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4시간 30분의 선자령 트레킹1

큰누리 2012. 6. 9. 01:16

 

 

 

선자령은 올해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나보다. 야생화로 유명한 곳이려니 생각하고 동경만 했는데 오가며 그리고 직접 트레킹까지 올여름에 3차례나 다녀왔으니 말이다. 지금도 선자령 정상에서 맞은 바람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올들어 몸살을 앓아가며 다닌 트레킹 코스 중에 단연 최고였다. 그 유명한 바람을 맞으며 지천에 널린 야생화를 보고 풍력발전기의 윙윙거리는 묘한 소리 듣는 게 상당히 매력이 있었다.

 

어떤 이는 선자령은 그늘이 없어서 별로라고 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풍력발전기 아래는 그늘이 없지만 대신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광활한 초원이 있다. 코스 중간에 전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울창한 숲도 있고 운무에 잠긴  물푸레나무와 참나무 숲도 있다. 트레킹 중에 숲속을 통과하는 것은 대략 40분 정도이고 나머지 3시간 남짓은 광활한 산자락의 초원을 걸어야 한다. 남들이 4시간으로 잡는 선자령 왕복 트레킹을 나는 30분을 더 걸려서 완주(?)했다. 험하지 않은 평지나 오르막길임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부실한 나는 도중에 쥐가 나서 일행을 놓치고 1시간 여를 혼자 걸어야했다. 유명세에 비해 오가는 이가 거의 없는 가운데 조용한 혼자만의 트레킹은 정말 좋았다. 무섭진 않았지만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선자령에서 함께한 이들을 기다리게 한 것이 부담이 되었다.

 

♣ 선자령은 크게 볼거리가 몇 개 있다.

첫째, 진입로의 개울을 따라 포진한 다양한 야생화 꼽을 수 있는데 물가인 만큼 물봉선, 물양지꽃 종류와 궁궁이나 어수리 같은 미나리과 식물들이 많다. 야생화는 모든 구간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서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는 보라와 흰색의 투구꽃, 구름송이풀 등과 미역취, 쑥부쟁이, 구절초, 각시취 등 모든 종류의 들국화를 볼 수 있다.

둘째, 다양한 나무 볼거리이다. 입구의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운무에 잠긴 중간 숲속의 물푸레나무와 참나무숲 등 다양한 침엽수, 활엽수가 있다.

세째, 광활한 초원과 풍력발전기이다. 땅덩이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선자령처럼 넓은 초원은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선자령을 따라 늘어선 풍력발전기를 두고 어떤 이들은 자연을 훼손했다고 한다.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현 시점에선 드세기로 유명한 선자령의 바람을 친환경적인 풍력발전기를 만들어 인간에게 유익하게 쓴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선자령 입구 표지>

여기까지 진입하는데 양떼목장 때문에 꽤나 붐빈다. 선자령 아래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양떼목장과 삼양목장이 나란히 있는데 선자령과 양떼목장의 입구가 같기 때문이다. 

 

 

<선자령 입구의 아스팔트길>

기상청 산하의 구름물리센터를 지나면 이런 전나무숲길이 나타난다. 제법 긴 아스팔트길도 그렇고 전봇대도 실망스럽지만 어쩌랴? 아스팔트길은  붉은 색까지 종류별로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아스팔트 양쪽에 가장 다양한 종의 야생화가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마 양쪽으로 물이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대관령 국사성황당 입구 표석>

실제로 성황당에 가면 '성황사'라고 되어 있다. 

 

 

<입구에서 30여분 만에 도착한 국사성황사>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굿을 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처음엔 좀 그렇다 싶었는데 듣다보니 억지로 제재하는 것보다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관령 국사성황사>

안을 들여다보니 임경업장군 삘이 나는 장군상이 모셔져 있었다. 정확하게 뉘신지는 모른다.

 

 

<대관령 국사성황사 산신당>

이곳에서 빌 게 많은 분인 모양이다.

 

 

<선자령지역 통제 안내판>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2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3개월,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1개월 반, 합해서 연중 4개월 반은 출입통제 기간이다.

 

 

<본격적인 선자령 진입>

이곳 쯤에 도착하면 구름을 자주 만난다. 즉, 구름 속을 거닐게 된다! 오른쪽에 보기엔 별로인 무슨 건물이 있는데 이정표에 있던 한국 통신중계소가 아닌가 한다.

 

 

<구름에 가린 선자령 맞은편>

침엽수(주로 전나무)와 활엽수의 분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한국통신 중계소?>

 

 

<위 건물 왼쪽 길>

전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울창하고 간간히 참나무가 섞여있다. 선자령을 오를 때 만나는 첫번째 그늘 구간인데 그늘이 깊지는 않다.

 

 

<선자령 트레킹 구간에서 가장 존재감이 돋보이는 바위>

다른 등산코스나 트레킹코스에서는 빈약하겠지만 선자령 코스에서는 가장 돋보이는 바위이다. 입구에서 1시간 쯤 지난 지점인 이곳에서 지나온 길을 조망하면서 잠깐 숨을 돌린다. 이것도 바위라고 그 위에 걸터앉은 사람이 보인다.

 

 

<딱 1개뿐인 선자령 쉼터>

선자령은 보통 갔던 길로 되돌아 나온다. 1시간 남짓 지난 지점에 있는 유일한 쉼터인데 조망에 아주 좋은 곳이다.

 

 

<선자령 쉼터에서 조망한 입구의 한국통신 중계소?>

 

 

<선자령의 두번째 숲, 활엽수림>

비교적 맑은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은 구름에 잠겨있다. 투구꽃, 구름송이풀, 술패랭이 같은 야생화 뿐 아니라 물푸레나무, 참나무 같은 나무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참나무 군락>

 

 

<물푸레나무 군락>

물푸레나무는 가지를 꺾어 물에 담그면 푸른 물이 나와서 물푸레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꽤나 의미가 있는 나무인 모양이다. 북유럽신화의 창세신화에서 근간이 되는 나무 바로 물푸레나무이다. 이그드라실...

 

 

<태양열집광판처럼 생긴...>

참나무와 물푸레나무 숲을 지나 본격적인 초원지대로 들어서면서 처음 만나는 풍경이다. 이 지점부터 나무는 별로 없고 광활하고 매력적인 초원이 펼쳐진다. 초원에는 주로 고려엉겅퀴, 각시취나 쑥부쟁이, 구절초, 미역취 같은 들국화 종류가 잡초와 어울려있다.

 

 

<오르면서 되돌아본 선자령의 초원>

오른쪽으로 풍력발전기가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내게는 이곳부터 정상까지의 초원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드디어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이곳이 처음으로 풍력발전기가 보이는 지점이다. 앞쪽으로는 얼마 전에 다녀온 삼양대관령목장이 있을 것이다.

 

 

<수직으로 올려다 본 풍력발전기>

이 풍력발전기가 바로 그 많은 선자령의 풍력발전기 중에서 유일하게 바로 밑에서 수직으로 올려다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