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앙코르 왓 답사기9 (세계 7대 불가사의 앙코르 와트1)

큰누리 2012. 5. 31. 14:45

1/16-3. 토. 맑음.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앙코르 와트

내가 답사기를 쓰면서 가장 애를 먹은 게 앙코르 와트 사원의 층수였다. 사원 건물의 층수는 3층이지만 1/2층이란 게 엄연히 존재하는데다 워낙 층고가 높고 넓은 곳이라 기억을 쥐어짜고 수많은 사진을 대조해 봐도 지금까지 헛갈렸다.

 

현지 시각으로 12시 50분, 씨엠립의 한정식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돼지고기가 맛있는 집이라는데 내 입엔 별로이다. 대신 다양한 김치와 된장찌개가 먹을 만했다. 캄보디아의 돼지고기는 사료를 먹이지 않기 때문에 졸깃하고 고소해서 고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아주 좋아할 것이다. 자연석으로 벽을 꾸미고 히비스커스(하와이 무궁화)와 알라만다, 열대 관엽식물로 마당을 가꿔서 눈 맛이 즐거운 음식점이었다.

 

오늘 오후는 통째로 앙코르 와트 한 곳만을 답사한다. 그동안 다른 답사지를 오가며 몇 차례 옆으로 스치기는 했지만 앙코르 와트를 직접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그 동안 다닌 코스에서 약간 다른 방향으로 들어가서 10분 만에 버스에서 내리니 강처럼 크고 긴 해자와 그 앞의 위풍당당한 사자 상이 먼저 반긴다. 앙코르 와트는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다녀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내 입장에서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건립과 관련하여 : 앙코르 와트는 1113년에서 1150년, 37년에 걸쳐 수르야바르만 2세가 세운 힌두교 양식의 사원이다. 앙코르는 ‘도시’, 와트는 ‘사원’ 이란 뜻으로 앙코르 와트는 ‘거대한 사원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 규모와 구조 : 앙코르 와트는 거대한 인공저수지(해자) 위에 세운 직사각형의 인공 섬으로 총면적이 2.1km²이며 사원의 담 둘레는 1,300 ×1,500m, 사원 둘레는 187 ×215m이다. 방어 요새 역할을 하는 해자는 폭이 200m로 사원 입구 탑문까지 230m이고, 탑문에서 사원까지는 300m를 더 걸어야 한다. 해자 위 다리(진입로)의 폭은 12m이다.

 

사원 건물은 3층으로 층당 26m지만 중간층이 있기 때문에 이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3층의 중앙 성소탑을 중심으로 사방에 4개, 즉 5개의 탑이 있는데 이 탑들은 힌두교에서 우주의 중심이자 신들의 거주지인 메루산을 의미한다.  

앙코르 와트는 정확한 대칭구조이며 다른 사원과 달리 입구가 서쪽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죽은 자, 수야바르만 2세가 사후 영생을 위해 건립한 것으로 추측한다. 사원 본체 외부에 갤러리(이곳에 부조들이 있다)가 있으며, 내부에 방, 별실, 사당, 탑, 정원 등이 있다. 사원과 담 사이에 탑문, 장서각, 명예의 테라스, 진입로 양쪽 남, 북으로 연못이 있다.

 

 

<앙코르 와트 진입로의 사자상과 해자>

 

 

아래 보라색 번호는 입구에서부터 사원까지 진입 순서를 붙여본 것이다. 직접 답사를 하기 전에 남의 글을 읽거나 자료를 볼 때마다 워낙 넓고 큰 유적이라 헛갈렸던 개인적인 기억 때문에... 사원 안에서는 딱히 순서랄 게 없고 본인의 취향이나 주어진 시간에 따라 코스가 달라질 것이다.

 

사자상 사이로 난 넓고 시원한 길(=①해자 위의 다리)은 큼직한 돌을 자연스럽게 맞춰 깔았고 중간에 낮은 기둥 돌 같은 게 있다. 그 길을 따라가자니 사원 담이 수평으로 길게 보이고 그 중앙에 탑문이, 그 양쪽으로 사원 탑 2개가 걸려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다가 점점 가까워진다. 중앙 탑은 탑문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죽은 자를 위한 타지마할이나 피라미드 못지 않은 어마어마한 사원, 완벽함 등등... 

 

 

<앙코르 와트 진입로, 즉 해자 위의 다리>  

앙코르 와트 본 건물은 탑문 뒤 양쪽으로 탑 2개가 희미하게 보인다.

 

 

사진 찍은 시간을 빼고 10분가량 걸으니 ②탑문 앞이다. 탑문 앞 광장에는 모서리마다 나가(머리 7개인 뱀)들이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머리와 꼬리를 한껏 치켜들고 있다. 탑문을 넘어서니 역시 나가가 양쪽으로 있다. 탑문부터 사원까지 길 양쪽으로 이어져 발코니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이 나가의 몸통이다. 

 

우리나라 고궁의 박석 같은 길을 밟으며 조금 가니 양쪽으로 자그마한(!) 장서각이 있다. 책을 보관했다기보다 문자를 모르는 백성들에게 그림이나 부조로 가르친 물건을 보관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곳이다.

 

커다란 막대사탕 같은 야자나무를 지나자마자 가이드가 사원으로 곧장 가지 않고 왼쪽으로 빠진다. 앙코르 와트의 탑 5개를 가장 아름답게 찍을 수 있다는 ④북쪽 연못에 다다랐다. 진분홍색 수련이 가득한 연못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 앙코르 와트의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진에 등장하는 앙코르 와트 원경은 주로 여기서 촬영한 것이다. 기념촬영을 하고...

 

 

 <앙코르 와트 탑문>

이 문을 넘어야 앙코르 사원 본건물이 보인다.

 

 

<탑문 앞  왼쪽의 나가>

지금까지 본 모든 나가 중에서 보존상태가 가장 좋다.

 

 

<탑문(담)을 지나 제대로 보이는 앙코르 와트 사원과 좌우의 장서각, 진입로. 양쪽 난간은 뱀의 몸통>

 

 

<성소 탑 5개가 모두 잡히면서 앙코르 와트 사진이 가장 아름답게 찍히는 북쪽 연못>

 

 

<북쪽 연못에서 찍은 앙코르 와트>

이 글을 올린 후 궁금해서 집에 있는 CD로 안젤리나 졸리의 <툼 레이더>를 다시 봤다. 그랬더니 따 프롬의 유명한 나무뿌리 아래보다 이 연못에서 보트를 타는 장면, 이 사진 세 번째 아래의 회랑에서 스님이랑 이야기하는 장면이 훨씬 길었다. 

 

  

연못 왼쪽으로 늘어선 기념품 가게들이 마치 시장만큼이나 크다. 그 앞을 돌아 넓은 잔디밭을 걸어 ⑤사원 정면 출입구에 이르렀다. 캄보디아, 특히 앙코르 관련 유적은 어딜 가나 공사 중인데 이 곳 역시 곳곳에서 보수공사 중이다. 들어서자마자 왼쪽 ⑥갤러리(서쪽 왼편)의 부조들이 보이는데 아쉽게 그냥 통과다. 

1/2층 높이의 복도를 들어가 만난 곳은 우리가 있는 위치보다 반 층 낮은 곳(지상으로 따지면 1층이고 사원으로 따지면 0.5층)에 있는 사원 중앙의 네모난 목욕탕이다. 그 목욕탕은 지금은 물이 전혀 없어서 아담한 마당처럼 보인다. 여러 겹으로 된 기둥들을 사이로 연못을 보랴, 석굴암 천정처럼 돌로 단단하게 쌓아올린 천정을 보랴, 기둥 윗부분의 무늬를 보랴 정신이 없다.

 

 

 <북쪽 연못 옆에 있는 기념품 가게들>

 

 

<서쪽 정면 왼쪽으로 따로 만든 사원 출입구>

 

 

<기둥 아래로 작은 마당처럼 보이는 곳은 목욕탕>

 

 

<사원 1층 중앙 통로>

석굴암처럼 돌로 짜 맞춘 천정 구조와 기둥 위의 무늬들이 아름답다.

 

 

목욕탕 위턱에 일행을 모아 놓고 가이드가 뭔가를 설명했는데 아마 그 목욕탕이 높은 위치에 있고 바닥이나 테두리를 돌로만 쌓았는데도 물이 새지 않는다는 축조 방식에 대해 설명했던 것 같다. 계단을 내려가 확인해보니 마당이 아니라 돌로 귀를 맞춘 목욕탕이 틀림없다. 크메르인들의 뛰어난 건축기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반 층 위(사원 1층) 복도 한 쪽에 다른 곳에서 옮겨놓았다는 불상 몇 기가 요란한 파라솔과 금빛 깃털 같은 장식에 사이에 있는데 캄보디아에 온 이후 처음으로 본 불상다운 불상이었다(다른 곳의 불상은 힌두교 성격이 너무 강해서 전혀 불상 같지가 않다).

 

 

<사원 1층 복도의 불상들>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정상적(?)인 불상. 힌두교식으로 팔이 4개가 아니라 시무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곳은 힌두교 사원이므로 후대의 불상을 다른 곳에서 옮겨 놓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원 중앙의 마당같은 목욕탕 턱에서 설명을 듣는 일행>

오른쪽 아래에 살짝 보이는 목욕탕은 돌 틈으로 물이 전혀 새지 않았다고...

 

 

무너진 돌 더미가 가득한 사원 안쪽 마당을 돌아 나와 간 곳은 중앙 성소로 올라가는 그 무시무시한 계단이 있는 곳. 계단까지 가는 동안 우리 눈에는 사원이 온전한 것 같은데도 회랑과 성소 사이를 둘러싼 좁지 않은 마당에 돌 더미가 더 있다. 어디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들인지, 그리고 저것을 모두 제 자리에 맞춰 넣을 수 있기는 한 건지...

 

동쪽 오른쪽에 있는 3층 중앙 성소를 향해 오르는 계단은 안전을 위해서 가파른 원래의 돌계단 위에 폭을 넓힌 나무 계단을 덧씌우고 오르는 계단과 내려오는 계단으로 가운데를 나눈 후 손잡이를 설치했다. 유적도 보호하고 관람객도 보호할 수 있는 방책이다. 같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면서 무식하게 무덤을 훼손해가며 계단과 손잡이를 설치한 중국 집안의 광개토대왕릉이나 장수왕릉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었다.

 

 

<중앙의 마당에 앉아 설명을 듣는 일행>

 

 

<중앙 탑과 회랑 사이의 마당. 아래는 아직 자리를 못 찾은 건물의 잔해들>

 

 

<안전장치가 없는 남쪽 면의 계단>

당연히 아래에 출입금지 표지가 있지만 앙코르 와트 유적 중 이 가파른 계단들은 가장 무서운 곳이다! 실제로 서양인 관광객이 이 계단을 오르다 낙상해서 죽었다고 한다.

 

 

<3층 중앙 성소로 올라가는 무시무시한 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