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3. 토. 맑음.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앙코르 와트
내가 답사기를 쓰면서 가장 애를 먹은 게 앙코르 와트 사원의 층수였다. 사원 건물의 층수는 3층이지만 1/2층이란 게 엄연히 존재하는데다 워낙 층고가 높고 넓은 곳이라 기억을 쥐어짜고 수많은 사진을 대조해 봐도 지금까지 헛갈렸다.
현지 시각으로 12시 50분, 씨엠립의 한정식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돼지고기가 맛있는 집이라는데 내 입엔 별로이다. 대신 다양한 김치와 된장찌개가 먹을 만했다. 캄보디아의 돼지고기는 사료를 먹이지 않기 때문에 졸깃하고 고소해서 고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아주 좋아할 것이다. 자연석으로 벽을 꾸미고 히비스커스(하와이 무궁화)와 알라만다, 열대 관엽식물로 마당을 가꿔서 눈 맛이 즐거운 음식점이었다.
오늘 오후는 통째로 앙코르 와트 한 곳만을 답사한다. 그동안 다른 답사지를 오가며 몇 차례 옆으로 스치기는 했지만 앙코르 와트를 직접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그 동안 다닌 코스에서 약간 다른 방향으로 들어가서 10분 만에 버스에서 내리니 강처럼 크고 긴 해자와 그 앞의 위풍당당한 사자 상이 먼저 반긴다. 앙코르 와트는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다녀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내 입장에서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건립과 관련하여 : 앙코르 와트는 1113년에서 1150년, 37년에 걸쳐 수르야바르만 2세가 세운 힌두교 양식의 사원이다. 앙코르는 ‘도시’, 와트는 ‘사원’ 이란 뜻으로 앙코르 와트는 ‘거대한 사원’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 규모와 구조 : 앙코르 와트는 거대한 인공저수지(해자) 위에 세운 직사각형의 인공 섬으로 총면적이 2.1km²이며 사원의 담 둘레는 1,300 ×1,500m, 사원 둘레는 187 ×215m이다. 방어 요새 역할을 하는 해자는 폭이 200m로 사원 입구 탑문까지 230m이고, 탑문에서 사원까지는 300m를 더 걸어야 한다. 해자 위 다리(진입로)의 폭은 12m이다.
사원 건물은 3층으로 층당 26m지만 중간층이 있기 때문에 이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3층의 중앙 성소탑을 중심으로 사방에 4개, 즉 5개의 탑이 있는데 이 탑들은 힌두교에서 우주의 중심이자 신들의 거주지인 메루산을 의미한다.
앙코르 와트는 정확한 대칭구조이며 다른 사원과 달리 입구가 서쪽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죽은 자, 즉 수야바르만 2세가 사후 영생을 위해 건립한 것으로 추측한다. 사원 본체 외부에 갤러리(이곳에 부조들이 있다)가 있으며, 내부에 방, 별실, 사당, 탑, 정원 등이 있다. 사원과 담 사이에 탑문, 장서각, 명예의 테라스, 진입로 양쪽 남, 북으로 연못이 있다.
<앙코르 와트 진입로의 사자상과 해자>
아래 보라색 번호는 입구에서부터 사원까지 진입 순서를 붙여본 것이다. 직접 답사를 하기 전에 남의 글을 읽거나 자료를 볼 때마다 워낙 넓고 큰 유적이라 헛갈렸던 개인적인 기억 때문에... 사원 안에서는 딱히 순서랄 게 없고 본인의 취향이나 주어진 시간에 따라 코스가 달라질 것이다.
사자상 사이로 난 넓고 시원한 길(=①해자 위의 다리)은 큼직한 돌을 자연스럽게 맞춰 깔았고 중간에 낮은 기둥 돌 같은 게 있다. 그 길을 따라가자니 사원 담이 수평으로 길게 보이고 그 중앙에 탑문이, 그 양쪽으로 사원 탑 2개가 걸려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다가 점점 가까워진다. 중앙 탑은 탑문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죽은 자를 위한 타지마할이나 피라미드 못지 않은 어마어마한 사원, 완벽함 등등...
<앙코르 와트 진입로, 즉 해자 위의 다리>
앙코르 와트 본 건물은 탑문 뒤 양쪽으로 탑 2개가 희미하게 보인다.
사진 찍은 시간을 빼고 10분가량 걸으니 ②탑문 앞이다. 탑문 앞 광장에는 모서리마다 나가(머리 7개인 뱀)들이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머리와 꼬리를 한껏 치켜들고 있다. 탑문을 넘어서니 역시 나가가 양쪽으로 있다. 탑문부터 사원까지 길 양쪽으로 이어져 발코니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이 나가의 몸통이다. 우리나라 고궁의 박석 같은 길을 밟으며 조금 가니 양쪽으로 자그마한(!) ③장서각이 있다. 책을 보관했다기보다 문자를 모르는 백성들에게 그림이나 부조로 가르친 물건을 보관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곳이다. 커다란 막대사탕 같은 야자나무를 지나자마자 가이드가 사원으로 곧장 가지 않고 왼쪽으로 빠진다. 앙코르 와트의 탑 5개를 가장 아름답게 찍을 수 있다는 ④북쪽 연못에 다다랐다. 진분홍색 수련이 가득한 연못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 앙코르 와트의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진에 등장하는 앙코르 와트 원경은 주로 여기서 촬영한 것이다. 기념촬영을 하고...
<앙코르 와트 탑문>
이 문을 넘어야 앙코르 사원 본건물이 보인다.
<탑문 앞 왼쪽의 나가>
지금까지 본 모든 나가 중에서 보존상태가 가장 좋다.
<탑문(담)을 지나 제대로 보이는 앙코르 와트 사원과 좌우의 장서각, 진입로. 양쪽 난간은 뱀의 몸통>
<성소 탑 5개가 모두 잡히면서 앙코르 와트 사진이 가장 아름답게 찍히는 북쪽 연못>
<북쪽 연못에서 찍은 앙코르 와트>
이 글을 올린 후 궁금해서 집에 있는 CD로 안젤리나 졸리의 <툼 레이더>를 다시 봤다. 그랬더니 따 프롬의 유명한 나무뿌리 아래보다 이 연못에서 보트를 타는 장면, 이 사진 세 번째 아래의 회랑에서 스님이랑 이야기하는 장면이 훨씬 길었다.
연못 왼쪽으로 늘어선 기념품 가게들이 마치 시장만큼이나 크다. 그 앞을 돌아 넓은 잔디밭을 걸어 ⑤사원 정면 출입구에 이르렀다. 캄보디아, 특히 앙코르 관련 유적은 어딜 가나 공사 중인데 이 곳 역시 곳곳에서 보수공사 중이다. 들어서자마자 왼쪽 ⑥갤러리(서쪽 왼편)의 부조들이 보이는데 아쉽게 그냥 통과다.
1/2층 높이의 복도를 들어가 만난 곳은 우리가 있는 위치보다 반 층 낮은 곳(지상으로 따지면 1층이고 사원으로 따지면 0.5층)에 있는 사원 중앙의 네모난 목욕탕이다. 그 목욕탕은 지금은 물이 전혀 없어서 아담한 마당처럼 보인다. 여러 겹으로 된 기둥들을 사이로 연못을 보랴, 석굴암 천정처럼 돌로 단단하게 쌓아올린 천정을 보랴, 기둥 윗부분의 무늬를 보랴 정신이 없다.
<북쪽 연못 옆에 있는 기념품 가게들>
<서쪽 정면 왼쪽으로 따로 만든 사원 출입구>
<기둥 아래로 작은 마당처럼 보이는 곳은 목욕탕>
<사원 1층 중앙 통로>
석굴암처럼 돌로 짜 맞춘 천정 구조와 기둥 위의 무늬들이 아름답다.
목욕탕 위턱에 일행을 모아 놓고 가이드가 뭔가를 설명했는데 아마 그 목욕탕이 높은 위치에 있고 바닥이나 테두리를 돌로만 쌓았는데도 물이 새지 않는다는 축조 방식에 대해 설명했던 것 같다. 계단을 내려가 확인해보니 마당이 아니라 돌로 귀를 맞춘 목욕탕이 틀림없다. 크메르인들의 뛰어난 건축기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반 층 위(사원 1층) 복도 한 쪽에 다른 곳에서 옮겨놓았다는 불상 몇 기가 요란한 파라솔과 금빛 깃털 같은 장식에 사이에 있는데 캄보디아에 온 이후 처음으로 본 불상다운 불상이었다(다른 곳의 불상은 힌두교 성격이 너무 강해서 전혀 불상 같지가 않다).
<사원 1층 복도의 불상들>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정상적(?)인 불상. 힌두교식으로 팔이 4개가 아니라 시무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곳은 힌두교 사원이므로 후대의 불상을 다른 곳에서 옮겨 놓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원 중앙의 마당같은 목욕탕 턱에서 설명을 듣는 일행>
오른쪽 아래에 살짝 보이는 목욕탕은 돌 틈으로 물이 전혀 새지 않았다고...
무너진 돌 더미가 가득한 사원 안쪽 마당을 돌아 나와 간 곳은 중앙 성소로 올라가는 그 무시무시한 계단이 있는 곳. 계단까지 가는 동안 우리 눈에는 사원이 온전한 것 같은데도 회랑과 성소 사이를 둘러싼 좁지 않은 마당에 돌 더미가 더 있다. 어디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들인지, 그리고 저것을 모두 제 자리에 맞춰 넣을 수 있기는 한 건지...
동쪽 오른쪽에 있는 3층 중앙 성소를 향해 오르는 계단은 안전을 위해서 가파른 원래의 돌계단 위에 폭을 넓힌 나무 계단을 덧씌우고 오르는 계단과 내려오는 계단으로 가운데를 나눈 후 손잡이를 설치했다. 유적도 보호하고 관람객도 보호할 수 있는 방책이다. 같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면서 무식하게 무덤을 훼손해가며 계단과 손잡이를 설치한 중국 집안의 광개토대왕릉이나 장수왕릉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었다.
<중앙의 마당에 앉아 설명을 듣는 일행>
<중앙 탑과 회랑 사이의 마당. 아래는 아직 자리를 못 찾은 건물의 잔해들>
<안전장치가 없는 남쪽 면의 계단>
당연히 아래에 출입금지 표지가 있지만 앙코르 와트 유적 중 이 가파른 계단들은 가장 무서운 곳이다! 실제로 서양인 관광객이 이 계단을 오르다 낙상해서 죽었다고 한다.
<3층 중앙 성소로 올라가는 무시무시한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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