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양떼목장은 이미 많이들 다녀왔거나 최소한 들어라도 봤을 텐데 나는 이놈의 양떼목장과 인연이 없다. 내가 <나홀로 테마 여행> 카페와 인연을 맺은 것은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제목에 필이 꽂혔는데 당시에 나홀로 테마 여행의 진행 프로그램이 '양떼목장 견학'이었다.
눈으로 보고 직접 경험한 게 아니면 믿지 않는 아날로그 세대인 나는 점만 찍어두었더랬는데 우연히 동생과 얘기를 하다가 동생으로부터 나홀로...와 광나루님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동생은 이미 나홀로...에서 몇 차례의 활동을 한 상태였다. 그래서 안심하고(!) 가입을 했고 가입하자마자 처음 행사인 능원묘답사부터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 인연 때문에 내게 ...목장이란 단어는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바람처럼(!) 훌훌 여행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고 가입한 '나홀로 테마 여행' 카페에서 맨 처음 행사라는 이유로 들이밀었던 능원묘답사는 '나홀로 테마 여행' 카페의 메인이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첫 만남의 대상이 망자라니...ㅎㅎ. 하지만 역사를 워낙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능원묘답사 단골이 되었고 묘지 답사를 하러 야산, 풀밭으로 1년 반을 미친 듯이 따라다녔다. 내가 좋아한 분야와 당시 무언가 탈출구를 찾지 않으면 안되었던 절박한 상황이 딱 맞아 떨어져서였을 것이다. 그렇게, 딱히 원해서 시작하지 않았다하더라도 내게 나홀로...와 능원묘답사는 중년을 넘으며 맞닥뜨린 인생에 대한 회의와 상실감을 극복하게 해준 친정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인연으로 동물의 젖 한 번 짜본 적 없지만 '목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친숙한 느낌이 들곤 한다. 삼양 대관령목장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존재도 잘 몰랐다) 패키지에 끼어있었다.
이번 여행은 딸과 동행했다. 우리는 정말 필요한 단어 몇 마디 외에는 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남들 보기엔 '이상하지만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여행을 했고 나나 딸, 모두 만족했다.^^
<대관령 삼양목장 안내도>
대관령의 목장이라면 일반적으로 아기자기하고 가족과 함께 체험하기에 좋은 '양떼목장'을 떠올린다. 그에 비해 삼양목장은 좋게 말하면 '널널하고', 나쁘게 말하면 '엉성하고 밋밋한' 목장이다. 넓기만 하고 양이나 삼양을 대표하는 젖소는 딱 한 곳만 있는... 우리는 그래도 탁 트이고 넓은 공간이 좋아서 괜찮은 점수를 주기로 했다. 복실복실한 양들을 직접 만져보고 싶으면 양떼목장을 가고, 드넓은 풀밭을 보고 싶으면 삼양목장을 가면 된다.
<삼양대관령목장 입구(매표소)의 셔틀버스>
목 좋은 일정한 구간마다 서는 빨간 삼양 셔틀버스가 이곳에 있는데 수가 모자라는지 보라색 관광버스가 섞여있다.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목장 입장료도 낸다. 넓은 목장에서 양이나 젖소를 키우는 것 못지않게 목장 자체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것도 훌륭한 발상이란 생각을 했다.
<영화 촬영지 안내판>
넓은 풀밭이라서 자연스런 (러브) 스토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지 모른다. 가끔 영화 촬영지란 표지가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거나 영화 촬영을 할 정도면 비쥬얼적인 가치는 충분히 있다!
<삼양 대관령목장의 선자령 풍력발전기와 관람객용 목도>
어찌어찌하다 우연히 이 풍력발전기가 줄지어선 곳이 야생화로 유명한 선자령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며칠 후면 나는 이곳 정상을 걷고 있을 것이다. 들은 바로는 이 풍력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는 강릉시에서 사용하는 상당량을 커버할 수 있다고 한다.
<삼양 대관령 목장의 표고와 조망>
해발 1,020m라면 상당한 고도이지만 차량출입이 가능한 목장 입구가 이미 상당한 고지대이고 목장 안에서는 버스나 완만한 목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특별히 힘들 일은 없다. 깨끗한 동물들이 노니는 풀밭을 거니는 꽤 우아한 코스이다. 관광코스여서 그런지 방목한 양이나 젖소가 워낙 적어서인지 동물 우리 부근에 가면 의례 풍기는 구수한(!) 냄새도 전혀 없었다.
<삼양 대관령 목장의 양들>
기업의 이미지로 보아 양은 이 목장의 메인은 아니다. 그런데도 양은 드문드문이긴 하지만 볼 만큼 있다. 문제는 이 양들이 엉덩이를 한 번만이라도 쓰다듬어보고픈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관광객들이 '양孃!, 양君!' - 인간은 절실한(?) 상황에서는 똑같은 모습을 취하거나 부른다-을 애타게 불렀지만 양들은 도도하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대표 브랜드인 젖소는 딱 한 곳에 있었지만 유감스럽게 시간에 쫓겨 그냥 지나쳐야 했다. 시간이 넉넉했어도 넓은 풀밭에서 유유자적하는 젖소를 만져볼 가능성은 희박하다. 요즘은 특히 구제역 때문에 관광객을 위해 최소한의 양과 젖소만 내놓은 것 같다.
<삼양 대관령목장의 마타리>
이 목장의 언저리(메인은 다 밀어버린 풀밭이니까)를 돌면서 느낀 건데 '대관령'이라는 단어답게 야생화가 많다는 것이다. 자연산 달맞이장구채, 마타리, 물봉선 등을 많이 보았다. 여건이 된다면 느긋하게 주변에서 묵으면서 꼼꼼하게 야생화를 찾고 싶을 정도로 욕심이 났다. 사진의 마타리는 야생이 아니라 재배한 것이다.
<삼양 대관령목장 풍경>
<삼양 대관령목장 관광 코스>
1.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정상 못미쳐까지 올라간 후,
2. 풀밭과 선자령 능선의 풍력발전기을 조망하고,
3. 목도를 따라 걸어내려오면 양떼들과 젖소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4. 인공으로 조성한 마타리, 부처꽃, 코스모스 군락 등을 볼 수 있다.
5. 나오기 직전 마지막 위치에 타조 우리가 있다.
6. 입구까지는 타조 우리(젖소상 있는 곳)에서 시내를 끼고 꽤 걸어내려와야 하는데 그 코스에 야생화가 집중적으로 있다.
<삼양 대관령목장에서 두 번째로 양떼들을 전망할 수 있는 곳>
이곳은 중턱 쯤에 위치해 있는데 양떼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궁둥이라도 한번 쓰다듬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관광객들이 '양양, 양군!'을 부르는 간절한 외침을 들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타조목장 입구의 젖소상>
젖소는 왜 우편가방을 매고 있을까?
<타조 우리 입구의 타조 알과 타조들>
왼쪽의 깃털과 비교하면 알의 크기를 짐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타조는 목장이라는 특성 때문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삼양 대관령목장의 흰각시취>
잘 관리된 대관령 삼양목장 안에서 야생화를 보는 것은 쉽지 않고 이곳에 올린 야생화들은 입구에서 촬영한 것이다. 각시취는 이도백하에서 백두산 가는 길에 눈에 박힐 정도로 많이 본 식물이다. 들풀이라기엔 키가 엄청나게 큰... 이곳의 각시취 키는 아담하다.
<오이풀>
<달맞이장구채>
꽃의 모양새가 장구채를 닮아서 붙은 이름... 실물로 본 것은 나도 처음이다.
<흰이질풀>
풀밭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그야말로 잡초이다. 이름이 뭣한 이유는 이질 치료에 쓰여서이다.
<물을 좋아하는 물봉선과 흰물봉선>
이 친구들을 만나면 부근에 반드시 개울이나 물이 있다.
<삼양 대관령목장 입구의 풍경>
<삼양 대관령목장 입구의 편의시설>
이곳에서 유제품이나 라면을 구입하면 저렴하다고... 나는 시간에 겨우 쎄입을 해서 들어갈 엄두도 못냈다!
<위 시설의 자작나무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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