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스.포.모 여행1 - 여행 준비물과 기초 정보

큰누리 2014. 2. 22. 19:07

<내 해외 여행에 대한 기준>

첫째, 시간이 맞아야 하며, 내 부실한 건강 때문에 장기여행이나 빡센 일정은 가급적 피한다. 그래서 아직까지 일주일을 넘기는 해외여행은 포기했다.

 

둘째, 같은 이유로 자유여행은 피하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패키지를 선택한다. 패키지 여행은 원하는 것을 선택하거나 심도 있게 볼 수는 없지만 잘 모르는 상태에서 우왕좌왕하는 것보다는 실리가 있다. 게다가 자유여행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이나 좌충우돌을 즐길 만큼 나는 건강하지도 젊지도 않다. 

 

세째, 경제적으로 무리가 없어야 한다. 돈 문제는 때로는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내가 아무리 남미 대륙을 가고 싶어도 공식 비용만 1천만원을 웃도는 여행을 선뜻 고를 수는 없다.

 

위 기준으로 원래 계획했던 1월 중순의 중국 태산, 곡부 여행이 성원 미달로 무산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갑자기 여행이 깨지니 다른 프로그램을 찾는데 일정이 촉박하여 무리가 따랐다.

이 참에 한번 제대로 여행이나 해봐? 빠듯한 시간 때문에 이래저래 조건이 좋지 않아 망서리던 차에 나와 비슷한 마인드와 수준으로 여행을 다니는 예전의 직장동료가 이 여행을 귀뜸해 주었다. 이름하여 '스포모 여행(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이다. 그 친구는 '스포모'가 아닌 '스포불(스페인/포르투갈/니스, 아를르 등의 프랑스 남부)'로 갔다.

 

나만 몰랐지, 스포모여행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코스의 패키지 여행이다. 일단 다른 유럽 코스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기 때문에 구미가 당겼다. 아프리카 대륙의 모로코가 낀 것은 메이저 여행사보다는 최근에 급부상 중인 몇 개의 저가(底價) 여행사에서 주로 진행한다. 참..여행사, 노랑.. 등. 

나는 유럽, 그 중에서도 스페인 때문에 일단 스포모와 스포불의 두 코스로 좁힌 후 프랑스와 모로코를 놓고 고민을 좀 했다. 그러나 모로코가 우리가 쉽게 갈 수 없는 아프리카 대륙에 있다는 점과 프랑스에 비해 가격이 50만원 정도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스포모를 선택했다.

 

처음 계약은 성원 미달로 깨졌다(대부분 한번쯤 겪는다). 하지만 거의 매일 출발하기 때문에 일자를 앞당긴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저가 여행은 스페인까지 직항이 아니라 경유를 하는데 어느 국적의 항공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간과 가격 차이가 난다. 가격 차이는 주로 유류할증료에서 발생하는데 유럽의 경우 유류 할증료가 46만원에서 56만원 정도이다. 나는 평소 이미지가 좋지 않고 사고도 잦은 러시아 국적 항공만 피했다.

또 다른 가격 차이는 출발 일자인데 똑 같은 일정인데도 10만원 단위로 차이가 나고 최종적으로 40만원의 차이가 나기도 한다. 출발 시각에 따른 숙박이나 음식 포함 여부의 차이인지 주말이나 주중의 차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나는 최저가와 최고가의 딱 중간 가격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유로화 환율이 1:1450원 이상이면 10만원을 무조건 유류할증료 인상분으로 더 내야한다는 것이다. 내가 출발 전날 환전을 할 때 유로화 환율은 이미 1:1472원(우대로 1454.82원에 샀지만)이었다. 12일 만에 입국할 때는 1480원을 넘었다. 유류 할증료(46만원)와 공식 비용을 포함해서 여행사에 이미 236만원 지불했지만 공동 경비(대략 120유로)는 미납 상태였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준비한 것은 500m 들이 미니 커피포트였다. '꽃누나'에서 보니 유럽은 아시아에 비해 서비스가 많이 떨어지고 숙박 여건이 별로라고 판단을 해서였다. 생각보다 숙박시설은 괜찮았지만 커피포트는 정말 유용하게 잘 썼다.

또 다른 준비물은 내가 들를 여행지를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일정대로 자료를 정리 것이다. 여행할 때 미리 자료를 보고 갈 곳을 확인했기 때문에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여행지에 대해 이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소매치기를 당하는 날벼락(!)을 맞았지만 그래도 여권만은 건져서 정말 꿋꿋하게 버텼다. 그 일 때문에 정말 생각치 못한 일들이 더불어 따라붙어서 많은 상처도 남았지만 내게는 정말 특별한 여행이 되었다.

 

여행이 끝난 후 2대의 카메라로 찍은 5,000장이 넘는 사진을 정리하고 편집하느라 근무한 며칠을 빼고 20여일을 매달렸다. 그래서 4,300여장의 사진 건졌다. 동영상은 실수로 한컷만 남기고 모두 날리고 말았다.

여행하는 것 못지 않게 사진 정리는 힘들었다. 내가 한 건(件)으로 사진을 5,000장 이상 촬영한 것은 처음이다. 그 만큼 '스포모 여행'이 볼거리가 많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2번 입술이 부르트고, 손목 터널 증후군으로 손가락이 저려 병원진료를 아직도 받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사진 한장 한장을 볼 때마다 현지에서 느꼈던, 혹은 그 이상의 감동이 되살아나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여행기를 쓰면서 나는 한번 더 이 여행을 기억하고 추억할 것이다.

 

 

<여행 일정과 경비, 준비물>

여행 일정 :  2014년 1월(11박 12일-항공 체류 시간은 왕복 2일 정도 잡아야 타당),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1.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똘레도시와 똘레도 대성당, 산토 토메성당.

2. 마드리드의 스페인 광장, 마요르 광장(스페인 광장과 마요르 광장은 도시마다 따로 있을 정도로 많다)과 스페인 왕궁. 살라망카의 마요르 광장과 대성당 및 대학 주변. 포르투갈 파티마의 성모 발현지 성당.
3. 포르투갈의 까보다로까, 리스본의 벨렘탑과 제로니모스 수도원, 스페인 세비야에서 플라멩코 공연 관람.
4. 세비야의 황금의 탑과 스페인 광장, 후데리아(유대인 거주지). 세비야 대성당.
5. 모로코 페스의 하산2세 왕궁과 메디나.
6.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모하메드5세 광장과 하산 (2세) 모스크, 라바트의 하산탑과 모하메드5세 묘, 스페인의 미하스.
7. 스페인의 산악 도시 론다와 누에보 다리, 코르도바의 로마교와 코르도바 메스키타(코르도바 대성당), 구시가지(후디오스).
8.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알 카사바)과 헤네랄리페.
9. 바르셀로나의 몬세라트, 올림픽 경기장 주변, 바르셀로나의 그라시아 거리와 람블라스 거리.
10. 바르셀로나 구엘공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대성당), 귀국.

 

여행 경비

1. 공식 비용 : 160~190만원
2. 유류 할증료 : 46만원~56만원
3. 공동 경비 : 120유로. 현지 기사 팁, 인솔자 팁, 식당 팁, 물값 등
4. 옵션 : 135유로. 몬세라트나 구엘공원 관광을 추가하면 각각 30유로 추가로 지불(둘다 강추! 어떤 면에서는 일정에 있는 여행지보다 탁월), 플라멩코 관람비 70유로. 기타 모로코의 공동 경비(물값, 호텔 보이 팁) 5유로.
5. 개인 비용 : 10박을 넘기면 300유로 정도(충분)와 호텔 숙박 팁 일당 1달러 정도. 스페인은 눈 뜨고도 코 베어 갈 정도로 소매치기가 우글거리므로 불필요한 현금 소지는 절대 권장하고 싶지 않음.      

 

준비물

1. 여권과 사본 : 여권은 여행 내내 소매치기에 시달리므로 지갑과 따로 보관해야 하고 휴대폰에 여권을 찍어 두면 편리. 
2. 비상약(소화제, 종합 감기약, 진통제, 일회용 밴드 등)
3. 여행 일정 만큼의 피로회복제(내게는 필수 품목. 매일 자기 전에 복용하면 감기 등의 예방에 도움이 되고 일단 여행 기간 동안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음).
4. 노트나 필기구(패키지 여행의 경우 여행사에서 자료 제공).
5. 멀티 콘센트(유럽은 콘센트가 1개 밖에 없는 호텔이 대부분이므로 필수!).
6. 휴대폰(배터리 여분과 충전기).
7. 카메라(배터리 여분과 충전기). 
8. 수건을 제외한 세면도구 일체 : 치약, 치솔, 샴푸, 린스, 세수비누, 머리빗 등(수건은 1인당 3장씩 호텔에서 모두 제공했으나 치약, 칫솔은 딱 1곳에서만 제공했고 세수비누도 2곳 정도에만 있었음. 유럽은 세수비누, 샴푸, 바디워시를 겸용으로 쓰며 린스는 전혀 제공하지 않음).
9. 헤어 드라이어는 없는 곳이 2곳 정도 있었음.
10. 슬리퍼(필수. 유럽에서는 동양권과 달리 전혀 제공하지 않으므로 슈퍼에서 3,000원 내외하는 1회용? 슬리퍼를 가져가면 아주 유용함).
11. 화장품.
12. 선텐크림(건기에는 40도를 오르내리는 땡볕이므로 필수이나 1월은 우기라 하루에도 서너 차례씩 비가 오고 날이 궂으므로 선텐크림이 없어도 무방).
13. 선글라스
14. 오리털 패딩이나 두꺼운 바람막이 점퍼(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는 순서대로 온도가 섭씨 2도 정도 높으며, 낮 온도가 섭씨 10도 안팎에서 16도 정도이지만  바다와 가까운 곳이나 론다, 그라나다처럼 지대가 높은 곳은 우리나라의 초겨울 날씨 정도로 춥고 바람이 많음. 모로코가 아프리카에 있다고 따뜻할 거란 생각은 절대 금물!). 
15. 목도리와 장갑(특히 1월에 목도리는 유용함).
16. 속옷과 양말 일정대로(팬티 정도는 수건에 싸서 밟은 후 스텐드 부근에 옷걸이에 걸어 말리면 하룻밤 만에 마르지만 양말은 넉넉히 준비해야 함. 대부분의 여행사 일정이 한밤중에 호텔에 체크 인하고 6시를 전후한 신새벽에 출발하지 않으면 일정 소화를 못하므로 한가하게 말릴 틈이 없음).
17. 일정의 1/2 정도의 갯수에 해당하는 상의(12박이면 5~6장 정도), 하의는 좀 적어도 대충, ㅎ...
18. 인스턴트 커피나 1회용 녹차 등(유럽은 커피가 상당히 진하고 식당에서 식후에 제공되지 않는 곳이 많다. 뜨거운 물을 구하는 것은 머무는 장소에 따라 다르다. 모로코는 뜨거운 물이 식당의 주전자에 비치되어 있지만 스페인 쪽에서는 식당에나 가야 겨우 얻을 수 있다).

PS : 우리는 한겨울이라 호텔마다 난방이 잘 되었고 꺼져 있는 경우 요구를 하면 직원이 와서 켜주었지만(나는 난방을 하면 너무 덥거나 건조해서 빨래를 말리느라 3번 정도만 난방을 켜고 대체로 껐을 정도로 호텔의 실내온도가 적당했음) 초가을이나 초봄은 라디에이터를 끄는 경우가 많다고 하므로 핫팩을 준비하는 게 좋을 듯. 

 

 

<유로화>

내가 바꾸거나 가지고 있었던 것들이므로 100유로 등은 빠졌다. 동전은 50, 20, 5, 1유로 센트가 있었는데 스페인이 새겨진 걸로 보아 유로 연합체에서 공동으로 쓰되 각국에서 독자적으로 제조하는 것 같다. 포르투갈에서는 비가 심하게 오고 현지 가이드가 어찌나 독촉을 하던지 돈 구경(!)할 겨를이 없었다.

 

 

 

<미니 커피포트>

이 포트와 인스턴트 커피, 1회용 현미 녹차가 이번 여행에서 내게 1등 공신이었다. 여행 중 필요한 물은 모두 이 포트에 물을 끓인 후 1회용 현미 녹차를 우려 들고 다녔는데 아주 유용했다. 유럽은 물값이 만만찮고, 모로코 같은 경우 포트에 끓인 물로 인스턴트 커피를 타면 커피와 프림이 분리가 될 정도로 수질이 나쁘다.

크기는 손잡이에 세운 볼펜과 비교하면 될 듯... 가격은 3만 8천원 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번의 여행만으로도 충분히 본전을 뽑았다.

 

 

<사전에 준비한 여행지 자료>

여행사에서도 제법 쓸만한 자료를 준다. 하지만 나는 내 하던 대로 약간 더 꼼꼼한 자료를 준비했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했다. 볼펜으로 즉석에서 받아 적은 내용들이 내가 준비한 자료와 비슷하거나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