르 왓 답사를 포기해야 되나 싶으니 갑자기 속이 뒤틀리고 눈앞이 캄캄하다. 택시 타고 되돌아가야 하나 리무진을 타고 되돌아가야 하나 가늠을 해도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어 곤혹스러웠다. 심호흡을 하고 생각을 되짚으니 방과후 수업을 들으러 간 작은 딸이 파할 시간이다. 휴대폰으로 SOS문자를 넣으니 지금 막 끝났단다.

 

안 끝났어도 불러내야 할 참인데 잘 됐다 싶어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항공 출발 시간과 교통편, 여권이 있는 곳을 알려줬다. 작은애가 교통편에서 실수만 안 하면 출발 시간 30분 전 쯤엔 도착할 것 같았다. 집까지 택시로 가라하고 시간 체크를 하는데 4km 정도 밖에 안 되는 거리의 학교에서 아직도 길이 막혀 집과 학교의 중간 지점이란다. 40여분 후에 집에 도착하고 휴대폰으로 교통이 바뀔 즈음에서 다시 확인하고 해서 작은애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광나루님이 지시한 최종 시간보다 2분 늦은 4시 32분!

 

덕분에 나와 동생은 티케팅에서 맨 뒤로 밀렸다. 일행이 없었다면 티케팅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권 공수를 부탁한 딸을 기다리는 1시간 50여분 동안 내 머리는 터져나갈 것 같았고 극도의 불안감으로 탑승한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멀미가 났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는 이런 사소한 실수들은 인생을 엄청나게 바꾸기도 한다. 지금도 생각하기 끔찍한 실수이다.

 

LA에서 환승하는 승객이 늦어져 30분을 연착한 후 비행기가 출발했다. 여권 때문에 너무 속을 졸인 까닭에 6시간이나 걸리는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속이 뒤틀리고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다른 일행들은 잠을 자면서 추운지 담요를 끌어당기는데 나는 옷을 맡길 시간이 없어서 그냥 한국에서 입던 차림에 외투만 벗었으니 썰렁한 기내에서도 끄떡 없었다. 4시간 쯤 지났을 때 나온 기내식을 먹고 잠깐 눈을 붙이는가 싶었는데 착륙 안내방송이 나오고 차창으로 희미한 불빛이 드문드문 보인다.

 

♣한국과의 시차(2시간)한국시간으로 밤 11시 05분 현지 시각으로 두 시간 늦은 21시 05분, 드디어 씨엠립 공항에 도착했다. 

 

현지 온도 : 현지 온도는 최저 섭씨 22도 최고 34도로 한국의 한 여름 날씨이지만 습기가 50% 정도라 초여름 날씨 정도로 생각하면 딱 맞다.

 

 

 <씨엠립국제공항>

 

 

캄캄한 활주로에 내리니 더운 기운이 확 올라온다. 버스도 없이 걸어서 건물에 도착하고 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왼쪽 반원형의 책상에 10명 가까운 검색요원(?)이 1렬로 앉아 몇 명 안 되는 승객들을 빤히 주시한다. 관원의 비리가 세계에서 손꼽힌다는 교육은 받았지만 정말 대단했다. 

 

그들이 요구하는 통행세(1달러)를 안 내니 입국신고서의 글씨 한자한자까지 트집 잡아 일행을 물고 늘어진다. 그 1달러란 게 통과할 때마다 요구하는 금액이다. 못 알아듣는 척하자 1달러나 천 원짜리 한국 지폐를 책상 위로 밀어보이고 “천원”이라며 손바닥을 펴 보인다. 일행은 웃돈을 안내기로 약속했기에 버티니 텅 빈 공항에서 100명 남짓한 인원 중 우리 일행만 골라 20여분을 끌다 결국 포기하고 내보냈다. 너무 노골적이고 썩은 캄보디아란 나라의 첫 인상이다! 

 

 

<씨엠립국제공항의 불상>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일행 중 ㅁㅈㄹㄷ님 부부의 짐이 없어진 것이다. 모든 짐이 다 나오도록 기다렸지만 그 분들의 짐은 없었다. 불쾌한 기분으로 검색대를 나오자마자 일이 터지니 일행들은 영문을 몰라 웅성거리고 광나루님과 가이드는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고 짐을 못 찾은 두 분은 발을 동동 구른다. 차라리 여권을 바꿔온 나는 개인적이고 지나간 일이니 그만이지만 만약 짐을 못 찾는다면 두 분이 정상적으로 여행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생각만 해도 내 머리까지 지끈거렸다. 결국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항에 연락처를 준 후 모두 우울한 마음으로 호텔로 향했다. 20분이 될까 말까한 거리에 우리가 묵을 로열 엠파이어 호텔이 있었다.

 

버스로 지나치는 씨엠립의 밤 풍경이나 공항은 한적한 시골 같아서 묵을 숙소가 미심쩍었는데 의외로 우리가 묵을 호텔은 딱 그 부분만 잘라서 맞춘 것처럼 단정하고 현대적이며 건물마다 특색이 있다. 나중에 보니 그 곳은 주로 외국인들이 묵는 호텔이 몰려 있는 씨엠립시에서 가장 번화하고 깨끗한 곳이었다.

 

 

<우리가 묵은 씨엠립 로열 엠파이어 호텔 입구의 불상>

이마의 제3의 눈으로 보아 시바신이었다가 부처님으로 바뀐 듯하다. 

 

 

<로열 엠파이어 호텔의 객실>

 

 

씨엠립은 앙코르로 인해 발달한 관광도시로 캄보디아에서는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안내 책자를 보니 공항에서부터 호텔까지는 잘 구획된 도로에 번화한 건물, 주로 호텔이 집중적으로 있다. 그 외에 큰 소아 구호병원, 학교, 요식업소 등이 있고 그 곳을 5분만 벗어나면 바로 드문드문 시골 집 풍경이 이어지고 앙코르 유적은 버스로 20분 거리이다.

 

♣숙소인 호텔 5성급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깨끗하고 객실이 넓으며 안쪽에 수영장까지 있다. 창문을 열면 상록성의 두터운 잎을 가진 열대 식물 꽃에서 뿜는 향기가 그윽했다. 특히 씨엠립에서 맞은 첫날 아침, 우유 빛의 큼직한 플루메리아와 자잘한 자스민의 향기는 사람을 취하게 하는 강한 중독성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성종으로 화분에서나 기르는 아레카야자나 종려나무 종류는 이곳에서는 모두 건물 2층을 훌쩍 넘기며 호텔이나 민가에서 그늘을 만들고 조경까지 담당하며 시원하게 죽죽 뻗어있다. 우리나라의 원두막 구조이지만 돼지우리 같은(!) 초라한 민가에도 야자나무는 두어 그루쯤 심어 그늘을 만들었다.

 

 

<로열 엠파이어 호텔 측경과 화단의 플루메리아. 야자수들>

 

 

 <객실에서 본 로열 엠파이어 호텔의 안쪽/정원. 수영장>

 

 

<향기가 고혹적인 로열 엠파이어 호텔의 플루메리아>

 

 

<로열 엠파이어 호텔 중앙화단의 꽃기린>

 

 

<씨엠립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무 중의 하나, 야자수>

 

 

<씨엠립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무 중의 하나, 코코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