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봉화 청량사

큰누리 2012. 11. 20. 18:22

전국의 절을 다 꿰고 있는 동호회 선배인 천년사랑님이 최근에 청량사를 강추했다. 얼추 다른 이들을 통해서도 들은 적이 있어서 그 청량사가 무척 궁금했다. 가 보니 왜 유명한지 이해가 됐다.

 

역사적인 건물이나 유물로는 본전인 유리보전과 삼각우총(세뿔 송아지 무덤),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응진전 등이 있다. 응진전은 지나쳤으니 모르겠지만 유리보전은 근래에 지어진 건물에 쌓여 두드러진 존재감은 없었다. 내 눈에 가장 들어온 것은 산자락을 따라 곡선을 그리 듯 늘어선 절의 건물들과 그 건물들로 이어지는 계단의 곡선이었다. 그리고 사방에서 절을 호위하듯 둘러친 봉우리들덩치가 크면서도 부드럽고 봉긋한 모습들이 청량사를 유명하게 한 것이라 생각했다. 청량사를 둘러싸고 보살봉, 금탑봉, 탁필봉, 옥소봉, 문수봉, 반야봉, 의상봉, 연화봉, 축융봉 등 많은 봉우리들이 이어짐 없이 제각각 불쑥 솟아있다. 바위의 재질이 진안의 마이봉과 같은 수성암이어서 거친 화강암과 달리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한다.

 

본전인 유리보전에는 약사여래를 봉안했는데 현판은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까지 피난 온 공민왕이 썼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이 지역에는 축융봉 산성(청량산성) 등 공민왕과 관련된 것들이 더 있다. 유리본전과 낭떠러지를 다듬어 탑을 세운 사이에 세 갈래로 가지가 갈라진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이름이 세뿔 송아지 무덤(삼각우총)이다. 청량사를 지을 때 인근에서 시주 받은 전설에 등장하는 속성으로 자라고 힘도 센 슈퍼송아지가 불사를 돕다가 절이 완공되자 힘이 부쳐 죽은 후 묻힌 자리라고 한다. 가파르고 깊은 산중에 이 청량사를 짓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반증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청량사는 가파른 곳에 지은 절이라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풍경도 특별하고 우묵한 중앙의 범종루를 중심으로 이쪽에서 저쪽을 바라보는 풍경도 특별하다. 마지막까지 내가 눈에 불을 켜고 찾은 것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는 지(紙)불상이었는데 결국 못 찾았다.

 

 

<청량사 일주문>

공사 중이라 어수선하다. 청량사에서 여기까지 내려오는데 15분 정도 걸린다. 위로 올라가서 등산로를 따라 청량사까지 가는 시간에 비하면 스키 타고 내려오는 수준이지만 급한 경사 때문에 내려오는 것도 만만찮다.

 

 

<등산로에서 조망한 청량사>

산만 보고 걷다가 등산로의 3/4 쯤 되는 지점에 이르면 멋진 소나무 아래로 절이 갑자기(!) 나타나고 그 때부터 시계가 트이면서 주변의 봉우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꾼의 집에서 차 한잔 마시고 1시간 조금 못미쳐 도착한 청량산 설선당>

 

 

<청량산 청량사>

사진의 맨 왼쪽 위 기단의 건물이 본전인 유리보전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어주는 나무 계단들이 무척 아름답다. 마침 스님 한분이 우산을 쓰고 요사체로 오르는 중... 계단에 정렬된 장독대들도 퍽이나 인상적이다. 

 

 

 

<청량사 안심당>

둥근 굴뚝 때문에 가장 이색적이고 돋보이는 이 건물은 매점 역할을 한다. 우측의 평평한 흙 기단 이쪽으로 뜬금없이 국보 제83호 모조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좌정하고 있다.

 

 

<청량사 유리보전 오른쪽 전각>

안내도에 의하면 요사채, 산신각이 있는 곳이다.

 

 

<청량사 본전인 유리보전과 내부>

약사여래불이 봉안되어 있고 현판은 공민왕의 글씨라고 전한다고. 혹시 유리보전의 불상이 종이불상이 아닐까 싶어 유심히 살펴봤지만 전혀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청량사 유리보전에서 본 요사채, 산신각 쪽>

 

 

 

<유리보전 앞의 탑과 삼각우총(세뿔 달린 송아지 무덤) 전설이 있는 소나무>

 

 

<청량사 유리보전 왼쪽 풍경>

등산객들이 이곳으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청량산 정상부근에 있다는 하늘다리 이정표를 본 것 같다.

 

 

<청량사 안심당 위 빈 터의 국보 83호 모조 미륵보살반가사유상>

 

 

<하산하면서 본 청량사 안심당>

 

  

<청량사 안내도>

 

  

<청량사를 벗어나 일주문 쪽으로 하산하면서 본 풍경과 산꾼의 집 안내판>

 

 

<하산 길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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