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안면암과 여우섬, 조그널섬

큰누리 2013. 10. 18. 23:25

안면암은 간조 때 들러도 독특한 느낌이 있지만, 만조 때 석양이 질 무렵에 가면 환상적인 곳이다. 만조 때의 안면암 풍경은 안면암 홈페이지( www.anmyeonam.org )에서 볼 수 있다. 안면암은 내게 생소한 곳이었다. 여타의 절 분위기와는 다른, 가는 골조의 전각들을 보면서 처음 받은 인상은 '앙상하다, 가볍다'라는 느낌이었다. 안면암에서 바닷가로 간 후 끝까지 걸은 바닷가의 길고 허름한 나무 다리(부상교)는 참 독특했다. 무언가 부족해 보이고, 가난해 보이고, 빠진 것 같은 묘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맨땅 같은 뻘을 그 허름한 다리를 지나 정면의 두 동산까지 걷는 느낌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부상교 앞에 나란히 있는 귀여운 두 동산은 밀물 때는 '여우섬, 조그널섬'이라는 번듯한 이름을 가진 섬이 된다. 소원을 비는 돌탑들 쌓이는 중이고, 앙징맞은 섬에서 이고들빼기나 며느리밥풀 같은 야생화들이 자라고 있다. 여하튼 안면암은 흔히 볼 수 있는 절집 구조가 아니고, 그 앞의 여우섬, 조그널섬은 바닷길이 열리는 흔치 않은 섬이었다.

 

이 글을 올리면서 안면암에 대해 알아보니 내가 본 상황은 거의 최악(!)의 모습을 본 것이다. 일단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직장에서 연수 차 갔기 때문에) 시기를 잘못 선택했다. 안면암은 만조 때, 그것도 석양이 질 무렵의 풍경이 압권이다. 그런데 나는 흐린 날 오전, 그것도 썰물 때 들렀다.

내가 '볼품 없고, 용도가 모호하며, 쓸데 없이 길기만 한 나무다리'라고 느낀 그 다리(부상교)는 만조 때면 정말 아름답다. 특히 일몰 때의 모습은 서해안의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장관이다! 게다가 물때가 적당하면 부상교 주변의 갯벌에서 갯벌 체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갯벌 생물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간 시간에 여우섬, 조그널섬 앞은 척박(!)한 맨땅이었지만 부상교 아래는 다양한 갯벌 생물들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만조 때에는 안면암 아래부터 여우섬, 조그널섬까지의 황량한 맨땅은 모두 물에 잠긴다. 여우섬, 조그널섬과 그 사이에 있는 작은 부상탑, 입구의 부상교만 물에 뜬다. 간조 때 보이는 황량한 분위기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절 건물에 대한 내 편견은 부상탑 앞에 있는 안내문으로 깨졌다. 안면암 부상탑은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고를 이겨내고 태평성대를 기원하기 위해 주민들이 세운 탑이라고 한다.

절집 건물의 내용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보는 이들의 눈은 즐겁지만 절집이 크고 좋은 재료로 지었다고 해서 신심(信心)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중후하지 않고, 조금은 싸구려 처럼 보인 절 외모(!)에 대해 경박하게 폄하한 내 태도를 잠시 반성했다.

 

 

<안면암 7층탑>

주차장에서 내리면 이 탑이 위로 올려다 보이고 아래에는 '꽃피는 절집'이 있다. 처음 만난 이 탑 때문에 안면암의 이미지가 부실하고, 빈약해 보이는 참사(!)가 일어났다.^^

 

 

<안면암의 팔부신중>

10기이므로 앞의 두 석상은 금강역사상, 뒤의 8기는 신중들일 것이다.

 

 

<안면암 나한전, 비로전>

안면암의 주불전은 크기로 볼 때 무량수전이고, 나한전, 비로전 외에 용왕각, 산신각 등의 전각이 있다.

 

 

<안면암 용왕각, 산신각과 불상>

바닷가에 있는 절이라서 '산신각' 외에 '용왕각'이 더 있다.

 

 

<부상탑 가는 길 입구의 유어장 안내문>

멀리 보이는 섬은 2개 중 왼쪽 섬이다.

 

 

<부상탑 가는 길 입구>

전면에 보이는 두 섬은 여우섬, 조그널섬이다. 만조 때에는 땅으로 보이는 모든 곳이 물에 잠긴다. 나무다리(부상교)는 만조 때 다리가 뜰 수 있도록 스티로폼을 붙여놓았다. 부상교는 앞의 두 섬까지의 거리 중에서 대략 반쯤 정도까지 놓여있다. 다리가 삐뚤빼뚤하고 볼품 없지만 석양이 질 때 찍은 사진을 보니 정말 환상적이었다. 

 

오른쪽의 검은 지붕 가건물에서는 간단한 음료를 판 것으로 기억한다. 가건물과 여우섬, 조그널섬 사이의 붉은 물체는 거북선(!)이다. 이곳에서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완성체가 아닌 임시 건물, 임시 물체 같다.

 

 

<안면암 부상교와 여우섬, 조그널섬>

부상교가 있는 부분만 제대로 된 갯벌이 있다. 부상교가 끝나는 부분부터 두 섬까지는 다소 황량하다 싶을 정도로 맨땅이다.

 

 

<부상교에서 본 안면암 서쪽의 마을과 갯벌>

바닥의 밧줄을 친 안쪽에서 해삼을 채취하는 모양이다.

 

 

 

<안면암 부상교 동쪽의 선박>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독도 지킴이 1호'라고 써있다.

 

 

<안면암 부상교 동쪽 풍경>

 

 

<여우섬, 조그널섬>

만조 때 제법 높은 지대의 땅으로 보이는 섬 앞 부분은 모두 물에 잠긴다. 만조 때 물에 잠기는 곳 같지 않게 땅이 척박한 느낌을 준다.

 

 

<섬 오른쪽(동쪽)> 풍경> 

 

 

<섬쪽에서 본 안면암>

 

 

<동쪽 여우섬의 꼬마탑과 돌탑>

 

 

<안면암 부상탑>

종교적인 부분까지 공감하긴 무리지만 신도들이 자신들의 염원을 담아 순수하게 건립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여우섬 끝쪽 풍경>

우리처럼 지나치는 이들에게 이곳 안면암은 썰물 때임에도 불구하고 허름한 부상교를 건너면서 갯벌 생물도 보고, 여우섬까지의 황량한 땅을 걸어 이곳까지 다녀오는 경험은 분명 특별하다. 

 

 

 

<여우섬과 부상탑>

여우섬 끝에서 되돌아 나오는 길...

 

 

<섬쪽에서 본 안면암>

부상교 교각에는 법구경이 기록되어 있다. 가장 큰 중앙의 건물은 주불전인 무량수전...

 

 

 

'충청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면도 자연휴양림  (0) 2013.10.19
안면도 백사장항 풍경과 음식들  (0) 2013.10.19
안면도 꽃지해변  (0) 2013.10.16
괴산의 여우숲2  (0) 2012.12.26
괴산의 여우숲1  (0) 201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