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앙코르 왓 답사기6 (캄보디아 여행 준비물. 알아두면 좋은 현지 사정 등)

큰누리 2012. 5. 31. 14:26

<캄보디아 여행의 준비물. 알아두면 좋은 현지 사정>

 

♣ 돈(환전)

딸 여권을 내 것으로 알고 바꿔 간 걸 인천공항에 다 가서야 안 탓에 작은 딸이 내 여권을 공수해 도착하기 30분 전까지 환전을 안 했다. 그 당시엔 출국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서... 여권 없으면 절대 출국 못한다, 해외에서 여권 잃어버리면 국제미아 되고... 

공항에서 환전을 하면 30달러 정도만 1달러, 2달러로 바꿔주고 나머지는 5달러나 10달러로 바꿔준다. 은행도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소액권이 많이 필요한 사람은 번거롭더라도 몇 차례에 나눠 환전을 하는 것이 좋다. 캄보디아에서는 입국할 때 내는 20달러를 제외하곤 1달러짜리가 가장 유용하다. 단, 미국 달러라야 한다.

 

시장이나 노점의 물건은 대개 2달러 이내인 경우가 많아 상대방이 거스름돈을 줄 정도의 달러가 없다면 뭘 사고 싶어도 포기해야 한다. 심지어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면서 물과 맥주 값을 계산하는데(각각 병당 2달러) 잔돈이 없어 5달러를 내자 캄보디아 돈으로 2장을 거슬러줬다. 현지에서 달러로 환전하는 게 그만큼 어렵다. 좀 큰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거스름돈으로 나오는 소액 달러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Kim's Market에서 물건을 사니 20달러에 대한 거스름돈을 달러로 줬다.

 

 

<캄보디아에서 1달러 대신 받은 돈 2장의 앞 뒤면>

  

 

 

난 80달러를 환전(지갑에 그것 밖에 없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더 찾지도 못하고)했는데 과일을 kg당 2달러에 몇 가지 사고 현지 아이들한테 기념품 산 것, 맥주 몇 캔 산 것을 제외하고는 별로 돈을 쓰지 않아서 기부하거나 톤레 샵에서 기관사와 그 보조를 하는 아이, 우리 버스 기사와 현지 가이드에게 팁으로 썼다. ‘원 달러’를 구걸하는 아이에게 돈을 주는 것은 나이 들어서도 그 구걸행위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지만 10살 넘은 아이들은 학비를 위해 일을 하거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므로 현금으로 팁을 줘도 괜찮다 이야기를 가이드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쇼핑에 크게 뜻이 없다면 (살 물건도 그다지 많지 않지만) 100달러 정도만 환전하면 단체관광 3박 5일 일정으로 크게 무리가 없는 금액이다

 

서비스를 받았을 때(운반이나 호텔방 청소 등)의 팁은 동남아에서는 1달러가 거의 공식이. 호텔은 사흘을 계속 머물기 때문에 아침마다 메너 팁 1달러를 화장대 위에 놓고 나왔다. 

거리 사진을 찍으러 혼자 나갔다가 길을 건너 되돌아오려는데 차들이 마구 달려서 곤혹스러웠다. 대로인데 건널목도 없고 어쩌다 있는 건널목은 신호등이 없으므로 알아서 건너야 한다. 러시 아워라 쩔쩔매고 있는데 툭툭이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청소년이 내가 불쌍했는지 손으로 차를 제어해서 안전하게 맞은편까지 건너게 해줬다. 고마워서 1달러(카메라하고 주머니에 그것 밖에 없었다!)를 주자 한사코 거절을 했다. 돈을 받기엔 너무 사소한 일이란 표정이어서 마음을 놓고 쥐어주니 마지못해 받았다. 캄보디아에도 ‘원 달러'를 요구하거나 외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어서 기뻤다.

 

 

<캄보디아로 출발하기 전 개인적으로 준비한 선물>

여행하면서 돈으로 해결 안 되는, 개인적인 호의를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기존의 캄보디아 여행자들의 글이나 이야기를 참고해서 어린 아이를 염두에 두고 10색 볼펜과 츄잉 캔디를 몇 묶음 준비했다. 부피 때문에 고심해서 고른 것이다. 조금 큰 아이에겐 볼펜, 어린 아이에겐 츄잉 캔디를 줄 예정이었다. 과자나 사탕은 너무 흔할 것 같고, 공책이나 필통 따위는 부피가 부담스럽고...

 

 

<개인 선물로 준비해 간 츄잉 캔디와 볼펜> 

볼펜은 품질이 좋지 않아서 후회...

 

 

 

선물을 줄 대상에 대한 나이 가늠은 틀렸지만 이 두 가지 선물은 아주 유용했다. 유적지에서 만난 불쌍한 아이나 야시장에서 만난 그래도 잘 사는 집안의 아이나 츄잉 캔디를 아주 신기해하며 맛있게 먹었다.  말하자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개였다는 이야기다. 츄잉 캔디는 우리와 사흘 내내 동행했던 버스기사와 현지 가이드와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들이 있다고 해서 줬더니 아주 좋아했고, 호텔 청소하는 창백한 얼굴의 처자에게 줬을 때도 반응이 아주 좋았다. 

10색 볼펜은 우리가 만난 현지인들에게는 보기 힘든 물건인지 받는 사람마다 신기해하며 여기저기 글씨를 쓰거나 자랑을 했다. 두 가지만으로도 개인적인 선물은 충분히 유용했다. 하지만 일반 관광객 입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학용품을 가져가도 전할 방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현지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하나같이 배우는 건 고사하고 한 끼의 먹거리를 위해 거리로 나섰으니 도대체 그 아이한테 학용품이 필요하긴 한 건지 의문이 든다. 입고 신을 것이 없어 벗는 아이들이 많으니(먹는 건 차라리 눈으로 안 봤으니까) 가이드 말마따나 라면 박스 가득 재활용 옷을 모아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겁지 않고 버스로 이동을 하니 톤레 샵 수상촌 주민 같은 경우 직접 전달할 수 있을 것 같고, 그게 쉽지 않다면 우리 가이드 같은 사람에게 전달하면 장담하건데 얼마든지 전달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개인적으로 이뤄질 게 아니라 단체가 나서서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가난한 현지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캄보디아의 쇼핑 상품과 거리의 아이들>

캄보디아는 루비, 사파이어류의 보석실크가 유명한데 <나홀로...>에서 주관하는 여행에는 옵션 쇼핑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보석 살 일은 없고 실크는 시장이나 관광쇼핑가게에 가면 살 수 있다. 길에서 젊은 처자나 아주머니들이 팔에 걸고 파는 실크는 품질이 낮은 것이라고 한다. 장당 10달러였던 것 같다(그래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반값도 안 되고 가격에 비해 쓸 만하다). 나는 관광쇼핑 가게에서 동생한테 좀 괜찮은 걸로 20달러짜리를 얻었다.^^ 

귀국 후 가볍게 선물할 일이 있다면 거리의 아이들이 파는 1달러에 3~5개짜리 매듭형이나 염주형의 팔찌를 사면 좋을 것 같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그 팔찌를 파는데 1달러에 3개가 적정 가격이라고 한다. 불쌍한 아이들이니 내 입장만 생각해서 너무 깎지 않는 게 좋다. 1달러면 우리 돈으로 1200원 정도인데 재료비 제하면 뭐가 남는지... 그걸 판 아이 혼자 마진(1달러 모두도 아니고...)을 가지는 게 아니라 두 명 정도가 나눠 갖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라면 그 정도 수준의 팔찌, 1개에 최소한 2000원은 줘야 한다. ‘원 달러’를 외치며 구걸하는 아이보다 스스로 돈벌이를 하니 기특한 아이들이다.

 

그 외에 밀짚으로 염색을 한 작은 케이스에 넣어 파는 피리종류의 악기는 5달러, 접이부채도 2달러였던 것 같다. 악기는 조금 큰 남자아이(우리나라의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들이 팔았다. 다른 상품으로 여자아이나 아주머니들이 파는 헝겊에 기계 자수를 넣은 숄더백(기능적으로 딱 내 스타일이다!)이 있는데 2~3달러였던 것 같다. 염주만큼 많이 길에서 판다. 예뻐서 한 개 사려다 타이밍을 놓쳤다.

 

 

<관광지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파는 1달러에 3~5개짜리 염주와 팔찌> 

 

 

 

1달러짜리 싸구려 물건을 파는 아이나 구걸을 하는 아이나 캄보디아에 가면 어디서나 ‘원 달러’를 외친다. 최근엔 한국관광객이 가장 많아서인지 "천원, 싸요, 언니 이뻐요, 사탕" 소리를 수없이 들었다. 너무 많아 귀찮다 싶으면 눈길을 피하면 더 이상 따라붙지 않는다. 부드럽게 “노우”를 하면 아이들은 안쓰럽게도(!) 조용히 물러난다. '캄보디아에 가면 ‘원 달러’를 외치는 아이 앞에서 절대 고개를 들지 말란 말' 괜한 말이 아니다. 

 

 

날씨와 복장

출발 전에 걱정했던 것 만큼 현지의 날(1월)은 그 다지 덥지 않았다. 아침 저녁으로는(섭씨 20도 정도) 반팔이나 긴팔 어느 쪽을 입어도 될 정도로 봄날 같고, 낮에는 볕에 있으면 덥지만 그늘로 들어가면 시원하기 때문에 섭씨 34도라는 게 별로 실감나지 않는다. 온도는 높지만 습도가 낮아서 견딜 만하다. 한국에서 이 정도 온도였다면 끈적거리고 후텁지근한 한여름 날씨였을 것이다.

 

이 시기(1월)의 날씨가 캄보디아에서 가장 쾌적하기 때문에 관광 성수기라고 한다. 하지만 자외선이 우리나라보다 3배 정도 높아 햇볕에 노출되는 피부는 반드시 모자를 쓰고 선텐 크림 바르지 않으면 알러지가 생길 수 있다. 나는 챙이 넓은 해변 모자를 썼는데도 목에 좁쌀 같은 알러지 반응이 생겨서 귀국 후에도 며칠 고생을 했다. 모자는 자외선 때문에 머리 위가 뚫린 것보다 완전히 차단된 것이 좋은데 일행 중에서 몇 분은 관광지에서 5달러인가를 주고 산 풀로 짠 모자(밀짚모자랑 비슷)를 사서 유용하게 썼다.

 

상의는 주로 반팔 입지만 피부가 예민한 사람은 얇은 긴팔을 입었다. 나는 반팔에 여름용 쿨 토시 끼고 다녔는데 덥지도 않고 탈 염려도 없어 아주 유용했다. 날이 끈적거리지 않기 때문에 바지 길이는 아무 거나 괜찮지만 내 경우엔 계단을 오를 일이 잦아서 등산용 반바지를 입는 게 가장 편했다. 신발은 등산화보다 운동화신는 게 가장 편하다. 여행용 가방이 커서 샌들, 운동화, 슬리퍼를 모두 가져갔는데 호텔에서는 슬리퍼나 샌들이 좋고 답사를 할 때엔 반드시 운동화 신어야 한다. 엄청나게 큰 나무뿌리를 밟거나 폭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를 일이 많은 유적지이기 때문이다.

 

 

<귀국 후 촬영한, 캄보디아 여행 때 신은 운동화와 일반 운동화> 

빨아서 신고 간 흰 운동화가 현지의 赤土로 이렇게 절었다! 

 

 

 

전기와 냉방

캄보디아는 220 전압이고 호텔 방에서 전기를 쓰거나 충전하는 것이 자유롭다.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의 나라는 대체로 220V이다. 전기(뿐 아니라 이 나라는 모든 걸 수입해서 쓴다. 물, 방송, 생활 잡화, 각종 소비재 등 사람 빼고는 모두 수입해서 쓴다고 한다.)를 수입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묵은 호텔이나 음식점 모두 에어컨 시설이 잘 돼 있고, 전세버스도 에어컨 작동이 양호해서 답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덥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버스로 이동할 때 시간이 좀 지나면 에어컨 돌아가는 소음이 요란하긴 했지만...

 

아침 식사시간에 딱 한번 정전된 적이 있는데 자가발전 시설이 있어서 바로 들어왔다. 전기가 나간 걸 안 것은 호텔에서 들려주는 음악소리가 멎어서 그나마 알았다. 호텔에 비치된 헤어드라이어 유용했다. 앙코르 답사를 하는 동안 시설이 불편해서 특별히 고생한 기억이 없다. 단체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현지 사람들과 부닥치며 여행을 한다면 앞서 말한 반대급부의 불편이 충분히 예상되는 나라이다.

 

 

비상약

모처럼 큰 맘 먹고 여행하는데 아픈 것만큼 속상한 일이 또 있을까? 물이 다르고 풍토가 다른 해외여행이라면 특히 비상약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와 의료체계가 달라 약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애써 구한 약이라고 내 몸에 맞으란 법도 없다. 그렇다고 병원(거의 없다!)에 누워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내 경우엔 피로회복제를 날짜보다 충분한 양을 준비했고 급성장염약, 지사제, 소화제, 근육이완제를 준비했다.

아쉬웠던 것은 샌들을 신고 움직인 동생의 발뒤꿈치가 까졌는데 의료용 밴드 가져가지 않아 일행에게 얻어 쓴 점이다. 호텔이라 별 문제는 없었지만 그래도 벌레한테 두어 번 물렸는데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 준비하면 쓸모가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물이나 음식을 잘못 먹어 심각할 정도로 탈이 나면 여행이고 뭐고 뒷전이 되고 만다. 여행지에서 안전한 먹거리의 선택은 여행 자체를 좌우할 정도로 너무나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