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최초 호두나무 재배지 천안 광덕사와 삼태리 마애석불

큰누리 2012. 9. 8. 20:07

가는 날이 장날이더라고 어린이 날이어서인지 답사 길은 도로가 온통 주차장이었다. 우리야 뭐, 밀리면 밀리는대로 수다를 떨다 지치면 바깥 풍경 감상하면 그만이지만 운전하신 두 분은 고생이 많으셨다. 도착 시간이 늦어 일정이 많이 축소 되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여유가 있었다. 요즘 들어 부쩍 달리는 머리에 집어넣을 것도 줄고 다리 고생 안 시켜 좋고... 그래도 서울에 돌아왔을 때 몸은 젖은 솜뭉치 같았다. 아마 더운 날씨 탓이었을 것이다.

 

광덕사는 호두나무 시배지(처음 심은 곳)로 유명하다. 고려 충렬왕 때 유청신이란 분이 원나라에서 들여온 호도나무 묘목은 광덕사에 심고 씨앗은 자신의 집 뜰에 심었다고 한다. 광덕사 보화루 앞의 호두나무는 400여 년 수령으로 추정하며, 천안이 호두의 본 고장으로 알려진 계기가 된 곳이다. 지나치는 길에 호두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것을 보긴 했지만 우리가 지나는 길목에서 특별히 더 호두나무를 보진 못했다. 대신 작년 봄 능원묘 답사 때 어사 박문수묘역 주변 야산에 호두나무가 많았던 기억이 있다.

 

사찰은 글쎄... 워낙 중창을 거듭하고 1990년대의 화재 등으로 고찰이란 느낌은 전혀 없었고 산신각 뒤쪽의 부도 4기도 볼만은 하지만 조선 후기 것이라 그 역시 연륜이 짧다. 보존상태는 모두 훌륭하다. 광덕사에서 운초 김부용 묘로 오르는 500m의 산길에 야생화들 많았다. 종류는 다양하지 않지만 하얀 광대수염과 미나리냉이가 사람이 공들여 가꾼 화단의 꽃 못지 않게 아름다워서 눈이 즐거웠다.

 

 

<광덕사 연혁>

언제 쓴 글인지 필체나 글투가 고풍(?)스럽다. '~하시었읍니다' 

 

 

<광덕사 일주문>

광덕사 건물은 대부분이 (청)녹색 위주로 단청을 해서 시원스러운 느낌이 든다.

 

 

<광대수염(위)과 미나리냉이(아래)>

광덕사 주변(태화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야생화이다. 미나리냉이는 와사비로 불리는고추냉이와는 다르다.

 

 

 

<광덕사 본 건물 입구>

중앙의 건물 앞으로 400년 된 호두나무 고목이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있어 절 곳곳에 연등을 내걸었다. 

 

 

<조선조 3대 여류시인이라는 운초 김부용 묘역>

허난설헌, 이매창, 황진이 등은 익숙한데 왜 이 분은 낯이 설까? 김부용 묘를 가려면 광덕사 일주문을 지나 광덕사를 왼쪽으로 끼고 산을 좀 올라야 한다. 광나루님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은교>와 김이양, 김부용의 사랑이 오버랩 된다고 했는데 영화는 아직이지만 (내용은 아니까) 맞는 말이다. 그래도, 할아버지와 손녀 뻘 되는 사람이 교감을 하려면 어지간한 정서 가지고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속물인 내 생각...

 

 

 

 <김부용 묘를 먼저 들렀다 내려오는 길의 광덕사 천불전>

철거- 소실- 최근에 원형대로 복원했는데 문화재 자료라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내부의 비로자나불을 비롯한 주존 뒤 탱화의 천불들(얼핏 보면 사방연속 무늬 벽지 같다!)이 신기했다. 그 동안 천불전에서 그림 대신 작은 소조상들을 모신 것을 봐서였을 것이다.  

 

 

 

<광덕사 대웅전과 돌사자> 

 

 

<광덕사 3층 석탑과 측경>

통일신라 말이나 고려 초에 세운 석탑치고 보존상태가 좋고 작아서 무척 귀엽다.

 

 

 

<광덕사 명부전의 지장보살상>

내가 지금까지 본 지장보살 중에서 표정이 가장 근엄하다. 

 

 

<광덕사 경내의 모란>

서울은 이미 졌는데...

 

 

<광덕사 명부전에서 산신각으로 가는 길의 비석과 동자승 인형들>

비의 글을 읽어보려 했지만 판독불가. 천안 지방의 석비는 이렇게 생겨먹은 게 많아 글씨 상태가 좋음에도 판독이 어려웠다. 뭐랄까, 돌의 색 때문에 반사가 심해서 글이 잘 안 보인다는... 

 

 

 

 <광덕사 부도 4기>

광덕사의 유적이나 유물은 문화재 자료나 유형문화재가 대부분이다. 부도는 상태가 아주 좋아서 최근 것인 줄 알았는데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광덕사 천불전과 인왕(금강역사)상>

보통 두분이 양쪽에서 지키는데 이 분은 야외에서, 야샤시한 옷차림으로, 그것도 나홀로... 

 

 

<광덕사 경내의 예~쁜 애벌레>

누가 이렇게 예쁜 벌레를 '버러지'라 할 수 있겠는가!

 

 

<광덕사 보화루 앞의 고목 호두나무>

서두르느라 광덕사의 상징인 이 나무를 놓칠 뻔 했다. 

 

 

 

 

 <천안 태학사>

이 절 왼쪽으로 돌아올라가면 삼태리 마애석불이 있다. 광나루님은 76차 능원묘 답사 결과에서 이 절을 '법왕사'라 했는데 내가 잘못 본 것인지? 

 

 

<천안 삼태리 마애여래입상>

문화재 안내에서 같은 의미인데 용어가 달라 헛갈리는 경우가 있다. 마애석불마애여래입상(두 단어는 보통 같은 뜻으로 쓰였다)의 경우가 그렇다. 

이목구비는 또렷하고 몸은 다소 밋밋하지만 보존상태도 좋고 상당히 크다. 어느 안내판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마애불이라 쓰였는데 그건 아니다. 경주 남산의 목이 없는 대불(마애불이었던가?)이 훨씬 크다. 

 

 

 

 

<삼태리 마애석불 앞 절 중의 하나 법왕사 뒤쪽>

마애석불에서 내려가는 길인데 바위와 시멘트 다리 위를 자연스럽게 비껴 올린 기와가 인상적이다. 

 

 

 

<법왕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