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복건성, 산동성

중국 복건성 여행11 - 무이구곡계(9곡부터 5곡까지)

큰누리 2013. 9. 1. 01:31

'구곡계'란 강이 산을 둘러싸고 아홉굽이를 이루며 흐른다는 뜻이다. 무이구곡계는 삼보산에서 발원하여 9곡의 성촌선착장에서 무이궁이 있는 1곡까지 9.5km 구간의 풍경구를 말한다. 무이산을 제대로 보려면 천왕봉을 오르며 조망한 후 '주파이(죽벌, 竹筏)라고 부르는 대나무 뗏목 타고 구곡을 둘러보아야 한다. 무이구곡계 뗏목 유람은 강물의 높이에 따라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걸린다.

굵은 대나무 7개를 엮은 뗏목 2척을 묶어 만든 주파이는 중앙에 2열로 6개의 대나무 의자가 고정되어 있고, 사공이 앞과 뒤에서 노를 젓는다. 현재 무이구곡의 뗏목은 300척, 사공은 600명, 이들 중 여자는 80명 정도이고 운항면허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파이도 고유 선박 번호가 있다. 승선 비용은 100위안(18,000원)으로 탑승자 1인당 6위안(약 1,000원)씩 별도의 팁을 받는다.

 

구곡에서 일곡까지 한 굽이씩 돌아갈 때마다 기암절벽과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7곡에서 신선의 회랑이라는북랑암(北廊巖)을, 6곡에서 천유봉의 수직 절벽인 쇄포암과 그 중간에 파인 선장봉(仙掌峰), 그리고 은병봉을, 4곡의 소장봉에서는 50m높이의 바위동굴에 목관을 매달아 안치한 풍장의 흔적을, 3곡의 대장봉, 2곡에서는 무이산에서 가장 수려한 옥녀봉을 볼 수 있다.

 

(이상은 각종 자료들과 무이구곡계에 관련된 사진, 글을 내가 찍고 본 것과 대조한 것이다. 그러나 모두 본 위치나 정보에 따라 명칭이 달라 뗏목을 탄 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 관점에서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과 다를 수 있다.)

 

거의 평생을 무이산에서 살며 주자학을 집대성하고 후학을 양성한 주희는 구곡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무이구곡가>를 지었다.

 

山無水不秀 水無山不淸  산은 물이 없으면 수려하지 않고, 물은 산이 없으면 맑지 못하다.

曲曲山回轉 峯峯水抱流  골짜기 골짜기마다 산이 돌고, 봉우리 봉우리마다 물이 감아돈다. 

 

 

<무이산 구곡계 9곡에 있는 성촌선착장 입구>

구곡계 선착장은 이곳 말고 우리가 하선한 1곡의 무이궁 입구와 중간에 한 곳, 모두 3개라고 한다. 간판 아래의 벤치처럼 긴 물건(!)이 바로 구곡계를 운항하는 대나무 뗏목(주파이)이다.

 

 

<우리의 승선지, 성촌선착장의 주파이(대나무 뗏목)들>

 

 

<구곡계 뗏목 유람선 출발>

다른 이들의 글을 보니 사공이 설명을 잘 해주고 노래까지 불러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어를 모르고 그들은 한국어를 모르니 말이 통하지 않았다.

사진 촬영을 위해 앞좌석으로 자리를 바꾼 내게 앞자리의 여자 사공이 뭔가 가리켜서 보니 9곡 각자였다. 처음에는 유일한 한국관광객인 우리를 보고 뒷 사공이 한국노래도 흥얼거리고, 딸은 스마트폰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들려주는 등 잘 나갔다. 하지만 가물어서 수심이 얕고,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주파이 위에서 사공과 우리는 2시간에 가까운 유람에 지치기 시작했다. 사진 촬영에 바쁜 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일행은 졸기까지 했다. 

 

 

 

<구곡계의 9곡 각자>

강 줄기가 돌아가는 지점의 바위마다 각자(刻字)가 있다. 각자(刻字)를 기준으로 볼 때 주파이가 진행하는 앞쪽이 9곡인지 각자 앞, 뒤가 9곡인지 계속 혼란스러웠다. 그 때문에 보는 사람마다 구곡의 이름난 바위 위치가 다른 듯 하다. 너무 많은 바위 각자들이 조금 싫었는데 안내문이나 설명을 전혀 들을 수 없는 구곡에서는 고마웠다.

 

 

<구곡계의 9곡에서 8곡 사이 풍경>

 

 

<구곡계의 8곡과 8곡 각자>

내가 탄 주파이는 무항(武航)4817호와 0972호, 2척을 묶은 것이다.

 

 

 

<구곡계의 7곡과 북랑암>

 

 

 

 

<구곡계의 6곡과 6곡 각자>

다른 이들은 구곡계에서 가장 수려한 바위는 2곡의 옥녀봉이라고 한다. 내 보기에도 옥녀봉은 단연 돋보였다. 나는 6곡의 쇄포암이 가장 멋있었다. 쇄포암은 천유봉의 북쪽 절벽으로 수직으로 쭉쭉 내리지른 선들이 비단을 널어놓은 것 같다고 한다. 표현이야 어떻든 수직 절벽의 골이 깊게 파인 바위는 정말 강하게 각인이 되었다. 그 강함을 더한 것은 맞은 편의 은병봉이었다.

은병봉 천유봉을 오를 때 뒤쪽에서 3개의 독수리머리 같은 형상으로 위용을 자랑하던 바위이다. 옥녀봉이 구곡계의 여왕이라면 나는 쇄포암은 구곡계의 황제라고 부르고 싶다. 맞은편의 은병봉은 왕 정도?

 

 

 

<구곡계 6곡의 쇄포암과 은병봉>

왼쪽이 천유봉의 북쪽인 쇄포암, 오른쪽이 은병봉이다. 은병봉은 천유봉 쪽에서 볼 때 접순봉으로 부르는 것 같다. 정말 장관이다! 쇄포암 능선(?) 중간 쯤에 보이는 정자는 천유봉의 중턱 쯤에 있는 관폭정이다.

사진을 정리할 때도 천유봉에서 본 풍경과 뗏목에서 본 풍경이 매치가 안 됐다. 아니, 매치를 할 생각을 못했는데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연관을 지을 수 있었다. 그 점이 상당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구곡계 6곡의 은병봉>

은병봉(접순봉?)은 천유봉에서 바라보면 그 위용과 존재감이 대단하다. 사진 중앙 부분에 3개의 정자가 찍혔는데 오른쪽을 유심히 보면 무이서원 지붕이 하얀 얼룩처럼 살짝 보인다.

 

 

<구곡계의 5곡 각자와 5곡의 경의대, 천주봉>

 

 

 

<구곡계의 5곡 5곡대교>

주파이를 타고 이곳을 지날 때도, 사진 정리를 거의 다할 때까지도 이 다리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가 처음 무이산에 들어와 천유봉을 오르기 위해 관광차에서 내린 후, 다리 아래로 지나는 주파이들을 신기하게 바라본 바로 그 곳이다.

 

 

 

<구곡계의 5곡과 4곡 사이, 소9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