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 동국사와 히로쓰가옥(신흥동 일본인가옥)

큰누리 2012. 11. 3. 15:35

동국사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절이다. 일본의 잔재가 끈적하게 남아있는 군산이기에 이런 절이 남아있을 것이다. 현재는 조계종 소속이다. 전에는 바깥만 둘러봤는데 이번에는 대웅전이 열려있어서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실내로 들어선 순간 짙은 밤색의 목재들과 반듯한 직선들, 나무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일본 가옥의 특징들이다.

실내 구조도 우리나라 절과 전혀 다르다. 주존불을 둘러싸고 양쪽 벽과 뒷면에 의례히 있는 원색의 벽화, 탱화들 때문에 어수선할 것 같은 한국 절보다 전각 안에 도열한 기둥들 때문에 검정에 가까운 깔끔한 단색임에도 불구하고 시선이 자꾸 분산 된다. 숭배 대상인 불상이 아니라 건물 부속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말이다.

 

 

<동국사의 문과 안내문>

우리나라였다면 절의 한참 앞쪽에 있어야 할 일주문이 없다. 안내문에는 1909년 일본 승려 우치다에 의해 포교소로 건립, 사용된 나무는 스기(삼나무), 해방 후 정부가 관리하다 1955년 불교 전북교당에서 인수, 동년 김남곡 스님이 동국사로 개명, 1970년 대한불교조계종 24교구 선운사에 증여했다는 내용이 쓰여있다.

 

 

 

<훼손된 기둥의 기증자 명단과 동국사.

기둥에는 원래 시주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x 팔린 후손이 짓인지 아니면 해방 후에  다른 사람들이 미워서 그랬는지 지저분하게 파낸 자국이 있다.

 

 

<대정 8년명 일본 동종과 범종각>

범종각 주위의 불상들은 32관세음석불상과 12지 수본존 석불상이다.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은 중생교화를 위해 32기의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맨앞에 아기를 안고 서 있는보살이 자안관세음으로 자생년(쥐) 수본존이며, 허공장보살은 축, 인생년(소, 범), 문수보살은 묘생년(토끼), 보현보살은 진, 사생년(용,뱁), 대세지보살은 오생년(말), 대일여래는 미, 신생년(양, 잔나비), 부동존여래는 유생년(닭), 아미타불은 술, 해생년(개, 돼지)에 태어난 사람을 보호해 준다고 믿는 신앙이다. 밀교적 성격이 강한 일본인들의 자안관음 신앙을 유일하게 국내에서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위의 내용은 동국사의 안내문을 옮긴 것인데 이런 심오한(!) 뜻이 있는 석불인 줄 알았으면 좀더 자세히 볼 걸 하는 후회가 살짝 일었다. 석불에 대한 안내문이 입구에 있는데다(시간에 쫓겨 사진만 찍고 지나쳤다!)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의 장명등이나 부도를 그들의 정원 장식물로 좋아하는 것처럼 아기자기한 이 석불들을 어디선가 수탈해서 모아놓은 줄 알고 대충 지나쳤던 것이다.

 

 

<동국사 대웅전>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이란 안내문이 붙어있다. 가파른 지붕의 각도나 직선으로 된 지붕, 짤막한 처마 등 어디를 봐도 우리나라 건물과는 전혀 다르다. 

 

 

<자로 잰 것처럼 네모 반듯한 동국사 대웅전 출입구>

 

 

<동국사 대웅전 내부>

동국사에는 나무에 흙을 입혀 만든 석가삼존불 있다고 하는데 조선 효종 때(1650)에 조성한 조선 후기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불상으로 원래 김제 금산사의 내장전에 있던 것을 해방 후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발원문과 경전 등 총 333점의 복장 유물이 발견되었다. 제자인 가섭존자와 아난존자가 좌우에서 협시한다는 내용으로 볼 때 아래의 불상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김혁종가옥 / 구 히로쓰가옥)>

김혁종가옥은 신흥동 구)일본인가옥(히로쓰가옥)이 명칭이 바뀐 것이다. 명목이 국가등록문화재인데 이름이 갈 때마다 수시로 잘도 바뀐다. 일제 강점기에 군산에서 포목점과 소규모 농장을 경영하며 부협의회 회원을 지낸 히로쓰 게이사브로가 지은 일본 전통가옥이다. 낡긴 했지만 보존상태가 좋아 영화 <장군의 아들>과 <타짜>를 찍기도 했다. 지금은 개인소유지만 무료로 개장을 하고 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붉은 담장 인상적이다. 집은 규모가 큰 편이지만 1자 형태의 긴 건물이기 때문에 밖이나 안, 어느 쪽에서도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이 근처에서 지척에 있는 홍천사(혹은 해망굴)까지의 구간에서 낡은 일본집들을 제법 볼 수 있다.

 

목조라는 건물의 특성 상 히로쓰가옥은 갈 때마다 어딘가 수리 중이다. 나무로 된 벽이나 창문, 지붕 등... 너무 낡고, 일본에 비해 추운 한국의 기후와는 잘 맞지 않아서 아무리 보수를 해도 직접 살기는 어려운 집이다. 우리에게는 쓰라리고 모욕적인 식민지 잔재이지만 동국사나 히로쓰가옥 모두 이왕 남아있는 건물이니 국가 간 가옥을 비교하는 대상으로 삼으려면 위안이 될런 지...

 

 

 

 

 

 

 

 

 

 

 

 

<구)히로쓰가옥의 화장실>

이거 촬영하는데 지저분하다고 직원이 몹시 꺼려했다. 건축 당시의 화장실 그대로이기 때문에 지저분한 게 아니라 낡았을 뿐이다. 당시에 이런 신식 자재를 썼으니 군산에서도 손 안에 드는 가옥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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