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열하일기 코스

북경10 - 후퉁의 전통가옥 사합원과 십찰해 주변

큰누리 2012. 6. 10. 01:05

후퉁(胡同)은 우리 말로 '골목, 혹은 골목길'로 이해하면 된다. 어원은 우물을 의미하는 몽골어 'xuttuk'에서 유래됐다고도 하고 물이 부족한 북경에서 물을 나르는 통로였기 때문에 붙었다는 설도 있다. 1267년 원나라 때 현재의 북경이 세워지면서 정한 건설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폭 24보(약 37.2m)는 대가, 12보(18.6m)는 소가, 6보(약 9.3m)는 후퉁으로 불렀다고 한다.

명나라 3대 영락제 때 수도를 남경에서 북경으로 옮기면서 북경성 안의 대도를 계승해서 성을 만들었지만 건설에 관한 규정이 흐지부지 되면서 현재의 후퉁인 골목길들이 출현했다고 한다. 청나라 때에는 2076개, 중국 건국년도인 1949년에는 이미 6,000개 넘었다고 한다. 좁은 후퉁은 비만인 사람이 지나가기 힘들 정도라고...

 

 

<사합원(四合院-쓰허위안)>

사합원(四合院-쓰허위안) 일반적으로 네모형에 폐쇄적인 형태의 중국 전통가옥 말한다. 전체적인 주택 구조는 'ㅁ'자형으로 가운데는 마당, 사방으로 본체와 사랑채들이 둘러싼 구조이다. 주인이 거주하는 북쪽 본체와 아들이 거주하는 동쪽 사랑채는 복이 드는 상서로운 방, 딸이 거주하는 서쪽 사랑채와 남쪽은 복이 나가거나 해가 기우는 좋지 않은 방으로 친다고 한다.

 

<십찰해(什刹海-스차하이)>

십찰해(什刹海-스차하이)몽고어로 10개의 사찰이란 뜻으로 북해공원의 북문 근처 호수주변 말한다. 호수 주변에 10개의 절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지만 지금은 1개도 남아있지 않다고... 이 지역은 북경의 전통적인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관광지 겸 주거지이다. 후퉁(골목), 사합원, 유명인의 고택 등을 볼 수 있고 다양한 음식, 오락,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이상은 여기저기서 자료를 모아 정리, 요약한 것.

 

무슨 후퉁이라 이름 붙은 곳을 들어서면 좁은 골목을 따라 양쪽으로 주택들(사합원)이 들어서 있다. 20평도 안 될 것 같은 사합원 1채의 건물 가격(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라 모든 땅은 국가소유이다.)이 50억 넘는다나? 십찰해(스차하이) 부근의 후퉁에 대대로 거주하는 이들은 사회적으로 유력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가까운 북경성에 물품 공급을 담당했던 상인들이라 일찌감치 축재에 눈을 떴기 때문일 것이다. 송경령, 미령 자매의 생가도 부근에 있다.

 

우리가 구경한 다이진시(大金絲) 후퉁의 사합원인 동원정사(桐苑精舍)도 위의 조건과 모두 맞아 떨어진다. 관광객의 입장료 반띵, 아들 방을 게스트하우스로 제공하고 받는 일당 10만원 등 앉아서 날로 먹지만 아무리 봐도 부럽지 않았다. 20여 가구가 집밖의 공동 화장실 써야하고 맨땅이라곤 한뼘도 없는 좁고 궁색한 집이기 때문이다. 관광용으로 공개하는 사합원은 6~7개 정도라는데 우리가 구경한 동원정사의 주인은 그 손바닥 만한 집에서 그것도 관광객과 부대끼며 하루 종일 어떻게 견디나 싶었다.

후퉁의 공동화장실을 들어가니 우리나라 절의 해우소처럼 출입구 1개에 구멍 3개가 아래로 나란히 뚫려있었다. 세상에나... 맨 안쪽 사람이 일어서면 쭈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는 사람 2명을 지나 그 빈자리로 가야한다는 이야기다, 크헉!!!

 

 

<중국을 대표하는 배우 이연걸의 모교인 북경십찰해(스차하이)체육운동학교>

북경에서도 명문인 체육학교라고 한다. 십찰해 입구-관광객이 인력거를 타고 내리는 곳, 바로 직전에 있다. 

 

 

<인력거 정류장(?)과 가이드들>

인력거는 국가에서 운영하고 운전자들은 월급장이 공무원이다. 단체에다 가이드가 비용을 지불해서 승차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다이진시 후퉁의 사합원까지 인력거를 타고 들어가 십찰해 은정교까지 설명을 들으며 걷다가 시장구경을 하고 나오는 길에 다른 인력거를 탔다. 팁은 1$ 정도라는데 다른 곳처럼 운전자들이 팁에 크게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후퉁 가이드 여기서 따로 붙는데 그들도 공무원이고 명칭은 골목대장이다. 연변 출신 조선족인 사진의 골목대장 아가씨, 구수했다 야했다 말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인력거에서 본 다이진시(大金絲) 후퉁>

이 후퉁 이름을 찾느라 블로그, 카페를 다 뒤졌다. 처음엔 담배장사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산다는 옌다이셰졔(煙袋斜街) 후퉁인 줄 알았는데 내가 찍은 사진의 문패를 확대해서 간단히 해결했다^^.

다이진시(대금사) 후퉁 '큰 금실' 뭐, 그런 뜻인데 이 후퉁은 비단을 짜거나 금실로 무언가 귀중한 것을 만든 집단인가? 아무튼 그 추운데 관광객을 4명씩 태우고 다리로 인력거를 운전하는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이진시(大金絲) 후퉁의 사합원 동원정사>

 

 

<사합원 동원정사의 내부>

정면(서쪽)은 딸방, 오른쪽(북쪽)은 원래 주인부부 방이지만 돈(!) 때문에 관광객에게 내주고 가장 나쁘다는 남쪽방으로 옮겼단다. 줘도 사양하고 싶은 50억짜리 건물이다, ㅎㅎ... 방들은 또 얼마나 좁은지 가장 큰 북쪽방(원래 주인방)에 의자를 두줄로 놓고 앉으니 맞은편 사람 다리가 닿을락말락... 우리 일행 21명이 한꺼번에 다 못 들어갔다.

 

 

<사합원 동원정사의 원래 주인방(북쪽방)>

현재는 관광객 대기실? 집 가격을 몰랐을 때도 이 방에 들어간 순간 많이 놀랐다. 좁은 방에 차디찬 타일바닥(북경이 얼마나 춥고 더운 내륙인가!), 앤틱이 아니라 후줄근한 가구들...

 

 

<사합원 동원정사의 구조>

왼쪽(동사랑채)은 아들방 겸 게스트하우스, 중앙(남)은 현재 주인부부의 방, 오른쪽(서사랑채)은 딸방... 동서로는 주인방보다 작은 방 2개씩이 있다. 첩을 둔 경우 내주는 방이라나? 도대체 맨땅이라곤 한 뼘도 없다!

 

 

 <사합원 동원정사의 대문쪽(동쪽)>

신선로 그릇(?)도 있고, 장기판도 있고, 작긴 하지만 궁궐에서 본 사자상도 있고... 장기알 크기가 엄청나다.

 

 

<묶는 손님도 함께 쓴다는 주방>

어떤 이의 블로그를 보니 이 부엌이 더럽다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더럽진 않아도 썰렁하다. 중국의 전통에 대해 궁금해하는 서양인들이 10만원씩이나 주고 이곳에서 많이 묶고 요리도 해먹는다고 한다. 후퉁엔 상가 같은 게 전혀 없고 7~8분 걸어나가면 십찰해 부근에 시장이 있다. 인사동 분위기가 나는 그 시장에서 파는 건 생활용품과 전혀 상관없는 커피, 옷, 기념품 등...

 

 

<손님이 묶는 방>

요란한 색깔이 영... 손님을 받기 위해 개조를 한 아들 방인 모양이다.

 

 

<아들 방 옆방>

방 중앙의 세수대야 같은 그릇에 금붕어 몇 마리가 담겨있는데 그걸 연못이라고 한다나 어쩐다나. 그 금붕어 아래로 동전이 수북했다. 복을 기원하는 행위 같은데 아마 금붕어들은 던지는 동전에 시도때도 없이 맞아서 골병이 들었을 것이다.

 

 

<다이진시 후퉁>

 

 

 

 <다이진시 후퉁의 대문이 열린 집>

집안에 또 골목이 있다!

 

 

<후퉁의 집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조선족 출신의 골목대장>

대문 위의 푸른 6각형은 집 주인의 지위를 상징한다. 황제가 15개라니 이 집 주인은 하위관리 쯤이었을 것이다. 동행한 딸은 8개까지 봤는데 황족이라고 들었다고...

대문 아래 양쪽의 돌(1개만 보인다)은 집 주인의 출신(직업) 나타낸다. 둥근 북이니까 무관출신이다. 문관은 책상 같은 사각형이라는데 1개도 못 봤다.

 

 

<다이진시 후퉁이 끝나고 은정교 후퉁으로 접어드는 곳>

십찰해(스차하이)가 코앞이라 커피숍 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은정교 후퉁>

멀리 갈색복장을 한 인력거꾼이 모여있는 곳이 은정교이다. 이곳 위치를 자금성 뒤의 경산공원이나 북해공원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정북쪽에서 약간 서쪽이고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왜냐면 이어서 갈 십찰해의 시장(호하이?)에서 지척으로 북을 쳐 시간을 알리던 장소(고루)가 보이기 때문이다.

 

 

<고루(鼓樓)가 보이는 십찰해의 시장>

관광객이나 아베크족을 상대하는, 딱 인사동 같은 느낌의 시장인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검색한 결과 호하이시장이 유력하긴 한데...

 

 

<십찰해 부근 시장의 요코하마식 라면가게>

익숙한 이 그림, 어디서 봤더라?

 

 

 <십찰해 부근 시장>

 

 

<일본의 복을 부르는 고양이인형>

관광하는 내내 일본인들을 거의 못 봤는데 예전엔 일본 관광객이 많았나보다. 한국인 관광객이 북경에 어찌나 많은지 명소 입장 인원 중 반은 한국인 같았다^^.

 

 

<십찰해 부근 시장 풍경>

 

 

<십찰해 부근 시장의 인형들>

파는 것도 있고 창턱에 전시한 것도 있다. 중국 공산당 복장인데 만리장성 입구에서 특히 공산당 털모자를 많이 팔았다. 기념으로 하나 사는 건데 아쉽다!

 

 

 

<십찰해 부근 시장의 광복관(廣福觀)>

유서 깊은 도교사찰이라고 얼핏 들은 것 같은데 확실히는 모르겠다.

 

 

 <십찰해 부근 시장의 설계 가게와 2인용 인력거>

'샹'이라 부르는 설계 가게인데 우리나라의 인테리어점 비슷한 곳으로 추측... 건물이 상당히 고풍스럽다. 중국어라곤 단 1자도 모르는 내가 요런 간자 하나하나를 일일히 다 찾았다, 에휴!

 

 

<십찰해 중앙의 은정교 부근>

이 부근에서 은덩이(혹은 화폐)가 거래 되었을 것으로 추측...

 

 

<꽁꽁 얼어붙은 십찰해>

북경에서 보는 물은 대부분 인공호수이고, 호수는 꽁꽁 얼었으며 사람들은 그곳에서 스케이트가 아닌 썰매를 탄다.

 

 

<은정교 위에서본 십찰해(스차하이)>

우리는 이곳으로 돌아나와 다른 후퉁을 지나 인력거 정류장으로 go go! 이제 마지막 코스인 천단 관람만 남았다. 이 즈음엔 첫날(이래봤자 그저께지만) 자금성 주변을 걷느라 다리에 알이 박힌 우리 일행은 몸이 거의 만신창이(!)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