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 좀 쐬러 지난 9월 25일에 직장 동료들과 홍난파 가옥에서부터 윤동주시인의 언덕까지 다녀왔다. 글을 쓰면서 지도를 첨부하려다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도로 보니 사직터널을 사이에 두고 홍난파 가옥과 딜쿠샤가 양쪽에 있었다. 딜쿠샤가 있는 언덕 아래로 사직터널이 지나는 것이다. 딜쿠샤 조금 동쪽 옆에는 서울성곽 서대문 구간 입구가 있다. 성곽 입구의 옥경이슈퍼는 몇년 전의 태풍으로 간판이 날아갔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편의점으로 바뀌어 있었다.
서울성곽 서대문 구간 진입로에서 인왕산으로 오르는 길은 코스모스가 한창이었다. 청명한 하늘 아래 인왕산과 북악산, 북한산을 마주하고 인왕산 길을 걸으며 모처럼 가을을 실컷 느꼈다.
홍난파 가옥 내부는 3년 만에 다시 보았다. 개방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였는데 우리가 점심 직후에 도착했을 때 20살 전후의 증손주가 홍난파 가옥을 지키고 있었다. 가옥 안에 있는 홍난파선생의 20대 유학 시절 모습과 붕어빵처럼 닮아서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3년 전에 들러서 손주분을 만났을 때 얼핏 들었는데 홍난파 가옥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지만 개방을 하자면 누군가가 따로 붙어있어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고 했다. 지금은 가족 중의 누군가가 개방 시간에 맞춰 가옥을 지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딜쿠샤(테일러 가옥)는 가끔씩 들르지만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가옥에 여전히 다수의 가구들이 거주하고 있고, 서울시 재산이라는 안내문만 붙어있다. 보상문제가 걸려 몇년째 그대로가 아닌가 생각된다. 근대 가옥에 애정이 가는 이유는 그 동안 우리나라의 개발논리에 밀려 낡은 건물들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근대의 서양인 가옥을 대표할 만한 딜쿠샤가 빠른 시간 안에 아름다운 원래 모습으로 복원되었으면 한다.
<홍파동 홍난파가옥>
홍난파 가옥 아래 서쪽은 지금 재개발이 한창이다. 재개발을 위해 모든 집들을 철거했기 때문에 천연동, 안산까지 시야가 툭 트여 시원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시각적으로 옛날보다 훨씬 더 답답할 것이다.
홍난파 가옥 아래의 돈의문 재개발지역(교남동) 집들을 깨끗이 밀어버려서 월암동 각자 바위가 살아남을 지 의심스러웠다. 현재는 차일이 둘러져 있어서 월암동 각자 바위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다.
<홍난파 가옥 개방 시간>
하절기(4월~10월) : 11시~17시
동절기(11월~3월) : 11시~16시 (주일 및 공휴일은 휴관).
문안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20대의 홍난파 선생을 꼭 닮은 증손이다.
<홍난파 가옥 내부, 2층 전시실>
가옥의 기본적인 모습은 홍난파선생이 살던 당시의 그대로의 모습이다. 아담한 규모의 양옥으로 앞에서 보면 1층이지만 옆에서 보면 2층이다. 2층은 전시실, 예전에 주방이었다는 1층은 현재 가끔 개인적으로 연주하는 이들에게 대여한다고 한다. 2층 전시실에는 홍난파선생의 일대기와 사진, 작품세계, 서적, 생전에 썼다는 피아노, 동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홍난파 가옥 내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과 1층>
<길에서 올려다 본 홍난파가옥>
<딜쿠샤(테일러 가옥) 옆에 있는 행촌동의 권율장군 집터 은행나무>
<권율장군 집터의 은행나무에서 본 딜쿠샤(테일러 가옥)>
<딜쿠샤(테일러 가옥)과 기초석의 글씨>
'DILKUSHA 1923'이라 쓰인 기초석의 글씨는 베이지색 모자를 쓴 이의 왼편 장독대 뒤에 있다. 지난 번에는 장독에 완전히 가려있었는데 이번에는 위에서 글씨가 보였다.
<딜쿠샤(테일러 가옥) 뒤편>
3개의 가옥이 붙어있는 것 같은 구조이다. 앞쪽보다 건물을 덧댄 뒤쪽의 훼손상태가 훨씬 심하다.
<홍파동 홍난파 가옥에서 본 돈의문 재개발지역>
지도로 보면 교남동이다. 차일 왼쪽에 있던 '옥탑방 왕세자 촬영 가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아래에 있는 월암동 각자 바위도 생존(!) 여부를 알 수 없다.
<행촌동 딜쿠샤(테일러 가옥) 아래에서 본 돈의문 재개발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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