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영주 부석사 - 안양문에서 선묘각

큰누리 2012. 12. 4. 02:24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창건한 사찰우리나라 화엄종의 근본도량이다. 의상대사는 원효대사와 함께 당나라로 유학길에 나섰다가 원효대사는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고 깨달은 바가 있어 유학을 포기하고 신라에 남아 참선으로 도를 얻고자 했고, 당시 선진 불교국가였던 당나라에서 유학을 제대로 한 의상대사는 후에 신라에 돌아와 경전으로 도에 접근하는 화엄종을 널리 편 셈이다.

 

당나라 유학시절에 의상을 사모하던 선묘라는 여인이 의상대사가 귀국할 때 용이 되어 신라까지 따라와서 신축 중이던 부석사 근처에 숨어든 도적떼를 바위로 변해 물리치고 눌러 앉았는데 그 바위가 무량수전 뒤의 부석이라는 내용이 삼국유사에 전한다. 부석사란 절 이름도 그 바위에서 유래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지금 남아있는 무량수전, 조사당 등의 당우들은 고려시대 건축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건립과 관련된 내용으로는 무량수전 동쪽에 비가 남아있는 원융국사가 고려 초에 무량수전을 중창했고, 우왕 2년(1376)에 원응국사가 다시 무량수전을 중수하면서 조사당을 재건했으며, 1916년에 무량수전을 해체 수리했다고 한다. 웅장한 위용으로 나를 압도했던 범종각과 안양루는 조선시대 후기의 건축이다.

 

위를 향해 수직으로 오르다 웅장한 범종각을 지나치면 다음부터 안양문까지는 동쪽으로 비스듬히 올라가는 길이 이어지고 규모는 비슷하지만 범종각과는 무언가 느낌이 다른 안양문이 다시 나타난다. 안양문 앞에서 미묘하게 느낌이 달랐던 것은 안양문의 동쪽 석축이 1단으로 된 서쪽 석축과 달리 비스듬히 2단으로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바로 앞에서 수녀님과 일행 한 분이 나란히 계단을 오르는 것이 보였다. 여담이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내노라 하는 사찰에서 관람을 하는 스님보다 수녀님들을 더 많이 본 것 같다.

1층과 2층에 각각 부석사와 안양문이라는 현판이 붙어있는 안양문은 범종각보다 석축이 높아서인지 누각 바닥이 더 적나라하게 보였다. 계단을 오르기 직전 안양루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국보 제17호인 석등그 뒤로 무량수전이 보인다. 그대로 뒤돌아서 내려다보는 요사채임직한 건물들도 볼만 하다.

 

무량수전 앞 석등은 부석사 창건 당시의 유물이다. 흔히 볼 수 없는 석등 앞의 배례석이 눈길을 끌었다. 석등을 지나면 무량수전이다. 최순우선생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 서서>를 통해 품위있고 조용한 절집을 연상했건만 무량수전 앞은 관람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게다가 우산들을 쓰고 있으니 시야가 가리고 우산도 없이 렌즈를 닦아가며 사진을 찍자니 비오는 가을날에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 서니 무위사 극락보전이 떠올랐다. 두 건물 모두 맞배지붕과 겉벽 상부에 적색, 황색칠을 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모른다. 아니, 두 건물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단정한 기품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무량수전은 정면 5칸이니 절집 건물로는 꽤 큰 편이다. 정면 3칸의 무위사 극락보전에서 느꼈던 단정함이 부석사 무량수전에서는 푸근함이 더 얹혀서 다가왔다. 무량수전의 주인을 볼 욕심으로 열린 창호로 다가가려니 인파가 많아 쉽지가 않았다. 겨우 떠밀려 국보 제45호인 소조아미타여래좌상을 보고 또 떠밀렸다. 화려한 닫집 안에서 지긋한 표정으로 사색에 잠긴 듯한 불상을 보면서 국보란 느낌 외에 별다른 감흥은 받지 못했다.

일반적인 당우는 안쪽 중앙 깊숙한 위치에서 주존불이 좌우에 협시보살을 거느리고 그 뒤로 벽화가 보이는데 무량수전의 아미타불에는 화려한 광배만 있었다. 외형적으로 불상이 정면을 향하지 않고 옆(동쪽)을 향해 좌정한 점과 좌우로 협시 보살이 없는 점, 기둥을 비켜가며 불상을 보아야 하는 점이 독특했다. 컴컴한데다 사람에 밀려 아름답다는 건물 천정도 제대로 못보고 녹유전을 깔았다는 바닥 역시 지나쳐야 했다.

 

무량수전에서 보는 안양루는 마당과 비슷한 높이로 마루바닥이 이어지는 모양새이다. 절 앞쪽에서 보면 '안양문'이란 현판을 달고 극락에 들어서는 문이지만 절 안쪽 무량수전에서 보면 '안양루'란 현판을 단 당우이다. 비 때문에 시계가 흐리긴 했지만 운무 사이로 첩첩이 보이는 소백산맥의 능선과 아래의 건물들이 어울려 만인이 극찬한 전망을 안양루 옆에서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찾은 곳은 무량수전 왼쪽으로 보이는 선묘의 전설이 있는 부석이다. 몇 개의 바위가 큰 바위 위에 올라앉아 중앙의 낮은 바위를 병풍처럼 둘러친 모양인데 위의 바위들은 완전히 밀착된 게 아니라 실이 통과될 정도로 떠있다고 한다. 그 중 한 개의 바위에 '浮石'이라 쓴 글이 보였다.

 

무량수전 오른쪽 위로는 산신각 느낌이 나는 1칸짜리 선묘각이 있고 그 안에 선묘의 영정이 있다. 선묘각 오른쪽 언덕에는 보물 제249호인 삼층석탑과 그 앞에 온전하지 않은 석등이 1기가 있다. 무량수전에서 보면 동쪽인데 인근의 절터에서 옮겨온, 부석사와 비슷한 시기에 만든 석탑이라고 한다. 천왕문 안쪽의 삼층쌍탑보다 훨씬 크지지만 같은 통일신라 시대에 조성되어서 그런지 안정적이란 점에서 느낌은 많이 비슷했다.

이 삼층석탑 앞에서 부석사를 내려다보면 안양루에서 보는 것과 약간 각도는 다르지만 무량수전, 안양루, 범종각이 구름 속에 뜬 소백산맥을 배경으로 모두 시야에 들어와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잠깐 마음을 놓고 풍경을 감상하는데 인솔자가 20분 안에 주차장으로 내려오라며 절을 내려가는 걸 보고 마음이 급해졌다. 조사당... 다른 건 몰라도 조사당만은 절대 놓쳐선 안 되기 때문이었다.

 

 

<안양문>

'안양'은 극락을 의미한다고 한다. 안양문을 들어서면 극락 영역인 무량수전이 있다. 동, 서가 서로 다른 석축 때문에 수평감각이 흔들려 몇번이나 고개를 갸웃거렸고 높은 석축 때문이지 비슷한 규모인 범종각과 다른 느낌이 들었다. 밖에서는 '안양문'이지만 안에서는 '안양루'이다.

 

 

 

<안양문 계단에서 본 국보 제17호 석등과 국보 제18호 무량수전>

누각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사찰의 당우는 주불전인 경우가 많은데 보는 위치가 우러러봐야하는 위치이니 만큼 경외심이 극대화된다. 

 

 

<안양문에서 내려다 본 부석사 풍경>

 

 

 

<무량수전 앞의 석등과 석등 화사석의 보살상들>

사진에 보이는 열린 문을 통해 소조아미타여래좌상을 볼 수 있다. 석등 앞 아래로 보이는 단이 배례석이다. 아래 사진은 화사석에 돋을새김을 한 보살상 탁본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이 도드라져보인다. 무량수전이라는 현판은 공민왕의 글씨라고 한다.

 

 

<국보 제45호 부석사 소조아미타여래상>

컴컴한데다 좁은 문으로 봐야하는 열악한 조건 때문에 천정과 바닥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과 처마>

건축은 자신이 없지만 특히 지붕은 아직도 내겐 머리 아픈 분야이다. 전문지식이 없어도 배흘림 기둥과 공포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느껴진다. 

 

 


<무량수전 서쪽 뒤의 부석>

의상대사를 사모한 선묘낭자가 중국에서 용이 되어 따라와 의상대사를 수호하다가 바위가 되어 부석사에 눌러앉았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이다.

 

 

<부석 앞에서 본 무량수전과 선묘각>

 

 

<무량수전과 동쪽의 삼층석탑, 국보 석등>

 

 

<부석 쪽에서의 전망>

비가 와서 원경의 소백산맥 능선들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래도 한폭의 그림이다.

 

 

<무량수전에서 본 안양루와 석등>

 

 

<안양루와 그 아래 풍경>

안양루에 오르는 것이 금지된 데다 넓은 안양루 마루 때문에 전망상태가 좋지 않다. 그래서 아래의 풍경 사진은 몸을 비틀어 촬영한 것이다. 제대로 아래 풍경을 조망하려면 안양루에서 좀 떨어져 보는 편이 낫다. 몸을 비트느라 느낌이 줄긴 했지만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지붕의 곡선과 소백산맥 능선, 운무가 어울려 경관이 빼어나다. 

 

 

 

 

<선묘각>

선묘의 영정을 모신 단촐한 전각이다. 선묘 영정은 1975년엔가 그린 것이라고 한다. 다음은 옆의 삼층석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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