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백사실계곡(백석동천)

큰누리 2012. 9. 23. 00:18

<백사실계곡 진입로>

시내에서 백사실계곡(백석동천)으로 가려면 반드시 이 길을 거쳐야 한다. 백사실계곡을 처음 가려는 이들이 내게 길을 물으면 나는 창의문 다음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동양방아간을 찾으라고 권한다. 나는 길치이지만 그래도 특징적인 대상을 비교적 잘 기억해서 다른 사람 기억보다 쓸만할 때가 더러 있다. 아래의 두 건물들이 바로 내 부실한 기억을 보강해주는 '특징적인 대상'들이다. 이 건물들을 처음 보았을 때 너무 신기했다.

 

학창시절 기술시간에 배운 기억에 의하면 인간의 집으로 정방형(정사각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했다. 살아온 경험으로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 이런 독특한(!) 집을 지었을 때에는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대강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었을까? 예각이라 활용도가 떨어지고 살기 불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개성적인(!) 집을 지어가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우리 부모 세대에게 경의를 보낸다.

 

 

 

<백석동천(백사실계곡)으로 오르는 길에 보이는 서울성곽>

 

 

<백사실계곡으로 오르는 길의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촬영지 카페 산모퉁이>

매스컴의 영향력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전에도 사람이 많았지만 내가 간 날(2012.9/16)은 이곳에 온 승용차로 인해 보행자가 정상적으로 걷기 힘들 정도였다. 길은 좁고 주차공간이 없으니 승용차들을 진입로에 세워놓아 주차한 차를 피해 내려오는 차량들이 줄을 이어 사람 한명조차 통과하기가 어려운 지경이었다. 업주를 욕해야 하는지, 좀 걷지 이런 상황에 승용차를 꼭 끌고 와야하느냐고 차주들을 욕해야 하는 건지... 어쨌거나 엄청나게 불편하고 불쾌했다.

건물은 어디서 보아도 눈에 띄고 예쁘다. 한번도 들어가본 적은 없지만 카페 안에서 보는 전망도 탁월할 것이다.

 

 

 

<백사실계곡 입구의 이정표들>

정면으로는 군부대가 있고 왼쪽으로 가면 백사실계곡, 오른쪽으로 가면 성북동으로 바로 이어진다. 조만간에 오른쪽 길로 성북동까지 갈 계획이다. 

 

 

<백사실계곡 입구>

여기서부터가 일반인들이 좋아하는 백사실계곡(백석동천)이다.

 

 

 

<백석동천 각자> 

 

 

<백사실계곡(백석동천)>

서울에서 유일하게 개구리, 도롱룡, 맹꽁이가 사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년에는 <개도맹서포터즈>란 단체가 쓴 글을 많이 보았는데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못봤다. 위와 같은 내용을 매스컴에서 보고 평시에 이곳을 찾으면 물이 거의 없어서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비가 온 직후에 찾으면 콸콸 넘치는 맑은 물을 볼 수 있어서 그 말이 실감난다.

 

 

<별서(별장) 터>

마른 개천을 보고 어쩐지 속은 것 같은데 주춧돌만 남은 이곳을 보면 그 마음이 더하다. 하지만 이 곳은 2칸의 방에 누마루, 우물이 있었고 앞에 작은 정자를 지은 운치있는 연못이 있었다는 내막을 알면 달라진다. 남아있는 석축들에서 그 옛날, 물 맑고 경치 좋은 이곳에 작은 별장을 짓고 여유를 즐겼던 선조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아래 사진은 별서 터 앞에 있는 연못과 정자 터이다.

 

 

 

<백사실계곡의 끝 현통사 앞>

유명하거나 연륜이 있는 것도 아닌 현통사가 내게 특별한 이유는 절 앞의 이 계곡 때문이다. 통으로 된 하얀 바위 위에 물이 넘치면 그 정경이 얼마나 멋있는지 모른다. 경남 함양의 줄줄한 정자들이 부럽지 않다.

 

 

 

<현통사에서 신영동 쪽으로 내려오는 계곡 옆의 집들>

집 아래로, 혹은 집옆으로 계곡을 끼고 자유롭게 지은 이 집들이 좋다. 문에 드리운 발 틈으로 방안까지 침입한 모래(흙)가 보인다. 사는 이들이야 얼마나 불편할까마는 나는 그 모습에서 사람 사는 모습을 느낀다.

 

 

 

 

<이 배수관...>

이 파이프가 식수용인지 배수용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환경에 때로는 적응하고 때로는 개척하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백사실계곡의 아이들>

이 아이들은 물에서 무엇을 건지고 있는 것일까? 

 

 

<백사실계곡의 끝>

나는 언제나 창의문 쪽에서 출발했으니 이곳이 끝이지만 세검정 쪽에서 출발했으면 시점이다. 앞으로 나가면 세검정초등학교 안의 장의사지 당간지주를 볼 수 있고 뒤로 가면 백사실계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