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함양 개평마을의 일두(정여창)산책로

큰누리 2012. 6. 9. 01:12

함양... 함양은 영남 유림의 본산을 꼽을 때 '좌(左) 안동, 우(右) 함양'이란 말 때문에 막연한 동경처럼 머리에 남은 곳이다. 얼마 전 함양 관련 TV 다큐 프로그램에서 두루마기를 입고 팔자걸음을 한 분이 문중 모임에 가는 배경을 보면서 '아직도 저런 곳이 있구나, 흙담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출발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줄줄이 정자와 화림계곡이 떴다. 목표였던 화림계곡의 정자는 폭우로 동호정만 들를 수 있었다.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른 곳이 개평마을이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화림계곡보다 개평마을이 훨씬 좋았다!

 

조선 시대 동방 5현의 한 사람으로 꼽혔던 일두 정여창 선생의 산책로 따라 개평마을 외곽을 한 바퀴 둘러보고 일두 선생의 고택을 둘러보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시간을 좀더 할애하면 마을 안의 하동 정씨 고가, 근대 바둑의 대가인 사초 노근영의 생가인 노참판댁 고가, 오담 고택, 풍천 노씨 대종가 등 100여채의 한옥과 도곡서원을 둘러볼 수 있다.  일두 고택은 TV 드라마 '토지'의 촬영장소이자 악양 토지 세트장의 최참판댁 모델로도 유명하다.

 

 

<개평마을 입구 표석과 일두 고택 안내판> 

 

 

 

<개평마을 입구의 정미소>

정미소는 어릴 적에 가장 호기심이 발동하고 자주 대할 수 있었던 내 놀이터였다. 겁도 없이 피댓줄을 따라 움직이는 곡식 알갱이들을 만지작거리며 놀았다. 그 추억으로 정미소 안을 들여다보니... 수확기까지는 휴업 상태 일 것 같다.

 

 

<개평마을 일두 선생 산책로>

 

 

<산책로 입구의 쉼터(?)>

사진에서는 잘렸지만 왼쪽으로 오래된 느티나무와 평평한 언덕이 있다. 넓은 바위가 있어서 솔바람 맞으며 쉬기에 참 좋은 장소이다. 나무에 그네도 매달았고, 평상도 놓여 있었던 것 같다.

 

 

<일두 선생 산책로 중 첫번째 야산에서 내려다 본 개평마을>

고택들이 즐비한 대단한 마을이다! 서울 근교라면 일찌감치 무슨무슨 '민속촌' 하는 식으로 관광상품이 되었을 텐데, 멀리 있기에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눈앞으로 고가도로가 관통한다.

 

 

<일두 선생 산책로의 탱자나무>

천식치료에 쓰려고 그렇게 찾아도 없는 탱자나무가 야산에서 대나무와 어울려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이렇게 건강하고 무성한 탱자나무는 경주 남산에서 본 이래 처음이다.

 

 

<일두 선생 산책로의 선암정>

 

 

<일두 선생 산책로의 노사초사적비>

사초 노근영(1875~1945) 선생은 근대의 우리나라 바둑계의 제 1인자로 전국을 유랑하며 바둑을 두었다고 한다. 집문서를 걸고 내기 바둑을 자주 두어서 개평리의 노참판댁 고가는 27차례나 집 주인이 바뀌었다고 한다. 경남 문화재 자료 제360호인 노참판댁은 시간 상 들르지 못하고 일두 선생 산책로의 사적비만... 아니다. 어쩌면 마지막에 뒷담으로 들어간 집이 노참판댁이었을 수도 있는데 안내도가 없어서 확실치가 않다.

 

 

<개평마을 들녘>

 

 

<논을 건너 처음 만난 개평마을의 우물>

현재는 깨끗하지 않지만 예전엔 요긴하게 쓰였을 우물이다.

 

 

<일두 선생 산책로의 두번째 야산에서 본 개평마을>

관광객이나 탐방객을 제외하고 1시간 반 동안 마을을 둘러보면서 만난 현지인은 밭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노부부 뿐이었을 정도로 마을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날이 더워서였는지, 아니면 실제 사는 분이 적은 것인지... 나오는 길에 관광버스에서 막 내리는 무슨 국토순례 팀인가를 만났다.

  

 

 

<산책로에 있는, 일두 선생 후손이 운영한다는 정일품농원이 있는 선암공원>

 

 

<선암공원 아래의 경상남도 기념물 제211호 개평리 소나무와 안내판>

기묘하게 휘어진 이 나무를 보았을 때의 그 신기함이라니... 수형이 기가 막히지만 너무 늙어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살아있는 소나무라기 보다 담쟁이의 지지대 같다.  

 

 

 

<전설이 서린 종암우물>

옆의 바가지로 덮개를 열고 넘칠 듯 가득 찬 우물을 떠서 손을 씻었다. 첫번째로 본 논 옆의 우물과는 비교도 안되게 깨끗했고 시원했다. 현재도 사용 중인 모양이다.

 

 

 

<종암우물에서 본 개평마을>

 

 

<일두 선생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서 본격적으로 개평마을로...>

돌과 흙을 섞은 담과 바닥 돌길이 아름답다!

 

 

<일두 선생 고택 앞의 풍경들>

 

 

 

 

 

<사당으로 보이는 건물>

마을을 도는 내내 답답했던 점은 안내판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마을 입구에 안내판이 있긴 했다. 그걸 놓치고 나니 일두 선생 고택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정보가 없었다. 이 집은 이 건물 주변에 흐드러진 분홍색 상사화에 이끌려 대문 대신 뚫어놓은 뒷담 사이로 들어간 집이다. 사당이나 얼핏 본 안내도로 보아 노씨댁 종가가 아닐까 짐작만 했다.  

 

 

 

<고가 이외 지역의 개평마을>

파헤쳐진 전면의 바닥을 보니 집집마다 이미 쌓은 돌담 말고도 여전히 돌들이 널려있다. 앞으로도 100년 이상은 돌담을 쌓거나 보수해도 될 것 같다.

 

 

<마을 밖의 보들>

정보에 의하면 이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 일두 선생이 지었다는 군자정을 비롯하여 거연정, 동호정, 광풍정 터가 있는 화림계곡으로 연결된다.

 

 

 <개평마을의 화려한(?) 고택 이정표>

 

 

<일두 선생 산책로의 식물들>

윗단은 짚신나물과 하늘타리, 두 번째 단은 송장메뚜기와 사위질빵, 세번째 단은 대봉시와 마타리이다.

 

 

윗단은 칡꽃과 구기자꽃, 두 번째 단은 선등갈퀴와 상사화(개평마을에 참 많다!), 세번째 단은 맥문아재비와 이질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