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차 태국여행2 - 방콕 에머랄드사원(왓프라캐우)의 종교구역

큰누리 2013. 2. 10. 05:31

첫날, 첫번째 코스는 왓 프라캐우였다. '왓'은 태국어(캄보디아도 마찬가지이다! 앙코르 왓...)로 사원 뜻한다. 왓 프라캐우는 왕실 전용 사원으로 승려가 주재하지 않는다.

 

처음 태국 여행 때 왓 프라캐우는 왕궁인 위만멕과 무지 헛갈렸는데 안내서를 보니 답은 간단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원해서 한국어판을 만들었다는 안내도를 보니 왕궁인 위만멕 중에서 사원 구간인 왓 프라캐우 지역을 공개하는 것이고, 왕궁이 워낙 넓다보니 관광객은 그 중에서 유명한 곳만 주로 들르는 형식이었다. 현재 국왕은 위만멕을 관광용으로 내어주고 찌탈라궁에 거주한다. 최근에는 노환으로 차오프라야강가의 병원에 누워있지만...

 

태국은 외국 관광객에 대해 특정한 곳에서 반드시 현지인 가이드를 쓰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왓 프라캐우나 방파인 별장, 아유타야 같은 곳은 현지인 가이드가 따로 붙는다. 현지인 가이드의 한국어 실력과 안내 장소에 대한 상식에 수준에 따라 여행의 질이 달라지는데 우리를 안내한 까무잡잡하고 짧달막한 '어이'는 그 동안 만난 가이드 중 최고였다. 한국어를 상당히 매끄럽게 구사했고(태국인들은 'ㄹ' 받침을 엄청나게 어려워한다!) 꼭 봐야할 곳을 콕 찝어 보여주면서 인간적으로도 상당히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헤어질 때 팁 5$을 개인적으로 줬더니 나중에 일행들이 사전에 힌트 좀 주지 그랬느냐며 아쉬워 했다. 

 

지난 번에 놓친 곳을 제대로 보려고 여행 전에 태국 관련 블로그란 블로그는 다 뒤지다시피 했다. 그래서 출발 전에 꼭 더 보아야 할 곳과 확인할 곳을 점 찍어놓았다. 처음 여행에서 놓친 용어 섭렵은 기본이고 체디와 프랑, 스투파, 프라몬돕은 다 훑고 수호신인 킨날리와 약, 가루다도 완전정복하겠다! 그리고 중국풍 할아범 조각상들도...

우리가 방콕, 아니 태국의 대표적 관광지인 왓 프라캐우에 들른 시각은 불행하게도(!) 토요일이었다. 그래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엄청난 인파에 밀리면서 눈을 부릅뜨고 내 목적을 달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여담 : 오늘이 바로 설날이다. 내가 깨우지 않아야 하고, 오전 10시 이전에 세배하지 않으면 얄짤없다는 일갈에 딸들은 막 잠자리에 들었다. 카톡 소리에 핸펀을 들여다보니 '눈이 오는 설날이다'고 해서 밖에 나가보니 정말 눈이 온다! Happy New Year!

 

 

<관광버스에서 본 왓 프라캐우(에머랄드사원)>

 

 

<왓 프라캐우(에머랄드사원) 포토존>

지난 번에는 사진보다 약간 왼편으로 사슬을 둘러친 포토존이 따로 있었는데 이번에는 없었다. 체디(황금빛 탑), 프라몬돕(중간의 도서관), 프랑(옥수수 모양의 캄보디아식 탑)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위치이다.

 

 

<왓 프라캐우(에머랄드사원) 매표소>

외국인 입장료 500바트(한국돈 18,500원 정도)이다. 기타 민소매, 쫄바지, 무릎 위 치마 길이 입장 불가, 카메라 관련 촬영 불가 등의 안내문이 있다. 다른 곳보다 왕궁과 관련된 곳(왓 프라캐우, 방파인 별궁 등)은 유난히 입장 요건이 까다롭다.

 

 

<왓 프라캐우(에머랄드사원)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풍경>

왼쪽의 도깨비 모양의 상은 '약(yak)'이라 불린다. 우리나라로 치면 佛家의 수호신이고 캄보디아의 원숭이신 하누만과 비슷하게 생겼다. 스완나폼국제공항에서 확인한 결과 색깔별로 6종의 약(yak)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금강역사나 팔부신중 정도? 인도에서부터 아시아 끝인 우리나라까지 불교가 들어오면서 나라마다 수호신의 모양과 위치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왓 프라캐우(에머랄드사원)에서 태국 불교건물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

왼쪽부터 체디(스리랑카식 불탑), 프라 몬돕(도서관), 프라 프랑(옥수수 모양의 캄보디아식 탑)이다. 종을 엎어놓은 듯한 모양의 스리랑카식 불탑은 체디라고 한다. 태국은 소승불교 국가로 인도보다 스리랑카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 흔적이다.

 

프라 몬돕은 도서관이다. 프라 프랑에서 프라는 사원, 프랑은 옥수수 모양의 캄보디아식 불탑을 말한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캄보디아와 태국의 실체, 혹은 국제적 위상과 다르게 캄보디아(크메르)는 태국보다 앞서 강력한 국가를 건설했고 문화적으로 앞섰기 때문에 태국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 우리가 태국의 불교 유적을 보려면 언제나 위의 내용 중 두 가지와 마주치기 때문에 태국의 사원을 이해하려면 최소한 체디(스리랑카식 불탑)와 프랑(캄보디아식 불탑) 정도는 알아야 한다.

에머랄드사원 본전은 사진 오른쪽 바깥에 있다. 현지 가이드인 어이가 "이제 대웅전으로 가시겠습니다"라고 해서 본전에 이를 때까지 말귀를 못 알아들었다^^. 에머랄드사원 본전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대웅전'이라고 한 것이다.

 

 

<황금빛 스리랑카식 불탑(체디)과 그 내부>

찬란한 금빛을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덧칠을 한다고 한다. 사진 아래의 여성이 입고 있는 주황색 긴 치마가 바로 입장불가에 걸려서 왕궁 입구에서 1달러를 내고 빌린 치마이다. 동행한 딸도 발목이 보이는 바지를 입어서 1달러를 주고 이 치마를 빌려 입고 나중에 반납했다.

 

 

 

 

<황금빛 체디 앞의 코끼리상>

캄보디아보다 머릿 수나 지위가 떨어졌어도 불가에서 신성 시 하는 코끼리의 수요는 태국에서도 여전하다. 왕궁의 가장 중요한 위치마다 코끼리는 이처럼 다소곳한 자세로 있다.

 

 

<프라 몬돕(도서관)의 약(yak)과 불상>

이 부근에 킨날리(날개 달린 반인반조 수호신)와 탄티마(검은 색 새 모양의 수호신)가 있을 것 같아 찾았지만 결국 못 찾았다. 대신 왓아룬(새벽사원)에서 석고로 빚은 킨날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킨날리는 서양식으로 치면 천사, 우리 식으로 치면 선녀 같은 존재로 캄보디아의 '압살라(무희, 천녀)'와 비슷했는데 동서양 공통의 신앙, 혹은 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조형물이다.  약(yak) 힌두교에서 주신을 도와 승리로 이끈 원숭이 그룹(하누만)의 변형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남아시아 동쪽으로 오면서 그 역할이 강조되는데 중국에서부터는 존재가 사라지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 원숭이가 중국, 특히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대신 약의 자리에 인왕상이나 팔부신중이 있다. 태국의 불가에서 약(yak)은 아주 중요한 수호신이다.

 

 

 

 

<윗 사진 약(yak) 상 앞 좌우의 또 다른 수호신 5頭 뱀>

캄보디아에서는 7頭 뱀인데 모습이 바뀌고 의미도 좀 약해졌다. 

 

 

<윗 사진 약(yak) 상 좌우의 불상들>

삐까번쩍, 휘황찬란! 태국의 사원, 특히 왕실 사원인 왓 프라캐우에서 다양한 불상이나 불탑들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데 휘황찬란하고 칼라플한 것은 대부분 태국 고유의 양식이다.

 

 

<프라 몬돕(도서관) 앞의 작은 불당과 조형물>

아래 아래 사진의 녹색 조형물은 다른 사원에도 있다. 뭔가 상징하는 바가 있을 것 같은데 의미는 모르겠다.

 

 

 

<왓 프라캐우(에머랄드사원)의 프라텝 비던>

왼쪽 건물은 도서관인 프라 몬돕이다. 중앙의 프라텝 비던은 태국의 현재 왕조인 차크리왕조 왕들의 조각상을 모신 곳이다. 비공개인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왓 프라캐우(에머랄드사원) 본전 앞에서 본 오른쪽 모습> 

 

 

<왓 프라캐우 본전의 현란한 벽 장식>

태국을 여행하는 내내 태국인들의 섬세하고 스케일이 큰 공예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진실한 신앙심과 재정적인 지원, 오랜 기다림이 없다면 절대로 볼 수 없는 공예의 진수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왓 프라캐우 본전의 입장 시 주의 안내문>

(사진에는 없지만) 신발을 벗되 잃어버리면 책임 못진다, 입 다물어라, 찍지 마라, 부처님 쪽을 향해 발 뻗지 마라 등등...

 

 

<왓 프라캐우의 에머랄드 불상에 대해>

사원 내 촬영불가라 zoom으로 당겼다. 에머랄드 불상은 에머랄드가 아니라 높이 66cm, 폭 48.3cm 크기의 녹색 벽옥 불상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 불상은 기원 전에 인도의 파토냐에서 만들어져 300년 후에 일어난 내전을 피해 스리랑카로 옮겨졌다고 한다. 457년 인도의 파간왕이 불상을 찾아 돌아가는 길에 배가 난파되어 바다로 가라앉았는데 안다만에서 불상이 발견되었다. 이후 불상은 아유타야를 거쳐 치앙마이로 옮긴 뒤 도난 방지를 위해 석고를 씌워 불사리탑에 숨겨졌다. 오랜 세월이 흐른 1434년, 불사리탑에 벼락이 떨어져 석고가 벗겨지면서 불상이 드러났고 그 때부터 사람들에게 숭배되기 시작했다.

 

당시 치앙마이의 왕이 불상을 옮기려고 3번이나 시도를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고 대신에 람빵사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치앙마이의 제디루엉이라는 불사리탑에 안치 -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 라오스의 위앙찬에 안치되었다가 1778년 라오스를 정복한 톤부리왕조의 탁신왕(실제로는 차크리 왕조의 시조격인 텅두엉)이 왓 아룬으로 모셔왔다. 1784년 왕실사원이 완공되면서 현 위치에 안치된 이래 태국국민들로부터 본존불로 숭배되고 있다.

 

에머랄드 불상은 1년에 3번(건기, 우기, 열기) 국왕이 직접 옷을 갈아입힌다고 한다. 국왕이 입원 중이라 올해엔 누군가가 대신 했겠지만... 지금은 망사로 된 건기 옷을 입고 있다.

 

 

 

<에머랄드사원 본전의 출입문과 천정>

에머랄드 불상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그렇지 정형화가 덜 된 이 문지기들의 표정과 현란함, 붉은색 바탕에 정교하게 그려진 천정의 문양도 예술이다. 에머랄드 불상 뒤와 사원 내부의 벽화들도 대단한 볼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