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봉화 청량산의 단풍

큰누리 2012. 11. 20. 18:04

경북 봉화의 청량산과 청량사에 들른 날은 2012년 10월 27일,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여행할 때 비가 오면 예기치 않은 불상사들이 많이 일어난다. 개인적으로는 건강이 부쳐서, 맑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걷기에 오히려 좋지만 미끄러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고, 무엇보다 사진을 찍기에 최악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비가 오면 우중중해 보이고 렌즈에 들이치는 빗방울 때문에 사진을 찍기 힘들다. 그렇다고 어렵사리 간 길인데 포기하기도 그렇고... 비 때문에 오랜만에 몸에 고통을 느끼지 않고 제법 먼 산길을 걷긴 했다.

 

안내도를 보니 봉화산은 코스도 녹녹치 않고 험해서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수 코스일 것 같다. 우리는 당연히 청량산에서 산행이랄 것도 없는 무난하고 주변의 단풍도 아름다운 주차장에서부터 청량사까지 코스로 1시간 남짓 올랐다. 주차장 지나 바로 만나는 청량사 일주문으로 오르면 청량산 아래의 단풍이나 청량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도 전에 지친다. 일주문부터 청량사까지는 상당히 긴 코스인데 시종일관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일주문을 지나쳐 화장실이 있는 곳에서 왼편으로 오르면 여유있게 주변의 경치도 감상할 수 있고 3/4 지점 쯤 지난 지점의 바위 위에서 멋드러진 소나무 가지 아래로 보이는 청량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은 단풍이 제대로 들지도 않았는데 청량산은 단풍이 이미 지기 시작하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마지막 단풍색인 밝은 갈색조를 띠고 있었다. 흔치 않은 빨간 단풍잎이 돋보이긴 했지만 청량산을 뒤덮은 것은 참나무와 노란 생강나무 단풍이었다. 답사 목적을 제외하고 산을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청량산에서 만큼 오리발을 닮은 노란 생강나무 단풍을 많이 본 적이 없다. 공기가 맑아서인지 저물어가는 단풍임에도 단풍색이 고왔다. 한 일주일 먼저 갔더라면 훨씬 화사한 단풍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난 봉화는 초행이었고 사전지식도 거의 없었다. 노무현대통령 때문에 그나마 귀에 익은 지명이었고 최근에 나무에 관심을 가지면서 금강송으로 유명한 지역이란 것 정도가 전부였다. 아직 오지여서 그런지 자연환경은 지금까지 가본 그 어느 곳보다 청정지역이었다. 그래도 유명세 때문인지 늦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단풍을 보려는 사람들로 얼마나 북적이던지...

 

청량사에 거의 다다르면 오른쪽 등산로 위로 응징전과 김삿갓 굴인가가 있는데 우리는 그걸 놓치고 말았다. 많이 아쉽다! 대신 바로 그 위치에 있는 산꾼의 집에 들러 그 유명한 한방차를 얻어 마실 수 있었다. 달마도 명장 제1호에 젊어서 산을 좋아하고 안내를 했다는 이대실이란 분이 운영하는 찻집인데 무료로 제공하는 한방차 맛이 일품이다. 우리가 차를 마시는 동안에도 옆에서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차가 끓고 있었다. 10여가지 한방 재료를 섞어 끓인다고 하는데 당귀과 감초 맛이 많이 느껴졌다. 그 많은 사람에게 품을 들여 차를 제공하는 주인의 넉넉한 마음 때문에 한방차의 맛이 더 깊고 그윽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청량사 일주문 앞의 청량산 안내도>

 

 

<주차장에서 등산로 입구로 가는 길>

아직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주변의 단풍들이 무척 아름답다. 산 속에는 주로 갈색이거나 노란 참나무와 생강나무 잎이 많기 때문에 산속에서보다 눈맛은 이곳이 오히려 나았다. 오른쪽의 개울을 따라 복자기, 단풍나무 등의 붉은 색이 소나무나 참나무류와 어울려 아름답다. 

 

 

 

 

 

<산행코스에서 본 풍경>

갈색의 참나무와 푸른 소나무가 어울려 깊은 가을 분위기를 풍긴다.

 

 

<화장실에서부터 청량사까지의 산행 코스>

아래 쪽에서 나지막한 키로 노란 빛을 발하는 단풍이 바로 오리발을 닮은 생강나무이다. 

 

 

 

 

 

 

<산행 중 청량사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

사진 용량을 줄여 중앙의 청량사가 희미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정말 아름답다. 이쯤부터는 시계가 트이면서 원경의 웅장한 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청량산 산꾼의 집(청량산 달마원)>

산꾼이자 달마도 명장 1호인 이대식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은은한 차맛이 일품이고 직접 만들거나 빚은 기념품, 도자기 달마도 등을 판매한다. 가격도 무난한데 기억에 남는 것은 나무로 깎은 남성 성기 모양의 열쇠고리 장식이다. 민망하기보다 장승이나 탈을 보는 것처럼 소박하고 익살스러웠다. 1개 구입하려다 동행한 딸이 힐난을 해서 포기했다.^^ 

 

 

 

 

<청량산 산꾼의 집 바로 옆의 청량정사>

퇴계 이황선생이 공부한 곳이라고 한다. 경치도 좋고 조용한데 공부만 하던 분이 어떻게 이렇게 험한 곳을 오르내렸는지... 속물적인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이곳을 지나면 바로 청량사의 설선당과 만난다. 

 

'경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주 부석사 - 입구에서 범종각  (0) 2012.12.04
봉화 청량사  (0) 2012.11.20
디카와 맞바꾼 주왕산의 단풍  (0) 2012.06.09
아, 청송 주산지 유감!  (0) 2012.06.09
함양 개평마을의 일두(정여창)산책로  (0) 2012.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