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스.포.모 여행2 - 스페인, 진짜 멀다!

큰누리 2014. 2. 22. 23:18

인천공항에서 한밤중에 아랍 에미레이트항공에 탑승했다. 내가 정확한 여행 일자를 못 밝히는 것은 여행사나 주변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여행사와의 계약에 여행 경비 등을 자세히 밝혀서 그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무시무시한 항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천에서 아랍 에미레이트항공(EK) 으로 두바이까지 가서 같은 항공사 편으로 환승하여 마드리드로 갔다. 네덜란드 항공을 이용하면 암스테르담, 독일항공을 이용하면 뮌헨을 경유하는 방식이다. 러시아 항공을 이용했더라면 어디를 경유했을까? 모스크바?

 

아랍 에미레이트는 석유 대국이고, 특히 두바이는 경제 특구 같은 곳이어서 몇년 전에 우리나라 복부인들이 투기하러 원정을 갔던 곳이기도 하다. 돈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어 사막에 인공 눈썰매장을 만들었다는 기억도...

아랍 에미레이트항공(EK)은 오갈 때 모두 이용했는데 이미지가 아주 좋았다. 그 동안 이용한 어느 항공사보다 승무원들이 친절했고 서비스도 최상이어서 앞으로도 선택할 수 있다면 또 이용하고 싶을 정도이다. 비행기가 크기도 했지만 승무원이 17명이라고 했다. 여승무원들은 세계 미인들 전시장 같았다. 한국인 여승무원은 딱 1명을 보았는데 아프리카에서부터 유럽, 아시아인까지 골고루 있었다.

 

음식도 내 입에 다 맞은 건 아니지만 모두 훌륭했다. 편도로 5끼씩의 식사를 먹었는데 퓨전식이긴 해도 한식부터 양식, 죽까지 고루 있었고 인천-두바이 구간에서는 사발면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승무원이 두번째 식사를 할 때 포장봉투를 내밀며 김치인데 먹겠느냐고 물어서 얼결에 받은 김치는 한국의 맛집에서 먹은 것 못지 않게 맛있었다. 외국에 나가서 한식을 별도로 찾는 법이 없는 나는 기내에 잘 숙성된 김치나 사발면이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출발하기 전 장거리 비행을 한다고 효녀인 큰딸이 휴대폰에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 몇 편을 담고 불편하다고 이어폰까지 새로 준비해 줬다. 그런데 올 때까지 휴대폰에 다운 받은 영화를 볼 일이 전혀 없었다. 비행기 좌석마다 LCD모니터가 장착되어서 영화나 비행 상황, 다른 정보 등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도 몇편 있었는데 '은밀하게 위대하게' 같은 비교적 최신 영화였다. 인도영화 묶음이 따로 있는 점은 좀 특이했다. 나는 주로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비행 시간이 워낙 길어서 타자마자 영화를 본다면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5편 이상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천에서부터 목적지인 마드리드까지 가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것인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비행시간을 무척 궁금해 하지만 계산 결과는 똑같지 않은데 바로 시차 때문이다. 나도 휴대폰의 시각으로 비행 시간을 계산했는데 시차 때문에 자꾸 헛갈렸다.

 

그래서 귀국한 후에 카메라에 표시된 시간으로 계산을 해보니... 인천공항에서부터 두바이공항까지 11시간두바이공항에서 환승하느라 2시간 30분 대기두바이에서 스페인의 마드리드까지 8시간이 걸렸다. 비행 시간만 19시간에 환승하느라 기다린 시간까지 합하면 무려 21시간 30분이다! 스페인, 정말 멀다!!!

 

비행기 안은 좀 추운 경우가 많은데 아랍 에미레이트항공은 너무 더워서 나는 허벅지에 두드러기가 나서 이틀 정도 고생을 했다. 동행한 딸은 건조함과 장시간의 비행에 지쳐 감기에 걸려 일주일을 끙끙 앓으면서 여행을 따라다녔다. 비상으로 가져간 내 감기약을 다 털어먹고도 그 모양이어서 정작 내게 감기 기운이 왔을 때는 종합 감기약 2알을 먹고 버텨야 했다.

 

 아랍 에미레이트항공(EK)과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두 가지가 더 있다. 하나는 특이한 여승무원의 모자(정확히 모자에 달린 베일)이다. 빨간 기본 모자에 흰 베일이 늘어져 달렸는데 어떻게 착용하는지 궁금해서 눈여겨 보았다. 원리(?)는 간단했다. 한쪽은 모자에 베일이 고정되어 있고 나머지 한쪽은 앞으로 살짝 둘러 목 안으로 집어넣는 방식이었다. 다른 이들도 그 하얀 베일이 몹시 궁금했던지 그에 관한 글들이 더러 있었다.

 

다른 하나는 안내 방송을 한 남성의 목소리이다.  어쩌면 그렇게 딱 부러지면서도 감미로운 양면을 모두 갖춘 목소리인지... 처음 듣는 언어였지만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이니 아랍어였을 것이다. 태어나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또렷하지만 부드럽고 고혹적인(서로 어울리는 형용사인가?) 목소리였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영원히 그 목소리를 기억할 것이고, 'EK 항공사' 하면 그 목소리를 떠올릴 것이다. 

 

 

<우리가 탄 인천공항의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기>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 기내와 승무원>

카메라로 너무 들이대기가 미안해서 근접 사진을 못 찍었지만 흐릿하긴 해도 윗사진 모니터에 여승무원의 정면 사진이 있다. 승무원이 무려 17명이라고 했는데 남자 승무원도 꽤 되었다. 남자 승무원은 보디가드 같은 전형적인 정장 차림...

 

여행사에서 소개한 바로는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기를 '날으는 꿈의 궁전'이라고 했다. 내가 국제선을 너무 오랜만에 탄 것인지 아니면 후진국만 다닌 것인지 좌석에 모두 모니터가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편리했다. 일렬로 여승무원들이 통로에 주욱 늘어서서 탑승 후 안내 방송을 할 때 그 방송에 맞춰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처상황을 몸짓으로 표현하던 걸 생각하면 참 좋은 세상(!)이다. ㅎ...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의 기내식들>

세번째 사진의 빨간 봉투가 바로 그 맛있는 김치이다. 많은 사람 중에서 요청하지도 않은 내게 승무원은 왜 김치를 줄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여하튼 맛있었다. 메뉴는 왕복 열번의 식사가 매끼 달랐는데 닭고기 요리가 가장 많았다.

 

 

 

 

<두바이 공항과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기 사진>

 

 

 

 

<이 발가락 신발...>

너무 재미있다! 밟히면 얼마나 아플까 하는 쓸 데 없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 이줌마는 인천공항에서부터 내 주변에 계속 있었다. 아기는 또 왜 맨발인지...

 

 

 <두바이에서 마드리드행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 기내와 기내식>

2시간 30분의 기다림 끝에 같은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환승하여 두바이에서 마드리드까지 또 다시 8시간 비행... 이 구간의 기내식은 우리 입맛에 잘 안 맞는다. 일반적으로 스페인 사람이나 아랍인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LCD 모니터의 항공 노선도와 각국 시간>

서울과 두바이는 5시간(두바이가 5시간 늦다), 스페인은 8시간, 포르투갈의 리스본은 9시간이 각각 늦다.

 

 

 

<드디어 마드리드 마라하스 공항이다!>

감격... 21시간 30분만에 목적지 스페인에 도착... 공항 건물의 색깔이 정열의 나라답게 진홍색에 오렌지색, 현란하다! 벽화는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연상하게 하고, 천정의 조명도 예사롭지가 않다.

 

 

 

 

<마드리드 시내의 기아 車>

우리나라의 마티즈인데, 이름이 다르다.

 

 

<마드리드의 레띠르공원의 독립문>

현지 가이드가 설명하는 걸 일부는 흘리고 일부는 기록을 했는데 정확한지 모르겠다. 장시간의 비행에다 시차로 머리가 띵해서 누우라면 딱 좋겠는데 내리니 마드리드는 한낮이다. 게다가 내게는 아주 기대되는 프로그램이 두 개나 된다. 첫번째 목적지인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으로 가는 길이다.

 

 

<마드리드 시가지>

무슨 역이라고 들은 것 같다. 눈에 띄는 건물들이 예사롭지 않고 분수와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아래 아래 사진은 앞의 분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