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 곰배령의 계곡과 야생화

큰누리 2012. 6. 9. 01:04

 

 

 

곰배령, 분주령, 선자령, 함백산야생화로 유명한 곳이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점봉산에 있는 곰배령은 유명세에 비해 워낙 오지여서 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하루 입산 허가 인원이 250명 제한에 최소한 하루 전 예약 해야한다. 몇개 여행사에서 그 인원을 독점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애써 갔다가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곰배령은 또한 진입로가 험난하다. 몇 번이나 귀가 멍멍하는 것을 감수해야 하고 배 멀미에 준하는 차안에서의 요동도 감수해야 한다. 길이 뚫리기 전에는 빚지고 도망한 사람이나 세상을 등진 사람 정도만 산 곳이라고 한다.

 

철이 맞지 않아 유명세에 비해 야생화 상태가 성에 차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꼭 가볼 만한 곳이다. 여름에는 바디나물, 둥근이질풀, 동자꽃, 여로, 염아자(영아자), 노루오줌, 꼬리풀 등의 야생화가 지천에 널려있다. 야생화에 눈썰미가 있다면 독초이면서 이미 꽃이 진 각시투구와 박새, 터리풀 등도 흔히 볼 수 있다. 

2시간 30분여에 걸쳐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개울을 따라 이어진 숲길과 주변의 다양한 나무들과 야생화들 때문에 눈이 무척 즐겁다. 이끼 낀 고목과 엄청난 크기의 관중(고사리 비슷한 식물) 숲, 조릿대 숲, 하늘로 치솟은 자작나무 닮은 거제수들빼꼼히 고개를 내민 말나리와 분홍색 노루오줌 군락, 꿩의 다리, 노란 뱀무 등... 

 

해발 1200m가 넘는 고산이지만 매표소까지 차가 들어가기 때문에 걷는 구간은 해발 500여m 정도(실제 걷는 거리는 10배 이상 길고..!)로 잡으면 될 것 같다. 따라서 초보자도 큰 무리없이 오를 수 있다.

처음에는 야생화를 볼 욕심으로 갔지만 거의 정상까지 따라오르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계곡과 이끼들이 더 인상에 남는다. 우리가 간 날은 비가 오락가락해서 사진을 촬영하기에 아주 나빴다. 무성한 숲에서 제대로 된 사진 찍기는 어차피 어려우니 맑은 날이어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렌즈에 빗방울이 튀고 김이 자꾸 서려 애를 좀 먹었다.

 

 

 <곰배령의 야생화들1>

1단(꼬리풀, 꿀풀), 2단(꿩의다리, 뱀무), 3단(말나리, 벌개미취), 4단(여로, 물봉선) 

 

 

곰배령의 야생화들2

1단(석잠풀, 선등갈퀴), 2단(염아자 혹은 영아자, 참취), 3단(터리풀, 짚신나물), 4단(초롱꽃, 큰까치수영 혹은 큰까치수염)

 

 

 <곰배령 매표소의 주차장과 식당>

주로 여행사를 통해 버스로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주차 때문에 신경 쓸 일은 없다. 새벽에 출발해서 중간에 휴게소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하산해서 오후 3시에 이 집에서 산채비빔밥을 먹었다. 식당이라야 이 집 하나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간장과 식초에 저린 명이나물(산부추잎 절인 것)이 일품이다. 등산하느라 땀을 됫박으로 쏟은 뒤 이 집에서 한잔 걸친 옥수수 막걸리도 갈증 해소에 최고였다!

 

 

<곰배령 입장 및 하산 시간, 입장 시 주의사항 등>

여행사를 통해서 갔기 때문에 입장료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루 입장 250명 제한 때문에 개인이 예매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대부분 여행사에서 선점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전에 예약한 내용과 주민증을 일일히 대조한 후 출입증을 배부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쬐끔 길다. 따라서 신분증이 있어야 하고 예약시간에 절대 늦으면 안 된다. 시간 단위로 인원을 잘라서 들여보내기 때문에 예약시간에 늦으면 입산을 거부 당할 수 있다.

 

등산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사람 기준으로 등산에 2시간 30분, 하산에 2시간, 총 4시간 30분 정도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길어서 등산 못지 않게 하산 시간이 긴 점이 다른 산과 다르다. 하산 시간은 정상에서 여름 기준으로 오후 4시로 상당히 엄격하다.

 

 

 <목걸이형 곰배령 입산허가증>

서울성곽돌기할 때 말바위쉼터에서 받은 북악산(백악산) 출입증이 생각났다.

 

 

<매표소에서 30분 쯤 걸어서 만나는 유일한 강선마을 이정표>

이 마을은 매스컴에도 소개된 곳이다. 예전에는 토박이(?)나 정말 산이 좋아서 들어온 사람들만 살다가 요즘엔 숙박업으로 돈 벌려고 들어온 외지인들이 더 많다나? 여기 주민들은 입구(매표소)까지도 워낙 멀어서인지 세 바퀴 달린 개량 오토바이 같은 것을 타고 다닌다.

 

 

<곰배령 올라가는 길의 계곡>

이 계곡, 진짜 마음에 들었다. 물소리가 좀 시끄럽긴 하지만(!) 깨끗하고 볼거리가 참 많다. 아담한 폭포, 징검다리, 예쁜 바위 등... 중간에 어긋나는 곳이 더러 있지만 거의 정상까지 등산로를 따라 나란히 올라간다.

 

 

 <강선마을 입구의 꿀 채집통>

뚜겅 모양새가 다른 곳과 좀 다르다.

 

 

<강선마을 입구의 이정목들>

 

 

<곰배령 입구의 강선마을>

사진 왼쪽으로, 말끔하지만 모양새가 똑같은 산장들이 막 들어서는 중이다. 지금은 이집만 달랑 보이지만 몇년 지나면 산장촌이 될 것 같다.

 

 

<계곡의 징검다리>

계곡을 가로지르는 유일한 징검다리이다. 왼쪽으로 엄청난 크기의 이끼 낀 커다란 보호수가 있다. 이 다리는 물이 불으면 잠긴다는데 우리는 다행히 등산화만 살짝 적시며 건넜다.

 

 

<곰배령 등산로의 거제수나무와 고사목>

거제수나무는 줄기가 하얀, 자작나무의 사촌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녹색 이끼가 낀 고사목을 등산로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관중과 참나무 숲길>

관중은 고사리과 식물인데 상당히 크고 점봉산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 제주도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마치 열대림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시원한 아담 size 폭포>

이런 곳이 몇 개 있다.

 

 

 <등산로의 전나무 고목>

곰배령(점봉산)은 국가 장기 생태모니터링 연구지역이다. 강릉대 모교수님이 전나무와 참나무(신갈나무)를 조사 중이니 함부로 훼손하거나 출입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을 많이 세워놓았다. 연구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숲에서 뭔가를 열심히 재고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곰배령 이정목>

주변의 아름다운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여기 쯤 오면 슬슬 지치기 시작해서 정상은 왜 안 나오나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이, 이... 0.7km에 도달하기가 어찌 그리 멀고 고통스럽던지...

 

 

<고사 직전의 나무와 관중, 터리풀>

터리풀은 이곳의 특산종인지 입구의 안내판에도 많이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꽃이 지고 잎만 남아서 일반인은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다.

 

 

<참나무에 기생한 산일엽초>

 

 

<드디어 정상이 보인다!>

특이한 점은 정상부근에 가래나무가 많다는 점이다. 호두와 많이 헛갈렸는데 열매 꼭지부분을 보고 가래나무라는 판단을 내렸다(따라서 틀릴 수도 있다!). 사진에서 주로 보이는 것은 참나무 군락이고 오른쪽 끝으로 가래나무, 그 아래로 선명한 주황색 동자꽃이 보인다.

 

 

 <곰배령 정상에서 야생화를 관찰하는 사람들>

 

 

<곰배령 정상의 바디나물 군락>

보라색 영아자(염아자)와 하얀 참취꽃, 노란색 두메고들빼기가 섞여있다. 곰배령 정상에서 가장 많이 만난 야생화는 바디나물, 둥근이질풀, 노란 뱀무, 꿀풀, 꼬리풀, 여로이다. 산 전체로 볼 때 가장 흔한 것은 분홍색 노루오줌이었다.

 

 

<곰배령 정상>

목도를 따라 야생화를 관찰한다. 목도 중간에 뚫린 곳이 있어 꿀풀을 찍으러 나간 사람들 모두 어떤 여자 분한테 야단 맞았다. 하산 시간이나 탐방객을 감시(?)하기 위해 낮시간에 관리인 1명 쯤을 파견하는 것 같다.

 

 

<곰배령 정상의 점봉산 출입금지 안내판>

 

 

<곰배령 정상의 장승>

전면의 산은 점봉산 정상인 듯 하다. 야생화 전문가인 김태정님의 책을 통해서 귀에 익은 산이다.

 

 

<곰배령 등산로의 관중 군락>

 

 

<가래나무 열매>

(호두가 아닌 가래나무가 맞다면) 가래는 중국에서 호두가 들어오기 전까지 제사상에 오르던 귀하신 몸이다.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가장 많이 본 노루오줌 군락>

 

 

<동자꽃>

 

 

<정상에서 가장 많이 본 야생화 중의 하나인 둥근이질풀>

이름이 좀 거시기한 이유는 이 풀이 이질 치료에 쓰였기 때문이다.

 

 

<가장 잘 찍힌 말나리>

꽃은 지천에 깔렸지만 빛이 모자라 야생 말나리는 이거 한 장 달랑 건졌다. 말나리랑 비슷하지만 꽃이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서면 하늘나리라고 부른다.

 

 

<곰배령 정상의 바디나물(사약채) 군락과 바디나물(사약채)>

야생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산방형(우산모양)의 하얀 꽃만 보고 이름을 알아내는데 얼마나 애를 먹는지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