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보물 825호 익산 숭림사 보광전 닫집(보개)

큰누리 2012. 6. 10. 01:20

익산 숭림사는 덤으로 얻은, 그렇지만 내 동공을 확장 시킨 유적이다. 초등학교 동창회가 웅포문화체육관에서 열린다고 오라는 전갈을 받았는데 생전 보도 듣도 못한 지명이었다. 가뜩이나 피곤한 상태라 안 가겠노라 버텼더니 친구들로부터 독촉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딘지도 모르고 차도 없어서 못 간다고 버티니 나보다 더 질긴(?) 친구들이 나를 공수하겠다고 나왔다. 어쩔 수 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나서서 논산에서 합류한 후 목적지인 익산 웅포문화체육센터에 도착했다. 친구들과 회포를 풀고 함라산을 가볍게 등산한 후 본격적으로 동창회를 시작했다.

 

함라산, 함라길... 내가 고향인 군산을 들를 때마다 내 관심사를 아는 지인들에게 늘 추천을 받은 코스였지만 승용차를 처분한 후론 접근이 쉽지 않았다. 그 함라가 지척에...

시간에 쫓겨 공식행사에 겨우 몸만 디밀었는데 평소에 나를 잘 챙겨주던 친구가 바로 지척에 있는 숭림사에 다녀온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당근, 안 다녀왔지, 초행길인데... 갑자기 '너는 숭림사를 꼭 가봐야 한다'며 차를 가져온 친구와 내 등을 강제로 떠밀었다. 그래서 억지로 떠밀려 간 곳이 익산 함라산 숭림사이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차를 가져온 (나를 숭림사까지 태워준) 친구는 절에 들어오지 않고 (내 맘이 불편하게스리) 입구에서 기다렸다. 문화재는 문화재일 뿐 그 놈의 종교는 잠시 접어두면 안 되겠니?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불교를 오랜 기간 신봉했기 때문에 종교적인 신념만 가지고 따지면 아무 것도 못 본다~~~.

 

숭림사로 내 등을 떠민 그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ㅎㄱ아, 내 관심사를 알아주고 챙겨줘서 고맙다! 난 네 덕에 제대로 된 닫집(보개)이란 걸 처음 봤다.

 

 

<영등포역에서 본 해랑>

처음 봤다.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관광 전용 침대차... 외관이 좀 칙칙하다.

 

 

<익산 웅포 숭림사 입구>

숭림사 입구에 송천저수지가 있고 그 주변 음식점의 매운탕이 아주 맛 있다. 빠가사리매운탕과 송어회, 강추!

 

 

 

<숭림사 진입로와 일주문>

대로에서 함라산 숭림사까지 1km쯤 되는 진입로에 벚꽃과 참나무가 장관이다. 특히 봄에 가면 벚꽃 길이 소문 나게 아름답다고...

 

 

 

 

 

<익산 숭림사>

숭림사는 템플스테이도 한다. 

 

 

 

<내 기억을 40전으로 돌린 이 자물쇠...>

이 구식 자물쇠, 정말 오랫 동안 잊고 살았다! 내 어릴 적엔, 단순한 구조이지만 안쪽에선 보안이 확실한 이 자물쇠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인간이 발명한 물건 중에서 가장 단순하지만 유용한 게 가위라고 한다.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이 자물쇠도 가위에 버금가지 않을까?

 

 

<익산 웅포 숭림사외 보광전(보물825호)>

 

 

 

 

<숭림사 영원전>

지장보살, 시왕상 등으로 보아 일반 절의 명부전에 해당할 듯... 난 이 영원전의 불상들에서 천진난만한 얼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유치하지만 천진난만한 신장상이나 나한상의 표정에 한동안 삘이 꽂힐 것 같다.

 

 

 

 

 

<숭림사 나한전>

 

 

 

 

<숭림사 측경>

 

 

<숭림사의 굴뚝>

 

 

<숭림사 보광전과 닫집(보개)>

이 닫집(보개)을 본 순간의 겹쳐지는 느낌은 경복궁 근정전 왕좌의 천정이었다. 색깔은 다르지만 최대한의 신심을 담아 공양을 한 신을 모신 집... 생기 넘치는 용과 비늘처럼 생긴 쇠꼬챙이를 엮은 듯한 천정 중앙의 장식에서 무신론자인 내게도 그 신심이 오롯이 전해졌다. 국보니 보물이니를 떠나 지방에서 이런 유적을 우연히 만난 것이 너무 즐겁고 행운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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