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구)용산신학교와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연복사탑중창비

큰누리 2013. 7. 14. 17:15

 

2013년 5월 4일, 카페 <나홀로 테마여행>에서 주관한 마포, 용산지역 답사의 한 코스로 용산신학교와 원효로 예수성심성당을 찾았다. 이날의 코스는 합정동에 있는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과 절두산성지에서부터 망원정 터, 효창공원, 산천동 부군당, 성심여중고 안의 구)용산신학교와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용산 수위관측소, 한강철교, 천주교 순교성지 새남터기념관, 철도회관의 연복사탑 중창비까지 돌아보는 답사였다. 정말 많은 곳을 답사했고, 지금 생각해도 진저리가 처질 정도로 많이 걸었다.

 

공교롭게 5월 4일의 답사는 천주교 순교성지가 많았고, 답사 코스가 워낙 길어서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하지만 사진과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근대 한국천주교의 수난사를 확실히 알 수 있어서 그날의 답사가 고맙기 그지없다.

 

 

<용산신학교와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소재지 : 서울특별시 용산구 원효로19길 49 

지정번호(2012년 6월 20일 재지정) : 용산신학교(사적 제520호, 1911년). 원효로 예수성심성당(사적 제521호, 1902년).

현지의 안내문에는 1977년 11월 22일에 지정된 '구)용산신학교와 원효로성당'이란 이름에 둘을 묶어서 사적 제 255호로 적혀 있다. (아래에 현재의 지정번호를 임시로 적어 붙인 내용이 있기는 하다. 주소는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는데...)

 

 

이 건물들은 가톨릭신학교의 전신인 예수성심신학교와 부속성당으로, 성심여자중고등학교 내에 있다. 이 건물들은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코스트(Coste, 한국명 高宣善) 신부가 설계하였다. 신학교가 혜화동으로 이전한 후 1956년에 성심수녀회에서 인수하여 현재 성심기념관과 성심학원 부속성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 일대는 원래 용산강(한강?)을 굽어보던 함벽정 터였다. 이곳에서는 (조선 말에) 성직자들이 참수된 한강가의 새남터와 많은 천주교도들이 피를 흘린 당고개(堂峴)를 잘 볼 수 있다. 이런 까닭에 1887년 천주교회에서 이곳을 구입하고 1892년 용산신학교 교사를 세웠으나 6.25동란 중 파손되었다.

 

현재의 용산신학교 건물은 1911년에 세워졌다. 용산신학교는 지하 1층, 지상 2층의 조지안 양식 벽돌조 건물이다. 1902년에 완공된 원효로성당은 경사지에 세워진 3층 건물인데, 뒤편 언덕에서 보면 1층으로 보인다. 이 성당의 규모는 작지만 외관은 당당한 느낌이다. 내부의 천장 구성과 장식은 고딕양식에 가깝다.   -현지 안내문-

 

 

<성심여중고 후문>

이 후문 맞은편에 산천동 부군당 있다.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오래된 학교안내도로 판단하건데 전면의 붉은 벽돌 건물은 도서관이다.

 

 

<성심여중고 학교안내도>

이런 안내판을 보면 불쾌하다. 안내도(판)는 처음 보는 사람이 미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그 목적이 아닌가? 사진까지 첨부해서 얼핏 보면 친절해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안내판을 보며 건물 대조를 하는데 오히려 더 애를 먹었다.

 

 

<성심여중고 교정>

내게 성심여중고가 기억에 남은 것은 박근혜대통령의 모교이기 때문이다. 이름만 익숙했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고, 교정에 문화재가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는데 가보니 학교가 단아하고 아름다웠다. 그것은 당시에 교정에 화사하게 피었던 자목련이나 겹벚꽃, 철쭉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동안 획일적인 4층짜리 시멘트로 지은 학교 건물만 보다가 모습이 다양하고 탄탄한 붉은 벽돌 건물들을 보니 느낌이 각별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성심여고,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구)용산신학교(현 성심기념관), 성심여중이다.

 

 

 

<성심여중고의 원효로 예수성심성당과 예수像>

학교에서 이런 종교적인 조형물을 만난다는 게 느낌이 좀 묘하면서도 좋았다. '지치고 삶이 힘든 자들아, 다 내게 오라' 라고 몸으로 말하는 것 같다. 아래 아래 사진의 성상 왼쪽은 성심여고 건물, 오른쪽은 원효로 예수성심성당이다.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예수 성상이 있는 쪽에서 보면 3층인데 건물 옆과 언덕 위에서 보면 1층으로 보인다. 규모는 작지만 탄탄하고 예쁘다! 1846년 9월 새남터에서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1902년 6월 이곳에 모셨다 1960년 가톨릭 신학대학으로 이전하였다.

 

 

<舊)용산신학교>

현재 성심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건물의 입성이 최근에 신축한 것처럼 너무 깔끔해서 용산신학교를 한참 찾았다. 조지안 양식이라고 안내문에 소개되어 있는데 나로서는 처음 듣는 양식이지만 영국풍인 듯하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건물 양식이다. 문이 닫혀서 내부는 보지 못했다.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교문 정문에서 보아 뒤쪽에 일반 신도들이나 관람객이 출입하는 문이 있다. 성당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작았지만 아주 예쁘고 튼실했다. 내부는 고딕양식이다.

1주일 뒤에 들른 약현성당은 당시 결혼식이 진행 중이라 내부를 못 들렀지만 비슷한 구조일 것이다. 약현성당보다 10년 쯤 뒤에 같은 사람(코스트 신부)이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문 쪽에서 본 성당 외관이 약현성당의 뒷면과 아주 비슷했다. 

 

 

 

<2층에서 내려다 본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내부>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2층의 성모자像>

바로 이어 답사한 새남터 순교성지의 성상들처럼 이곳도 한복차림에 복건을 두른 한국형 성모자상이다.

 

 

 

<후문 쪽(언덕)에서 본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뒤편 언덕의 전형적인 성모자像>

 

 

<한강대로7길, 한강대로21가길의 백빈건널목>

중간에 새남터 순교성지를 들렀다가 용산철도회관의 연복사탑 중창비를 찾아가는 길이다. 마침 춘천행 KTX열차가 지나는 중이라 차단기가 내려오고 불이 점멸하고 있다. 경원선이라는데 이 철도는 처음 보았다.

철로 주변의 누추한 집들 때문에 약간 놀랐고, 서울에서 '딸랑'거리며 차단기가 내려오는 건널목이 있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앞쪽으로 조금 더 나가면 철로와 건널목이 하나 더 있다.

 

 

 

 <용산철도회관의 연복사탑 중창비>

이 중창비는 2012년 여름, <나홀로 테마여행>에서 이순우선생님이 안내한 용산지역 특별답사 때 처음 보았다. 존재가 알려진 직후였던 것 같다. 그 때 참 볼품없고 무성의하게 만든 탑비라고 생각했는데(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능원묘 답사를 3년 넘게 하면서 수많은 탑비를 보았기에...^^) 명나라 탑비 양식이 제대로 반영된 최초의 탑비라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연복사탑 중창비는 카페 <나홀로 테마여행>의 회원이기도 해서 가끔 답사를 함께 하는 닐리리아님이 발견한 것이라고 한다. 이순우선생님이 운영하는 카페에 사진을 공개했다가 100여년 동안 소재지가 잊혀졌던 연복사탑 중창비라는 것을 알게됐다고 한다.

 

연복사는 고려 때 수도 개경에 세운 대형 사찰이었다. 연복사탑은 절 남쪽에 있었던 5층 목탑인데 소실된 것을 조선 태조가 중창하면서 1494년에 중창비를 세웠다. 탑은 1563(명종 18)년에 다시 소실되고 중창비만 남았다가 1910년에 용산에서 발견되었다. 발견 될 당시 누군가가 서울로 옮겼을 거라는 추측 속에 일본인 세키노 다다시가 찍은 사진만 남은 채 잊혀졌다.

 

2012년 일제강점기 동안 제 자리를 잃은 문화재를 찾는 일을 하는 이순우선생님이 운영하는 카페 <일그러진 근대 역사의 흔적>에 회원인 닐리리아님이 우연히 용산철도회관 화단에서 발견한 중창비 사진을 올림으로써 연복사탑 중창비는 세상에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용산역 한국민속주류박물관 앞의 여인像>

기난 긴 답사를 용산철도회관 화단의 연복사탑 중창비를 보는 것으로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용산역으로 가는 길이다. 용산역 앞에 한국민속주류박물관이 있는데 폐업상태인 것 같았다. 그 앞에 이 여인상이 있다. 술과 관련된 곳이라 이런 상을 세워놓은 모양이다. 작품성을 떠나 덕분에 좋은(!) 구경을 했다. 좁은 여인상 받침대도 놓치지 않고 쓰레기를 버리는 그 영악함에 진저리가 난다.

 

 

<용산역>

KTX역사를 겸한 용산역이 신축되고, 역사에  대규모 상가가 함께 한 이후로 나는 이곳을 가기만 하면 전철 타는 곳을 못 찾아 매번 헤맨다. 역 계단에 올라 앞을 보니 몇년 전에 용산구청장이 야심차게 건설한 마천루에서 불빛들이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용산 참사' 때 TV로 본 참혹한 화재 현장과, 가끔 서울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지나치면서 본 검게 그을린 건물들이 떠올라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