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열하일기 코스

북경5 - 동양의 피라미드 정릉

큰누리 2012. 6. 10. 00:59

정릉은 명나라 13대 황제인 신종 만력제와 두 황후의 무덤이면서 유일하게 발굴, 공개하는 황릉이다. 신분이 높은, 죽은 이를 기리는 신도비에 특이하게 단 1줄도 내용이 없는 걸로 유명하기도 하다. 황제 재위 기간이 48년이나 되는데 우째 그런 일이... 그래도 우리에게는 임진왜란 때 원병을 보낸 고마운 장본인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중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우방에 원병을 보내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인력과 물자를 쏟아부은 '등신 같은 황제'였는지도 모른다. 내용은 좀 다르지만 미국과 베트남전쟁의 결과가 생각났다. 명나라의 멸망은 조선 원병 파병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종이 재위 기간 중 18년인가 걸려 지었다는 그의 무덤은 동양판 피라미드였다. 생전의 궁궐 못지 않은 엄청난 규모와 탄탄함, 망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 등... 외부에서 접근하면 화살이 발사되거나 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명나라의 황릉 13기는 붙어있지만 1기가 차지하는 면적이 워낙 넓어서(대략 1기당 작은 산 하나 정도) 다 돌아볼 수 없다. 특이한 점은 청나라에서 명 황제의 무덤들을 철저히 보호했다는 것이다. 가재는 게편이라 그런가?

황제릉의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우리는 유일하게 발굴되어 공개하는 신종 만력제의 정(定)릉과 明13릉 중에서 가장 크고 보존상태도 좋다는 성조 영락제 장(長)릉을 관람했다. 관람은 중문부터 시작한다.

 

 

정릉의 배치는 아래와 같다.

보정(寶頂 : 황제의 시신이 안치된 봉분 = 지하궁전) - 명루(황제의 원래 비석이 있는 2층-실제로는 1층-의 가장 높은 건물) - 오공(돌로 조각한 동물, 제물 받침대) - 1전시실 영성문(잡귀를 쫓는 작은 문) - 2전시실 - 능은전(흔적만 남음) - 능은문(흔적만 남음) - 중문(능의 바깥문) - 신도비(능의 입구-밖에 위치)

 

 

<정릉 입구의 신종 만력제 신도비>

바로 후면에 x 팔리게 아무런 내용이 없는 비이다. 즉, 생전에 한 일 중에 아무 것도 내세울 게 없는 황제란 뜻이다. 

 

 

<정릉 입구(중문)>

원경의 산 정상에 튀어나온 부분도 명 13릉 중의 1기일 거라 짐작만 했다.  

 

 

 

<정릉 안내도>

이렇게 한글로 안내해 놓으면 얼마나 좋냐고요~~~

 

 

<정릉 영성문>

무덤으로 잡귀가 드나들지 않도록 막는 문이라고 한다. 가이드가 주문을 외면서 통과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는데 잊었다.

 

 

영성문 - 명루에 들러 비문을 보고 - 내려와 능(지하무덤)으로 가야 순서가 맞는데 지하궁전(능) 입구를 능의 가장 뒷쪽에 냈기 때문에 관람객은 능의 맨 뒤(시신이 안치되었던 곳)에서부터 앞으로 나온다. 아래의 사진들은 관람 순서대로 올린 것이다. 

 

<명루의 벽돌을 뚫고 자란 나무>

캄보디아의 앙코르 톰 보는 느낌이었다. 커다란 능위로 측백나무들이 마구 자라고 있는데 도굴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이라고...

 

 

<도굴 미수 흔적>

 

 

<능의 가장 뒤로 난 정릉 지하궁전 입구와 금강장(金剛墻)>

지하궁전은 정릉의 구조물 중에서 황제의 시신이 안치된 가장 중요한 곳(봉분, 혹은 보정)이다. 지하궁전을 둘러싼 내부를 금강장이라고 부르는데 도굴방지를 위한 것인지 두께가 어마어마하다.

 

 

<좌배전의 관상과 금정>

 관상은 황제의 시신을 안치했던 곳으로 중앙에 난 구멍은 금정(金井)이라 부른다.

 

 

<중전(中殿)의 만력제 보좌>

죽은 황제를 위한 보좌로 효단, 효정황후 보좌는 따로 있다.

 

 

<무덤의 가장 안(뒤)에 위치한 후전(后殿)의 관상과 관곽들>

발굴 당시 목관이 이미 썪었기 때문에 전시품은 모조품이다.

 

 

 

<무덤으로 향하는 문을 안쪽에서 막기 위한 일종의 빗장(도굴 방지)>

 

 

<전전(前殿-무덤 안쪽)에서 본 입구 쪽>

 

 

<수도권(隧道券)에서 본 무덤 안쪽>

수도권은 무덤 내부의 전전, 중전, 좌우배전, 후전으로 들어가는 맨앞의 통로이다. 우리는 역행 중이지만...

 

 

<밖(명루)에서 본 무덤 입구>

우리는 무덤 뒤로 들어가서 무덤을 통과하면서 사진에 보이는 이 앞문으로 나왔다. 통로 오른쪽 중간 쯤에 지로비 발견 장소 안내판이 보인다.

 

 

<황릉 입구를 찾은 단서가 된 지로비(指路碑) 출토 장소>

이게 없었으면 정릉은 영원히 발굴되지 않았을 수도...

 

 

<정릉 명루와 신종 비>

황제 능엔 비석을 모신 이 건물이 모두 있는 모양이다. 멀리서 보면 이 건물만 돋보인다. 밖에서 보면 2층이지만 안에서 보면 천정이 높은 1층 구조이다.

 

 

 

<명루의 실명제 벽돌>

우리나라의 서울 성곽처럼 건축에 참여한 사람이나 직위 등이 적혀 있을 것이다.

 

 

<명루에서 본 다른 명 13릉>

바로 이어서 간 성조 영락제의 장릉으로 추정.

 

 

<명루>

 

 

<능은전 터 어로(御路)의 조각>

퇴색한 덕에 형체가 오히려 또렷하다. 용과 봉황이 나란히 조각된 점도 독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