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안면도 백사장항 풍경과 음식들

큰누리 2013. 10. 19. 13:21

'안면도' 하면 휴양림, 꽃지해수욕장, 수목원 등 단편적인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승용차나 관광버스로 특정 장소만 휙 둘러보고 왔기 때문일 것이다. 안면도에 대해 내가 가진 상식은 '섬이었다가 육지가 되었고, 몇년 전의 태풍으로 휴양림의 소나무들이 엄청나게 뿌리 채 뽑혀나갔다, 기름 유출 사고로 태안반도 일대가 쑥대밭이 되어서 자원봉사자들이 상당 기간 동안 기름을 걷어냈다' 등 이었다.  

지난 9월 27일부터 28일까지 1박을 하면서 안면도 일대를 둘러보니 내 상식이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었다. 특히 물이 빠진 꽃지해변과 해수욕장의 모습을 보면서 '장님이 코끼리 더듬어 평가하기'를 떠올렸다. 이전에 갔을 때는 만조 때라 물에 뜬 두 섬(할미, 할아비바위)을 두고 왜 그렇게 사람들이 멋있다고 하는지 이해를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두고 판단했지만 그 모습만이 진짜는 아니었던 것이다. 해변, 특히 서해안은 만조 때와 간조 때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양쪽을 다 보고 판단해야 한다.

 

보통 서해안쪽은 수도권과의 교통이 잘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당일 코스로 여행을 많이 한다. 작년에 공주, 부여 일대를 답사하면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관광이 지역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관광을 하러 가면 그 곳에서 먹고, 자고, 물건도 사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교통이 편리하니 볼 것만 보고 바로 돌아온다. 관광객은 돈과 시간이 줄어 좋지만 지역민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안면도(태안반도) 주변은 명소도 많아 연계할 곳이 많고, 해산물 등의 먹거리도 풍부하다. 1박을 해도 극히 일부 밖에 볼 수 없다. 우리 일행이 들른 곳은 백사장항, 꽃지해변, 안면도 자연휴양림, 안면암 정도였지만 볼거리가 아주 많았다. 내가 눈독들였다 놓친 간월도, 신도 사구, 안흥성 등도 그곳에 있다.

 

일정에 따라 버스로 안면도 주변을 돌면서 본 항구들은 모두 포근하고 아름다웠다. 천수만도 처음 들렀다. 여담이지만 내가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간월도 답사가 마침 그날 나홀로테마여행에서 '번개팅'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연락을 받고 함께 할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는데 일정이 끝난 후에는 끝까지 직장 팀에 남아있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폐를 끼치지 않고 중간에 팀을 만날 수 있었다면 무모하게 강행을 했을 것이다.)

 

안면도에는 수많은 항구들이 있다. 포구 사이의 바다와 소나무숲, 황금빛 들녘들이 어울려 딱히 어디랄 것 겂이 모두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풍치가 빼어나기도 하지만 언제 가도 포근하게 맞아줄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백사장항'은 안면도에 딸린 수많은 항구 중의 하나인데 '백사장'이란 이름 때문에 그냥 안면도의 모래가 발달한 곳인 줄 알았다. 백사장항은 갓잡은 해산물을 파는 수산시장도 따로 있고, 우리가 도착한 날 다리 개통식이 있다고 했다. 수산시장에서는 게와 대하가 한창이었고 '안면도 대하축제'라는 애드벌룬이 떠 있었다. 다리는 꽃지해변에서 본 '해변길'과 연계해서 걷기 위해 건설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첫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을 백사장에서 먹었다. 꽃게탕대하 소금구이, 조개북어탕국을 먹었는데 모두 진국이었다. 가격은 서울과 비슷했지만 팔딱거리는 큼직한 꽃게를 넣어 끓인 꽃게탕은 정말 맛있고 푸짐했다. 조개북어탕도 매콤하면서 맛이 깔끔했다.

대하(새우) 소금구이 새우가 제철이니 따로 언급할 필요 없이 싱싱하고 맛있다. 그외에 밑반찬으로 나온 양념꽃게장과 간장게장, 삭힌 깻잎김치도 얼마나 먹어댔던지...

하지만 안면도의 별미라는 게국지 별로였다. 겉절이 김치에 꽃게를 넣어 끓인 일종의 김치찌개인데 김치는 물러서 식감이 좋지 않고, 게는 매운 맛에 묻혀버렸다. 김치의 아삭함도 없고 게의 구수함도 없는, 두 재료의 장점이 사라진 비추 음식이다. 값도 만만치 않은데... 그래도 이번의 안면도행은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여행이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백사장 꽃게탕!!!>

게가 뜨거운 탕국으로 투하되면서 발악하는 중이다. 그러나 어쩌랴? 맛있는데...

 

 

<신축 개통된 백사장항의 다리(안면대교로 추정)>

다리 이름은 정확히는 모르겠고 지도를 보고 추측하건데 안면대교인 듯 하다. 다리 양끝이 나선형으로 되어 있고, 해변길과 연계하기 위해 놓은 것이라고 들었다. 

 

 

<이튿날 아침, 조개북어탕을 먹기 위해 들른 백사장항과 다리(안면대교로 추정) 주변>

이곳은 수산시장 끝쪽의 모습이라 좀 어수선하다. 일행들이 식사하러 간 사이에 혼자 헤짚고 다니는 중이다. 작은 어선들은 통통거리며 바다로 나가고, 갈매기들은 부스러기를 찾느라 분주하다. 이런 항구를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백사장항의 태안군 관광안내도>

8경이니 뭐니 하는 게 개인 취향과 큰 관계는 없다. 그래도 공식적으로 태안에서 내세우는 태안 8경 들여다보면...

제1경 백화산, 2경 안흥성, 3경 안면송림, 4경만리포, 5경신두 사구, 6경 가의도, 7경 몽산해변, 8경 (안면도)할미, 할아비바위이다. 모두 괜찮다!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 애드벌룬>

(대하구이도 맛있었지만) 꽃게탕, 꽃게장이 워낙 맛있어서 꽃게축제인 줄 알았다!^^

 

 

<백사장 수산시장>

규모는 작지만 배에서 갓잡은 수산물을 팔기 때문에 해산물들이 싱싱하다.

 

 

 

 <백사장의 조개북어탕>

우리가 꽃게탕과 조개북국, 대하구이를 먹은 집이다. 이집에서 서빙하는 60쯤 된 아주머니의 애교는 음식 맛 못지 않게 인근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깔끔한 조개북어탕 맛도 일품이지만 무한 리필되는 밑반찬, 특히 간장돌게장, 깻잎김치, 묶은김치가 맛있다.

 

 

 

<안면도 게국지와 음식 가격표>

게국지는 백사장 밖 안면도 어느 곳에서 먹었다. 꽃게 관련 음식이나 게국지 가격은 안면도 부근에서는 똑같거나 비슷할 것이다. 이 집 음식 맛의 문제가 아니라 게국지라는 음식 자체가 내게는 별로였다. 김치는 김치대로, 꽃게는 꽃게대로 매운 양념 맛에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물렁하다, 얼큰하다는 느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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