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식물, 곤충

큰엉겅퀴와 식물을 처음 만난 사연

큰누리 2012. 9. 1. 21:45

큰엉겅퀴를 처음 본(인식?) 것은 2006년 8월이었다. 어려서도 봤겠지만 큰엉겅퀴와 엉겅퀴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식물에 관심없는 사람에게 '비슷하면 이 꽃이나 저 꽃이나 다 같은 거 아냐?' 하는 것과 같다. 내가 디카를 손에 든 것과 식물에 관심을 보인 시기는 거의 일치한다. 2002년부터 2년 간격으로 척추와 경추 수술을 받았는데 그 전부터 악화된 건강까지 겹처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힘들이지 않고 무언가 마음을 주고 몰두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 우연히 디카가 손에 들어왔고 평소에 식물에 관심이 좀 있었던데다 직장에 풀과 나무가 많았다. 3박자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그 후로 건강이 적정선으로 돌아오는 3년 반여의 시간 동안 집이나 직장, 식물원 등을 다니면서 꽃이나 나무를 찍었다. 그걸로 끝내지 않고 찍은 식물들의 이름을 알 때까지 식물도감을 뒤지고 또 뒤졌다. 그것도 성이 안차 식물도감을 구입하고 날마다 식물도감을 보다가 잠이 들곤 했다. 직장 생활을 하기 때문에 체력이나 시간적인 한계가 있고 그 일로 인해 가끔 앓기도 했지만 당시의 유일한 낙이자 나를 지탱해준 힘이었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처음엔 소나무와 잣나무 구별법도 몰랐다. 그렇지만 꾸준한 관심과 관찰 덕분에 이제는 원하는 만큼은 주워삼킬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나무는 여전히 내게 어렵다. 바쁜 일상과 다시 악화된 건강 때문에 예전 만큼 식물에 열정을 쏟을 수 없지만 식물들을 보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일은 지치고 힘든 내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힘 된다.

 

큰엉겅퀴는 집에서 가까운 오정대로로 가끔 혼자 출사를 나갔을 때 만났다. 어찌나 키가 큰지 카메라를 공중에 처들어도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제대로 찍혔다면 아마 높은 곳에 올라갔거나 붙들고 찍었을 것이다. 한번 그 존재에 대해 알면 다음부터는 줄줄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본다' 말을 답사나 식물 출사를 하면서 실감한다. 모르면 '그냥 풀'이라 지나치지만 알면 다시 들여다보고 곁들여 사랑스러운 미소까지 보낼 수 있는 것이다.

 

 

<2006. 0820. 오정대로에서>

디카를 처음 잡았을 때라 조작법을 몰라 자동으로 지원된 촬영 일자가 찍혀있다. 2006년부터 2011년 10월까지 니콘 쿨픽스8800을 쓰다가 이후부터 캐논 EOS 600D 18mm렌즈를 사용했다.

 

 

<2006. 0828~29. 강원도 횡성 둔내 청태산>

오래전에 2m가 훨씬 넘는 큰엉겅퀴 꽃을 찍을 욕심에 속이 빈 것을 모르고 꽃부분을 잡았다가 줄기가 '툭'하고 부러졌다. 첫번째 사진이 그 주인공일 것이다.

 

 

 

 

<2009. 0822. 중국 집안 태왕릉(광개토대왕릉)>

 

 

<2009. 0924. 광릉수목원>

 

 

<2010. 0912. 서서울호수공원>

 

 

<2011. 0904. 시흥 신천동 하연묘역>

 

 

<2011. 0913. 강원도 선자령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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