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디카와 맞바꾼 주왕산의 단풍

큰누리 2012. 6. 9. 01:32

사랑하는 내 디카는 갔습니다. ㅠㅠ... 이 주왕산 풍경 촬영을 끝으로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하고 내 곁을 떠났습니다. 

'유세차(維歲次)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에, 미망인(未亡人) 모씨(某氏)는 두어자 글로써 침자(針者)에게 고(告)하노니...' 자신이 아끼던 바늘이 부러지자 슬픈 심정을 글로 쓴 조선시대 유씨부인의 조침문이 내 심정을 조금은 대변하지 않을까 싶다.

 

AS점에서 며칠 전에 들은 비보, "메인이 나갔으니 중고로 바꾸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메인 부품을 교체하는 것보다 중고로 바꾸는 게 5만원이 더 쌉니다."

"친구처럼 6년 동안 손에 익은 디카인데 그래도 살리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돈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새로 DSLR 구입은 자명한 거지만 그래도 부담없이 들고다니기엔 그만한 기종이 없습니다. 너무 익숙하기도 하고요."

"아... 알겠습니다."

 

 

<단양휴게소>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한 이 휴게소에서 내려다보는 단양의 고산지대 풍경이 탁월하다. 바람 불고 비가 와서 촬영 상태불량...

 

 

<주왕산>

전국적으로 최고 단풍 절정기라 꽉 막힌 도로를 뚫고 주산지를 들른 후 마침내 도착한 주왕산.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어져 방수가 된 옷만 빼곤 모자, 손수건은 물이 줄줄... 여행 중 이렇게 심한(!) 비를 만난 건 처음이다. 모든 게 끕끕하고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어 많이 아쉽긴 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덥거나 많이 움직이면 쉽게 지치는 몸에 통증이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차분하게 경치 속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게 좋았다. 비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마력 지녔다!

 

주왕산이 원래 유명하긴 하지만 얼마 전에 '1박 2일'에 나와서 더 유명하단다. 월출산, 설악산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3대 바위산이라는데 대학 시절에 처음 주왕산을 보고 모든 아름다운 산의 장점을 압축해 놓은 산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바위면 바위, 폭포나 단풍, 무엇 하나 흠잡을 게 없다. 특히, 기묘한 바위와 폭포들이 일품이다.

 

입구 주차장에서 맨 먼저 만나는 대전사를 오른쪽으로 비켜 처음으로 도착한 주왕암 앞. 고도가 높고 줄기가 가늘어 평소엔 물이 마르지만 큰 비 덕에 폭포 뒤에서 물줄기를 바라보는 행운을 누렸다. 폭포 뒤엔 은나라 주왕이 머물렀다는 주왕굴이 있고... 은나라의 폭군이 뜽금없이 왜, why 머나먼 신라 땅에다 전설을 잔뜩 남기고 죽었다는 것인지 정말 의문이다. 주왕굴, 주왕암, 주왕산성(자하성) 등 주왕과 관련된 것들이 아주 많다. 하긴 '주왕산'이란 지명도 한자로 周王이 아닌가? 

 

 

 

 

<주왕굴에서 본 주왕암 뒤의 폭포>

윗 사진의 선들은 폭포가 아니라 빗줄기이다. 아래 사진이 폭포 물줄기...

 

 

 

<주왕굴을 보고 되돌아나오는 길의 주왕암>

규모는 작지만 본사인 대전사보다 훨씬 볼거리가 많다. 오미쿠지(... 사진 왼쪽. 종이에 소원을 적어 줄에 꽂은 것)와 바위 사이에 올라앉은 가학루, 나한전 등...

 

 

<위용이 전설 만큼이나 돋보이는 급수대 원경> 

급수대는 후사가 없이 죽은 신라 37대 선덕왕의 뒤를 이을 뻔 했으나 하필 그 시각에 경주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던데다 홍수로 알천이 범람하여 건널 수 없자 대신들의 의결로 상대등 김경신에게 왕위를 넘겨야 했던 비운의 무열왕 6대손 김주원이 주왕산으로 물러나 대궐을 짓고 식수를 조달하기 위해 계곡의 물을 퍼올렸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바위이다. 이 바위는 제1폭포 바로 앞에 있고 아래 사진은 원경이다.

 

 

<주왕산에서 가장 기묘한 바위 시루봉>

 

 

 

<시루봉 주변 풍경>

 

 

<주왕산 제1폭포로 진입하는 다리>

 

 

 <주왕산 제1폭포>

주왕산의 비경으로 제1폭포를 꼽는 사람이 많다. 정말 아름다운데 앞에 거대한 학소대가 위치하고 있어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다. 폭포가 다 그렇지만 이곳도 가물면 볼품이 없다고... 물줄기도 아름답지만 떨어진 물이 고이는 폭포 아래의 넓은 沼도 아름답다. 위로 제2, 3폭포가 있지만 시간이 모자라 생략하고...

 

 

<제1폭포 바로 앞의 학소대>

학소대란 이름이 붙은 명소들은 주왕산 말고도 더러 있다. 대체로 단순하며 높고 큰 바위에 붙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1폭포에서 이어지는 계곡과 길>

 

 

 

<길가의 새끼폭포>

평소엔 자그마한 물길이었을 곳이 폭우로 인해 작은 폭포가 되었다. 어느 유명 폭포 못지 않은 아름다움...

 

 

<천재지변으로 신라 38대 왕이 될 기회를 놓친 김주원의 전설이 서린 급수대>

시루봉과 더불어 가장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바위이다.

 

 

 

<급수대 아래 풍경>

사진 곳곳에 빗방울이...

 

 

 

<제1폭포에서 매표소로 나오는 길의 계곡 풍경>

 

 

 

 

<주왕산 대전사>

주왕산을 들어갈 때 내는 문화재구역 입장료는 대전사에서 징수하는 것이라고... 보광전이 보물이긴 하지만 절이 온통 공사 중이라 오래된 절이란 느낌이 전혀 없었다.

 

 

 

 

 <매표소에서 본 주왕산과 보>

비가 많이 오니 보에서 흐르는 물이 철원의 직소폭포 같다. 구름에 잠긴 주왕산의 원경이 아름답다.

 

 

<귀경 길의 박달재광장 휴게소>

귀에 익숙한 박달재, 하지만 비와 엄청난 단풍관광객으로 길이 막혀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하루 일정으로 감당하기엔 너무 빡빡한 일정이고 디카까지 날렸지만 주왕산은 그래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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