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마도 여행3 - 일본 3대 묘지 만송원(반쇼인)

큰누리 2013. 12. 17. 00:19

만송원(万松院, 반쇼인) 대마도 역대 번주인 소우(宗) 집안의 묘소이다. 소우가 20대인 소우 요시나리가 그의 아버지인 소우 요시토시를 긴세끼죠(金石城) 뒷산에 묘를 쓰고 명복을 빌기 위해 절을 지은 것이 시초라고 한다. 만송원(반쇼인)가나자와의 마에다(前田) 집안 묘하기의 모리(毛利) 집안 묘와 더불어 일본 3대 묘지로 지정되어 있다.

 

한낮에도 컴컴할 정도로 수령이 (3그루 밖에 남지 않았지만) 천년이 넘는다는 삼나무와 기타 대나무에 둘러쌓인 묘역과 이끼 낀 묘비들, 햐쿠칸기(百眼木)라 불리는 긴 돌계단, 3그룹으로 나뉜 수많은 묘비들은 오늘날에는 일본의 변방에 지나지 않고 과거에는 식량을 얻기 위해 동양의 온갖 나라들을 침략해서 '왜구'로 불린 대마도와 대마도인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 정도이다. 대마도의 최고 지배자인 번주였기에 가능하긴 했지만 수백년에 걸쳐 한 집안의 묘를 본다는 것은 기분이 특별했다. 역사가 녹아 있고, 그 역사 만큼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만송원(반쇼인)에서는 뱀 허물도 심심치 않게 만난다.

죽은 자의 위패를 모신 원내의 작은 사찰은 원래 송음사(松音寺)라 불렸으나 곧 만송원(반쇼인)으로 개칭했다. 만송원 산문은 대마도에서 가장 오래된 모모야마 양식의 문화재라고 한다. 만송원 본전에는 광해군이 즉위 후 선린외교 차원에서 번주 소우 요시토시의 죽음을 애도하며 하사한 삼구족이 있다. 삼구족(三具足)은 불보살에게 바치는 향로, 화병, 촛대를 세트로 만든 것이다.

 

햐쿠칸기(百眼木) 명칭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문이 드는데 나는 묘지로 오르는 돌계단 입구에 있는 지팡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돌계단 주변에 있는 빽빽한 삼나무들을 지칭할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현지의 안내문이나 가이드 모두 묘지로 오르는 긴 돌계단이라고 했다.

돌계단 입구의 통에 수북히 담겨있던 나무 지팡이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텐데 설명을 놓쳤다. 돌계단이 길기는 하지만 지팡이를 짚고 올라야 할 정도는 아니다. 죽은 자를 위한 의례의 일종인지, 아니면 뱀을 쫓기 위한 호신구?

 

 

 <긴세끼죠(金石城) 터 아래의 만송원(반쇼인) 이정표>

만송원 앞은 긴세끼죠(金石城)가 있었던 곳이라 성 터가 남아있고 그 정원 안에 덕혜옹주와 소우 다케유키(宗武志) 결혼봉축기념비가 있다. 역사를 아는 이라면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조형물이다. 하지만 만송원(반쇼인)으로 가는 작은 도랑을 낀 긴세끼죠(金石城) 아래 길은 이끼 낀 고목들이 있어서 나름 운치가 있다.

 

 

<만송원(반쇼인) 안내도>

3개의 무덤군으로 된 御靈屋, 3개만 남은 천년이 넘은 삼나무(大杉), 돌계단(百眼木), 도쿠가와 막부의 장군 위패, 번주의 초상 등이 안내되어 있다.

 

 

<만송원(반쇼인) 산문>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 하지만 제대로 된 문이 이것 하나인 것으로 미루어 정문인 이 문이 모모야마 시기에 지은 산문일 것이다. 지금은 폐쇄하고 옆에 따로 쪽문을 내어 출입하지만 목조 상태로 보나 양 옆의 인왕상으로 보아 만송원에서 가장 볼만한 건축물이다.

칠은 벗겨지고 대충 깎은 다음 못으로 투덕투덕 박은 인왕상은 느낌이 특별하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불상들은 아주 사실적이거나 섬세한데 이렇게 거친 불상은 처음이어서 약간 놀랐다. 

 

 

<만송원(반쇼인) 산문의 인왕상>

일본에서는 흔치 않은 거친 조각상인데 그래서 호감이 간다.

 

 

 

<만송원(반쇼인)의 연고>

모양새로 보나 '번주가 선정을 베풀고...' 등의 안내문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상적인 용도로 쓰인 북 같지는 않다. 북 받침대의 정교한 무늬만 보아도 특별한(!) 용도의 북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만송원(반쇼인) 본전>

이곳을 동희궁으로 부르는 모양이다. 이 안에 삼구족, 도쿠가와 막부 장군들의 위패가 있다. 

 

 

 

 

<번주 소우 요시토시의 죽음을 애도하며 광해군이 하사한 삼구족>

뒷면의 종이에 '조선국왕에게 기증받은 삼구족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도쿠가와 막부 장군들의 위패>

1대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위패는 없고, 제2대 장군부터 13대까지의 장군과 13대 장군의 아들 등 16개의 위패가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만송원(반쇼인) 御靈屋 출입문>

이 문을 들어서면 긴 돌계단(햐쿠칸기)이 이어지고 무덤군이 나온다. 방문자들은 문 오른쪽 통 안의 지팡이를 짚고 계단을 오른다.

 

 

<햐쿠칸기(百眼木) 안내문>

 

 

<햐쿠칸기(돌계단) 앞에서 본 사찰>

 

 

<햐쿠칸기(百眼木)>

밑에서 본 모습과 위에서 본 모습이다. 줄지어 선 석등과 돌계단, 빽빽한 삼나무(스기)와 대나무들이 인상적이다. 내 보기에는 만송원(반쇼인)이야말로 가장 대마도의 느낌이 물씬 나는 유적이다.

 

 

 

 

<만송원(반쇼인)의 무덤군 입구>

계단을 2/3쯤 오르면 오른쪽으로 독립된 무덤 몇 기가 있고 대부분의 무덤들은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있다. 아래 사진은 계단 2/3지점에 있는 무덤군이다.

 

 

<上御靈屋 입구>

이 계단 위로 대부분의 무덤들이 집결되어 있다. 일본은 화장문화가 발달했으므로 유골함이겠지만... 특히 이 부근에 천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3그루의 삼나무(스기)가 있다. 아래 사진에 '만송원의 大杉'이란 안내 문구와 아래 아래 사진에 삼나무에 대한 자세한 안내 문구가 보인다.

 

 

 

<수령이 천년은 되었을 거라는 삼나무 3그루 중의 한 그루>

하지만 이 나무는 삼나무(스기)가 아니라 측백(히노키)로 보인다...

 

 

<上御靈屋>

대마도 번주인 소우(宗)家의 대무덤(유골함과 비석)군... 

 

 

 

 

<조선으로부터 종3품을 하사 받은 것을 새긴 묘비>

 

 

<덕혜옹주의 남편이었던 소우 다케유키(宗武志)의 묘비>

 

 

<뱀 허물...>

정말 오랜만에, 그것도 이국 땅에서 뱀 허물을 둘 씩이나 보았다. 습기 차고 숲이 무성해서 실제로 만송원 안에는 뱀이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