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2, 3 방문지. 인공 섬 닉 뽀안과 아름다운 폐허 따 프롬>
쁘레아 칸에서 10분 남짓 버스로 이동하니 닉 뽀안 입구이다. 표를 보이고 다시 조금 걸어 들어가자니 지뢰로 팔, 다리를 잃은 사람, 맹인 등 대여섯이 악기를 연주하며 구걸을 하고 있다. 여러 나라 말로 쓴 글귀 중에 <지뢰 피해자들>이란 한국어도 보인다. 유적지에서 자주 마주친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은 관광객이 지나가면 용케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알아맞히고 우리가 지나갈 땐 <아리랑>을 연주했다.
베트남과 정글을 국경으로 한 탓에 베트남 전 때 미국이 베트공 섬멸을 위해 캄보디아까지 무차별 폭격을 했고 70년대 중반의 내전으로 이 나라는 온통 지뢰밭이 되어 버렸다. 그 피해자는 민간인, 특히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닉 뽀안(똬리를 튼 뱀이란 뜻)은 자야바르만 7세가 관음보살에게 봉헌한 거대한 관개치수용 저수지 중앙의 성소를 말한다. 우리가 매표소부터 걸어 들어간 평지가 예전엔 모두 관개용 저수지였지만 말라붙어서 지금은 그 중앙에 있는 정사각형의 작은 저수지만 남았는데 그 안의 인공 섬 계단이 똬리를 튼 뱀 모양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인공 섬 중앙(뱀 위)에 있는 작은 신전은 7단 높이로 위의 3단은 연꽃 형상이다. 인공 섬 옆에 떠 있는 발라하(말)는 불교신자인 무역 상인이 난파의 위기를 맞았을 때 관음보살이 말로 변하여 구해주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이 저수지에서 동서남북으로 나가는 수문이 있는데 각 방향의 사당에는 인간의 두상(동), 말(서), 사자(남), 코끼리(북)의 입을 통해 물이 나가며 그 물로 씻으면 죄를 용서받는다고 한다. 지금도 현지인들이 향을 피우고 기도하는데 향냄새가 유난히 역겨워 바로 자리를 피해야했다.
<닉 뽀안의 정면 = 북쪽 사당>
왼쪽으로 발라하가, 사당 위로 닉 뽀안 성소가 보인다.
<닉 뽀안과 발라하(말), 나가(7개의 머리를 가진 뱀)>
다른 이들의 답사기를 보면 우기인데도 풀밭을 건너 성소까지 갔다고 하는데 우리가 간 이 즈음은 건기임에도 불구하고 물이 차 있다. 최근 들어 일부러 물을 채운 듯하다.
<닉 뽀안의 북쪽 코끼리 사당>
중앙 저수지의 신성한 물이 코끼리 입으로 흘러나온다.
<닉 뽀안의 동쪽 인간 두상 사당>
입을 벌려 인상이 고약하지만 물을 내보내기 위한 방책인 듯...
버스로 15분쯤 걸려 따 프롬으로 갔다. 따 프롬은 특히 안젤리나 졸리 주연 영화 <툼 레이더>의 배경 중의 한 곳으로 유명하다. 입구에서 가이드로부터 이엥나무, 흑단나무, 스뽕나무를 구분하는 법을 공부(!)했다.
사원으로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나무뿌리가 담장 여기저기를 뚫거나 타고 앉아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중앙 출입구는 복원공사 중이라 왼편으로 돌아가는데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나무뿌리의 위세는 수그러들 줄 모른다. 나무뿌리는 건물을 폐허로 만든 장본이면서 건물을 지키거나 혹은 공존하는 주체로 받아들이는 게 맞을 것 같다.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위해 지은 사원이니 만큼 규모도 크고 특히 공을 들였음 직하지만 폐허 정도가 심해 정확한 규모도 확인이 안 된 상태이고 회랑 속과 건물 폐허 사이로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누군가가 말한 '아름다운 폐허' 란 표현만큼 이 사원을 대표하는 적절한 말이 있을까? 나무뿌리를 제거해서 사원을 복원하는 것 (실제로 아직까지는 불가) 못지않게 사원을 더 이상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나무와 사원이 공존하도록 하는 것이 세계에서 유일한 특징을 가진 유적으로서 그 의미가 클 것 같다. 일행들의 감탄사가 가장 많이 쏟아지고 나도 입을 다물기 어려웠던 유적이다.
<따 프롬 정면 출입구>
<따 프롬 출입구 왼쪽의 쪽문과 스뽕나무>
<따 프롬의 폐허>
<따 프롬의 아름다운 폐허1>
<따 프롬의 아름다운 폐허2>
따 프롬에서 가장 위세 등등한 나무이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나무가 아닐까? 건축재료인 사암이 영양분을 포함하고 있어 나무의 번식이 더 쉽다고 한다.
<따 프롬의 아름다운 폐허3>
위의 나무에 이어 유명한 나무이다.
<따 프롬의 폐허4>
자야바르만 7세가 축조한 가장 큰 신전이란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철저히 파괴됐다.
<따 프롬의 아름다운 폐허5>
<따 프롬의 폐허6>
이 정도면 공존이 아니라 나무가 일방적으로 신전을 깔고 앉은 것이다!
<따 프롬의 아름다운 폐허7>
<복원 중인 따 프롬의 정면 출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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