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앙코르 왓 답사기4 (뛰어난 조각, 건축예술의 보고 롤레이사원과 쁘레아 꼬사원)

큰누리 2012. 5. 31. 14:13

1월 15일. 4, 5번째 방문지 - 롤레이와 쁘레아 꼬사원

씨엠립 시내로 들어와 톤레샵이라는 뷔페식당에서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2층 식당으로 넓고 서구적인 실내장식에 음식도 꽤 훌륭했는데 우리식으로 말하면 샤브샤브가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이곳의 샤브샤브는 일행들이 가장 호평을 했지만 내 입맛엔 약간 짰다. 대신 연두색이나 자주색 물을 들이거나 나뭇잎으로 싸서 찐 촉촉한 찹쌀밥과 붉은 고추를 다져 넣은 칠리소스가 입에 잘 맞았다. 현지식당 중에서 가장 맛있고 다양한 음식을 맛본 곳이다.

 

 

<씨엠립의 현지식당 톤레샵> 

 

 

버스로 40분쯤을 달려 롤레이 사원에 도착했다. 앙코르 관련 유적이 12세기 말에서 13세기 초에 집중적으로 축성되었다면 롤레이는 그 보다 앞선 9세기 말에 축성된 사원이다. 따라서 종교적으로도 완전한 힌두교식이며 건축 양식도 많이 다르다. 앙코르 건축이 장엄하고 스케일이 방대하다면 롤레이는 전체적인 건축 배치의 틀이 자유로우면서 건축 자체에 섬세한 조각을 한 점이 다르다고나 할까? 이 점은 반띠아이 슬레이사원에서도 공통으로 느낀 점이다.

앙코르 관련 유적처럼 멀리 떨어져서 웅장한 스케일이나 책을 대신하여 백성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방대한 양의 조각을 감상하는 것보다 작품 가까이에서 아기자기하고 깊이 있는 작품을 감상하는 차이 같은 것 말이다.

 

 

 <롤레이 사원>  

 

 

<벽감 형태의 롤레이 사원 수문장 조각>

 

 

롤레이는 식수와 농업용수를 전천후로 공급하기 위해 롤루오스 강물을 끌어들여 그 가운데에 인공 섬을 만들고 세운 사원인데 지금은 주변 도로보다 사람 키 높이 이상 높은 곳에 있으니 당시의 상황 추측이 어렵다. 하지만 사원 앞에서 만난 남근의 상징이면서 시바신의 상징인 링가를 중심으로 하여 사방으로 난 물길의 흔적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앙코르 유적이 거무칙칙한 재색의 돌 사원이라면 롤레이 사원은 불그죽죽한 벽돌사원이라는 점에서도 많이 다르다. 

 

 

<롤레이 사원의 링가와 물길>

 

 

지금도 여기저기 무너져 내리는 사원이지만 오른편의 승려들 숙소에서 승려들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소승불교 사원을 들어가 볼 기회를 얻었다. 사원에 걸터앉아 낯선 이들을 맑은 눈으로 보는 아이, 젊다 못해 앳된 얼굴로 수줍게 관광객을 맞아준 승려, 뒤쪽의 허름한 원두막 같은 긴 건물 아래에서 콩을 다듬던 노인 등 캄보디아 유적지에서 일반인을 가장 많이 만난 곳이기도 하다.

 

나오는 길에 어린이 둘을 앞세운 남자가 공손하게 기부를 요청하고 있었는데 사원 뒤의 허름하고 긴 원두막 같은 건물이 바로 학교이고, 그곳에 제대로 된 학교를 짓기 위해 교사와 학생들이 모금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부디 잘 가르치고 얼른 배워서 이 가난의 굴레를 빨리 벗어나길 진심으로 빌면서 적은 액수나마 기부를 했다. 

 

 

<롤레이 사원 옆 소승불교 사원> 

 

 

<소승불교 사원에서 본 롤레이 사원과 스투파>

 

 

<소승불교 사원 내부>

 

 

 <롤레이 사원의 해맑은 소승불교 승려들> 

 

 

<롤레이 사원 앞에서 학교를 세우기 위해 모금하는 교사와 학생들>

 

 

다음 코스는 지척에 있는 '신성한 소'라는 의미의 쁘레아 꼬 사원이었다. 이 사원은 롤레이보다 약간 앞선 시기에 지은 것으로 중앙탑 앞에 시바신이 타고 다닌 '난딘(황소)' 석상 3개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시바신에게 헌정된 사원이면서 죽은 왕족들의 무덤으로 추측되는 곳이다. 실제로 중앙 탑 왼편에 화장터로 추정되는 부속건물이 있다.

롤레이 사원보다 회랑이나 외벽의 잔해가 많이 남아있으며 중앙탑과 성소는 아주 작은 벽돌로 틈새 없이 쌓은 후 그 위에 석회를 두텁게 바르고 섬세한 조각을 했다. 그 작은 벽돌이 사원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계속 무너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섬세한 상인방의 신상과 식물문양 조각은 뒤에 본 반띠아이 스레이사원의 예고편을 본 느낌이었다. 이곳도 롤레이 사원처럼 벽돌과 석회석 위의 정교한 조각이 부서져내려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쁘레아 꼬 사원>

 

 

<쁘레아 꼬 사원의 중앙탑>

 

 

<쁘레아 꼬 사원의 황소 상>

'난딘'이라 불리는 흰 소로 시바신이 타고 다녔으며 지금도 인도에서 숭배된다.

 

 

<쁘레아 꼬 사원의 작은 벽돌들과 정교한 조각>

이 정도로 작은 벽돌로 거대한 건물을 지어 하중을 견디는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고...

 

 

<쁘레아 꼬 사원의 왕족들 화장터로 추정되는 곳>

안쪽 중앙에 시신을 올려놓고 화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4개 있다.

 

 

<중앙 탑에서 본 난딘과 쁘레아 꼬 사원의 부속건물 폐허>

 

 

<중앙탑에서 본 쁘레아 꼬 사원의 부속건물 폐허와 출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