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앙코르 왓 답사기13 (프랑스 장관을 도둑질하게 만든 반띠아이 스레이의 조각1)

큰누리 2012. 5. 31. 14:51

1/17. 1차 답사지 - 세계 최고의 조각예술 반띠아이 스레이 사원

답사 마지막 날인 오늘은 오전에 세계 최고의 조각예술이라는 반띠아이 스레이 사원 답사, 오후엔 톤레 샵 및 수상촌 관광재래시장을 들르고 마지막으로 지뢰박물관과 왓 트마이를 답사한다. 반띠아이 스레이와 재래시장은 기대가 되지만 전쟁과 보트피플, 킬링필드로 대표되는 오후 방문지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웠다. 일찌감치 일어나 그 동안 익숙해진 호텔과 주변을 돌며 사진촬영을 하고 9시쯤에 반띠아이 스레이로 출발했다.

 

차창으로 시골풍경을 찍으며 버스로 한 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반띠아이 스레이 입구에서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씨엠립은 인근의 앙코르 관련 유적으로 형성되고 그걸로 먹고 사는 곳이니까 우리가 그 동안 캄보디아에서 본 곳은 시를 중심으로 반경 10km를 안 벗어났을 것이다. 여행 중에 지나친 곳은 모두 무성한 나무들로 된 녹색 지평선에 움막 같은 집만 드문드문 있을 뿐 산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는데 이곳에 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평야지대 마을의 봉긋한 뒷동산만 했다. 석양이 아름다운 쁘놈 바껭 사원에 이어 두 번째 만난 산이다.

 

 

<반띠아이 스레이 입구의 관광 상품 가게> 오른쪽이 두 번째로 본 산 

 

 

주차장과 진분홍빛 수련이 떠있는 개울을 건너 띠 같은 풀로 지붕을 엮은 관광 상품을 파는 큰 가게가 죽 늘어서 있고 그 뒤로 논이 있다. 산과 논, 개울 3박자가 다 맞아서인지 지금까지 본 곳과 달리 이곳은 유난히 깔끔하고 풍요로워 보인다. 도랑 같은 냇가에서 수련을, 가는 길목에서 우리나라의 나팔꽃을 닮은 하얀 식물과 길가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잡초처럼 깔려있는 미모사를 만났다.

 

5분 정도 적토 길을 걸어 유치한 분홍색 유네스코 유적 기둥이 있는 반띠아이 스레이에 도착했다. 눈앞의 반띠아이 스레이, 한마디로 너무 앙징맞다! 반띠아이 스레이는 ‘여인들의 성채’란이지만 여인들의 삶과는 무관한 힌두교 사원이다. 섬세한 아름다움 때문에 붙은 이름일 것이다.

 

 

<반띠아이 스레이 입구, 가게 뒤의 풍경>  

 

 

 <반띠아이 스레이 입구의 수련> 

 

 

<반띠아이 스레이 입구의 나팔꽃을 닮은 식물> 

 

 

<반띠아이 스레이 입구의 잡초(?) 미모사> 

 

 

<반띠아이 스레이 입구> 

 

 

주황색 흙 위의 아기자기한 조각을 한 정문에 서니 내 키 남짓이다. 모든 건물이 작고 귀엽다! 키 큰 사람은 이곳에서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어느 문이 머리를 들이칠지 모른다. 왕이 지은 사원처럼 건물이 크면 반역 의심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지었다나? 덕분에 우리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미니어처 같은 유적을 보고 있다. 작아서 귀여운 이 문 위(상인방)를 어쩌면 그리도 예쁘게 꾸며놓았는지, 도대체 건축 재료가 돌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건축의 색깔은 어찌 또 그리 예쁜지 약간 붉은 기를 띤 황금색(분홍색 사암과 붉은 라테라이트가 건축 재료)이니 축조 당시에는 얼마나 화려했을까?

 

 

<반띠아이 스레이의 주 건축 재료인 라테라이트>  

 

 

<반띠아이 스레이 정문>  

 

 

<반띠아이 스레이 정문의 상인방>

코끼리를 탄 힌두교의 인드라 신 조각인데 돌로 조각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하고 아름답다! 돌로 조각한 작품, 맞아? 

 

 

정문 상인방의 코끼리를 탄 인드라 신상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데 다른 관광객이 통로가 좁다고 비끼란다. 브라만 승려(인도의 최상위 계급, 이곳은 왕족출신 승려가 세웠다)가 세운 사원이니 만큼 굴곡이 있는 상인방에 무늬 테를 두르고 그 안에 힌두교 신을 중앙에 배치한 후에 나머지 공간은 식물 덩굴무늬를 촘촘하게 새겨 넣었다. 상인방 양쪽에는 나가(7頭 뱀)가 있고 그 아래의 기둥도 연꽃이나 식물로 섬세한 장식을 하고 무늬가 끝나는 부분에서는 매듭 모양을 새겨 넣었다. 수많은 문 위의 상인방이 이런 구조이고 어느 곳 하나 소홀함이 없다.

 

프랑스의 문인이면서 장관까지 지낸 앙드레 말로이 사원의 조각을 훔쳐가려다 들켜 실형을 받는 수모를 당했다는데 멀쩡한 사람도 도둑질하고 싶게 만들 것 같은 정말 앙징맞고 예쁜 조각들이다. 앙코르 와트에서 본 주판알을 세운 것 같은 창살은 이곳에도 있는데 섬세한 손길과 정교한 계산을 요하는 이 창살조차 이곳에서는 뒷전으로 밀린다. 이곳의 모든 것, 특히 상인방들과 중앙 쪽의 장서각은 문짝 하나조차도 세계 최고수준의 조각 작품이다.

 

 

<반띠아이 스레이 정문을 들어선 직후의 안쪽 풍경>

사람 가슴 높이의 이 돌이 뭐였더라, 링가 같기도 하고... 

 

 

<반띠아이 스레이안에서 본 정문 쪽 풍경>

사람이 너무 많아 나오면서 다시 찍은 사진... 

 

 

<반띠아이 스레이의 회랑>

진입로에서 본채까지 중간쯤의 위치에 좌우로 있다.  

 

 

 <반띠아이 스레이의 정면 진입로>

 

 

<반띠아이 스레이 안쪽의 문과 상인방> 

중앙 성소까지 이런 문을 몇 개 더 지나야 한다.

 

 

<반띠아이 스레이의 안쪽 상인방>1 

 

 

<반띠아이 스레이의 안쪽 문과 상인방> 

 

    

<반띠아이 스레이의 안쪽 상인방>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