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단풍으로 물든 대관령 옛길(바우길 2구간)

큰누리 2012. 6. 9. 01:27

트레킹 다녀온 날짜 : 2011년 10월 8일.

걸어야 할 거리는 16km, 40분 정도는 오르막 나머지 3시간 남짓은 내리막 코스.

 

양떼목장, 선자령 입구 주차장 위로 난 샛길을 따라 산길로 들어섰다. 선자령을 오르려면 주차장 오른쪽 구름물리선도센터 앞을 지나 국사당성황사로 오르는데 대관령 옛길(바우길 2구간)은 화장실 옆길로 오르는 모양이다.  구름물리선도센터로 오르는 길은 시멘트로 된 포장도로지만 화장실 앞의 바우길은 억새꽃이 막 피어오르는 초입을 지나자마자 바야흐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길이다.

 

조금 지나니 왼쪽 철책 너머로 양떼목장이 보이고 정상의 오두막집(?)과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는 대관령 옛길(바우길 2구간) 트레킹을 시작하고 철책 너머 사람들은 양떼목장의 정상에서 가족 혹은 연인들끼리 목장을 조망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다. 길진 않지만 바우길 2구간 중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양떼목장과 잠깐 나란히 걷다가 그 구간을 벗어나면 전나무숲이 나타나면서 오른쪽으로 멀리 기상청인지 기지국인지 그 건물이 보이면서 전망이 툭 트인다.

 

푸닥거리 소리를 들으며 전나무숲을 통과해서 도착한 곳은 국사성황사. 일상복 차림을 한 아주머니가 주문(?)을 외우며 막 고스레를 하는 중이다. 쉬는 시간이 길어져 성황사 주변을 둘러보니 재래종 허브인 향유(노야기)가 개울가 풀밭에 가득하다. 폐쇄된 성황사 오른쪽 등산로 약간 앞쪽의 가파른 산길을 올라 선자령과 바우길 2구간이 갈라지는 곳에 도착, 본격적으로 바우길 2구간 트레킹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만난 이정목마다 '강릉 바우길'이란 글씨 중에서 '강릉'이 지워져 있다. '바우길'은 우리에게 '강릉 바우길'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지나온 길은 강릉이 아니라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이다. 선자령과 보광유스호스텔 이정목이 있는 곳에서부터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내리막길이라 쉬울 것 같지만 나 같은 관절염환자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는 길이다. 꽤 높은 산 정상(700m)에서부터 평지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걸어 내려간다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런 코스는 처음이라 흥미롭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했다. 중간에 반정에서 쉴 수 있다. 반정은 옛날 구비구비 버스를 타고 강릉이나 동해안을 넘어가던 구 대관령길에 있는 가장 큰 쉼터이다.

 

선자령 입구에서 반정까지 3, 40분 정도 내려오는데 그 코스도 무척 아름답다. 각종 활엽수들이 우거지고 푹신한 숲길이 이어져 눈과 발이 즐겁다. 중간중간에 대관령을 주제로한 시인들의 시비가 세워진 점 이채롭다. 험한 그 곳을 자전거로 산악트레킹하는 이를 만났다! 앞지르기엔 부족하고 한 사람이 걷기에 약간 여유있는 그 길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자전거 위에서 앞의 긴 대열을 기다리다 비켜가다 하는 그 분의 넉넉한 성격이 놀라웠다.

 

어쨌거나 나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바우길 2구간의 1/4쯤 되는 반정에서 트레킹을 접었다. 나머지 3/4은 침엽수림 구간인데다 관절에 무리가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약자(?)를 위해 반정에서 대기 중이던 차를 타고 대관령박물관에서 박물관 관람도 하고 주변의 식물과 곤충사진을 찍으면서 여유있게(!) 기다렸다. 정확히 2시간 뒤에, 땀범벅이 됐지만 흐믓한 얼굴로 산을 내려오는 일행들과 대관령박물관 주차장에서 상봉했다. 

 

 

<대관령 옛길(바우길 2구간) 안내도>

대관령 옛길은 17개인가 13개가 있다고 들었다. 

 

 

<양떼목장, 선자령 입구(구 영동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되는 바우길 2구간의 단풍들>

이 길은 별도로 '양떼목장길'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단풍나무가 많아 빨간 단풍이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양떼목장으로 이어지는 계단>

아래 계단을 올라서면 양떼목장을 왼쪽으로 100m 남짓 끼고 걷는 구간이 이어진다. 

 

 

<양떼목장과 정상의 조망지>

 

 

 

<양떼목장 맞은편 원경>

사진 상으로 왼쪽으로 조금더 올라가면 선자령으로 풍력발전기들이 능선을 따라 줄줄이 이어진다. 

 

 

<양떼목장길 끝부분의 전나무숲>

 

 

<바우길 1, 2구간 분기점 이정목>

바우길 앞에 지워진 '강릉'이 희미하게 보인다.

 

 

<대관령 탄생숲>

바로 앞에 국사성황당이 있다. 굿소리가 들리는 중... 

 

  

<대관령 탄생숲에서 국사성황당 사이 숲길>

 

 

<대관령 국사성황사와 성황사>

이 건물 말고 오른쪽 위로 산신당이 하나 더 있다. 

 

 

 

<선자령과 바우길 2구간 분기점>

왼쪽으로 몇 백m만 올라가면 본격적인 선자령으로 들어선다. 나와 일행은 오른쪽 보광유스호스텔(바우길 2구간)으로...

 

 

 

<대관령 옛길(바우길 2구간)의 첫번째 내리막 코스>

참나무 낙엽으로 숲길에 쿠션을 깔아놓은 것처럼 푹신하고 편안하다. 긴 거리가 부담스러우면 대관령주차장(구 영동고속도로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게재한 사진 처음 구간부터 반정까지, 그것도 부담스러우면 구름물리선도센터 쪽으로 걸어올라 이곳부터 반정까지 걸으면 좋을 것이다. 이곳부터 반정까지 내려가는 시간은 30분 정도...

 

 

<김시습시비>

현대 시인의 시비도 있다. 시비 모양은 동일...

 

 

<산악자전거 트레킹 중...>

그냥 걷는 것도 어려워서 넘어지는 사람이 많은데(나도 미끄러져 넘어졌다^^) 자전거로 험한 산길을? 짜증 한번 안내고 긴 앞줄을 진득하게 기다리다 틈(?)이 생기면 조용히 앞으로 나가는 인내심도 대단한 분이었다!

 

 

<한원진 시비와 바우길 2구간>

단풍이 화려하진 않지만 푹신한 참나무 낙엽을 밟을 수 있어서 기분 좋은 구간이다. 

 

 

 

<위 구간의 등산로폐쇄 안내판>

이런 안내판이 곳곳에 걸려있다. 

 

 

<바우길 2구간 참나무길 끝의 장승>

장승 앞쪽 대로 건너편에 반정이 있다.

 

 

<대관령 반정>

들은 바로는 옛날 대관령 길에서 가장 큰 쉼터였다고 하는데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분명치 않다.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대관령을 넘었던 게 벌써 30년도 더 지난데다 그 동안 새로 뚫린 영동고속도로로 다녀서...

 

 

 

<반정의 대관령 옛길 안내도>

 

 

 

<반정에서 조망한 신 영동고속도로와 터널>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곳이 강릉이다. 반정에서 도중 하차한 나는 차를 타고 옛길을 내려오다 신도로와 합류한 후 종착지인 대관령박물관에서 일행을 기다렸다. 완주를 했다면 4시간이 걸렸겠지만 건강 때문에 도중하차를 했다. 그래도 이나마 대관령 옛길(바우길 2구간)을 걸을 수 있었다는데 충분히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