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복건성, 산동성

중국 복건성 여행3 - 영정현 복건토루1(술도가 옥성루와 '토루 왕자' 진성루)

큰누리 2013. 8. 21. 21:51

중국 복건성의 영정현과 남정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토루군 10개 중 9개가 집중되어 있다. 영정현의 토루군은 46개라고 하는데 우리는 홍천을 따라 늘어선 토루(홍갱토루)를 10개쯤 본 것 같다.

 

매표를 한 후 입장해서 홍천을 따라 토루군까지 난 길이  '객가명인 성광대도'이다. 이 도로의 홍천 쪽에 나무를 깎아 세운 많은 이름 기둥(?)들이 있는데 바로 토루 출신 유명 인사들이다. 일행들과 보조를 맞추느라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은 없었지만 유명 인사 중에 곽말약주덕이 보였다. 곽말약은 시인 겸 극작가로 항일투쟁을 하다가 국민당과 중공군 대립 시기에 좌익이 되어 중공정부 수립 후 정치계에서 활약한 인물이다. 주덕은 저우언라이(주은래)와 함께 중국공산당 정부 건설에 공헌한 군사 지도자 겸 정치가이다.

 

날씨는 쾌청했지만 무척 더웠다. 깨끗한 개울과 주변의 꽃, 나무들을 보면서 걷자니 금방 토루군에 도착했다. 토루군에 도착하기에 앞서 개울 건너편에는 이미 폐허가 되었거나 금방 무너질 것 같은 토루 몇 채가 보였다.

토루군 입구에 있는 옥성루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다리를 건넜다. 

 

 옥성루는 옛날로 치면 네모형의 술도가 토루로 지금은 식당을 하고 있다. 옥성루가 과거에 양조장이었음을 증명하는 듯 안팎에 술독들이 나열되어 있고 토루 밖으로는 빨래, 땔감들이 보였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처음 들여다 본 토루라 신기했다. 옥성루의 점심은 중국여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메뉴였다. 계란+야채볶음, 닭고기볶음, 피망볶음, 돼지고기를 넣어 볶은 다른 요리 등등... 마지막에 나온 계란부침이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입구에서 옥성루 안을 잠깐 들여다 본 후 밖으로 나오니 옆에 사당이 있었다. 바다의 여신인 '마조'를 모신 천후궁이란 곳이었다. 마조여신은 여행 2일째 하문 환도로에서 금문도를 보기 위해 내린 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해수관음 쯤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옥성루 바로 앞 개울가에 무자위(물레방아?)가 있고 주변 길가에 바나나, 수세미들이 보였다. 녹음이 짙은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본격적으로 홍갱토루군이 나타났다. 그 중 가장 돋보인 것은 엄청난 규모의 원형 토루인 진성루이다. 진성루보다 더 큰 토루도 뒤에 보았지만 진성루도 상당히 커서 마치 작은 원형의 성채 같았다.

 

 진성루는 규모도 크고 보존상태가 가장 좋아 '토루의 왕자' 불린다. 임씨 성의 3형제가 1880년대에 이곳으로 와서 복유루를 짓고 모여 살다가 막내가 뒤에 지은 토루라고 한다. 다른 토루들은 현재 사람이 살고 있어도 아래 부분이 일부 훼손되었지만 진성루는 외형이 온전할 뿐 아니라 무척 견고해 보였다. 원형의 진성루 안에서 나는 빙빙 돌고 또 돌았다. 중앙에 있는 사당과 우물, 주방을 보고 맨 밖의 건물의 2, 3, 4층에 있는 방들도 올려다 보고...

진성루는 담배로 부를 쌓은 곳이라 토루 밖 왼쪽에 토루와 연결된 '연도관' 이란 곳이 따로 있었다. '연도'는 담배잎을 자르는 칼인데 진성루는 연도 때문에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토루 밖 오른쪽에는 서당이 있었지만 내부는 들르지 못했다. 

진성루는 현재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고 거주공간인 2층부터는 공개하지 않는다. 현지 가이드는 입구에서 간단히 설명을 한 후 알아서 구경하라고 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어디가 어디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저 토루의 엄청난 규모에 감탄을 하고, 약간은 구질구질해 보이는 세간들, 작은 좌판에서 장사하는 거주자들을 사람 틈에서 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홍천을 사이에 두고, 찍은 사진이 아니었다면 이름조차 알 수 없었을 수많은 네모형 토루 사이에서 기억이 떡처럼 뭉개진 체 헤매고 다녔다.

 

 

<복건토루 홍갱토루군 입구에 있는 홍갱토루군 안내도>

아래 사진은 좌우를 잘라내고 편집한 것이다. 우리는 왼쪽에서 홍천을 따라 입장한 후 ②번 옥성루에서 점심을 먹고, ①번 천후궁 밖을 훑어본 후 진성루를 구경했다. 이어 홍천을 따라 ⑦번의 규취루까지 둘러보고 산길로 되돌아나왔다. 가장 작은 원형 토루인 여승루는 홍천 이편의 복유루와 산길에서 조망만...

천후궁, 옥성루, ③'토루 왕자' 진성루, 경복루, 광유루, 복유루, 규취루, 여승루이다.

기타 구성루,조양루, 일신학당 등이 있었고 놓쳤지만 안내도 중앙 아래(=③토루 왕자 진성루 오른쪽)에 진성루의 주인인 임씨 사당도 있다.

 

 

<홍갱토루군 진입로에 있는 객가명인 성광대도와 객가명인 비>

곽말약은 객가토루 출신으로 1920년대 시인, 극작가로 활동하다 항일투쟁 →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정치활동을 한 분이다.

 

 

<홍천 주변의 나무와 꽃들>

열대나 아열대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이다. 히비스커스(하와이무궁화)-이름 모르는 콩과식물, 부겐빌레아-일일초.

 

 

<점심을 먹은 네모형 토루 겸 술도가, 옥성루>

토루 규모는 좀 작은 편이며 지금도 식당을 겸업 하면서 술을 빚는 것 같다. 술독들이 토루 밖, 토루 안에 즐비하다. 우리가 밥을 먹건 말건 토루 입구 문에 앉아 자기네 하던 일을 하고, 땔감을 쌓아둔 헛간, 널어놓은 빨래 등 가장 친근함이 느껴진 토루였다.

 

 

 

<옥성루 내부 모습>

 

 

<옥성루의 점심 식단>

빙어 비슷한 생선 튀김과 계란말이가 맛있었다. 

 

 

<옥성루 옆의 마조 여신을 모신 사당, 천후궁>

마조 여신은 바다를 지키는 신이라고 한다. 내부는 보지 못했고, 지붕의 용 조각이 아름답다. 복건성 지방의 절이나 사당의 지붕은 이런 식으로 장식을 했다.

 

 

<'토루의 왕자' 진성루 외관>

입구 좌우에 유네스코문화유산임을 알리는 큰 바위가 양쪽으로 서 있다. 다른 토루들은 그냥 흙벽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진성루는 단단한 흙벽돌 벽이다.

 

 

 

<진성루 내부>

하나 밖에 없는 진성루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장면이다. 맨 앞으로 보이는 중앙의 공간에는 몇개의 편액들과 임씨 형제로 보이는 퇴색한 사진들이 걸려있다. 조상을 모신 사당일 것이다. 다른 토루에들도 대체로 진성루처럼 중앙에 조상을 모신다. 아래 아래 사진은 관세음보살을 모신 불단 같은데 조상을 모신 사당과의 위치가 어떤지 기억나지 않는다.

 

 

 

<진성루 중앙의 사당 안에서 입구 쪽으로 올려다 본 모습>

 

 

<진성루 바깥 쪽 건물 모습>

바깥의 1층은 창고의 용도로 쓰였을 것이고 2~4층은 주거용도로 썼을 듯... 주방은 중앙의 원형건물 1층 바깥에 있다.

 

 

 

 

<중앙 건물 1층의 주방겸 세탁실>

주방용구, 세탁을 위한 세간들이 보인다. 토루 안의 바닥은 모두 자연석이나 다듬은 돌을 평평하게 깔았다. 

 

 

<중앙의 우물>

진성루에서 우물을 1개 밖에 못보았는데 몇 백명의 토루 거주자들이 쓰기엔 부족해 보인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씻은 거지?

 

 

 

<진성루 밖으로 연결된 건물 연도관>

가이드에게 진성루는 담배잎 자르는 칼을 팔아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도전시', '일승연도사', '일승비' 등의 글씨로 보아 진성루에서 만든 연초칼을 '일승도'라고 부른 모양이다. 이곳에서 기념품, 녹차 등을 판매한다.

 

 

<진성루를 나와 주변의 다른 토루로 이동 중>

돌을 섞어 만든 담이 예쁘다. 중앙의 작은 문을 지나면 경복루, 광유루, 복유루, 규취루, 여승루 등 네모형의 홍갱토루들이 줄지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