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 대성당 주변의 주택들>
세비야 대성당 관람을 마치고 15분 정도 걸어서 중국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중국집 가는 골목에 있던, 후데리아와 반대 방향의 세비야 도심의 고급 주택가이다. 집들이 저마다 개성이 있고 골목은 조용했다.
여행의 또 다른 맛이 이렇게 현지인들이 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들여다 보는 것일 것이다. 마냥 지나치고 건너뛰기만 하던 우리 가이드가 몇 가지 안 되는 잘한 일 중의 하나이다. 아니면 세비야 대성당에서 걷는 방법 외엔 이곳에 갈 수 없었던 필연 때문이었거나...
<4일째 점심을 먹은 세비야의 중국식당>
식당의 모습이나 음식 모두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중국집이다. 다른 점이라면 식당 안에 제법 큰 불상이 있다는 점이다. 음식도 어느 나라의 중국집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음식 맛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면 '예측할 수 있는 일반적인 맛'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비야 외곽의 수로>
달리는 버스 차창으로 촬영한 부실한 사진을 올린 이유는 수로(水路) 때문이다. 스페인의 수로는 우리나라처럼 땅을 판 관개수로가 아니라 로마의 수로처럼 공중에 띄운 것이 상당히 이채롭다.
<스페인 남부의 태양열 집열판>
스페인은 풍력이나 태양열 등 친환경적인 에너지 시스템이 아주 잘 발달했다.
<스페인 남부의 시골 풍경>
세비야에서 모로코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스페인 남단에 있는 타리파로 가는 길에 본 풍경들이다. 토지는 생각보다 푸석하고 남쪽으로 갈수록 풍력발전기들이 아주 많다. 풍력발전기는 지중해에서 부는 바람이 세다는 증거일 것이다.
<스페인 남부의 염전>
<스페인 남부의 풍력발전기들>
우리나라의 선자령 같은 고지대에서 풍력발전기를 보다가 논밭 한가운데 줄줄이 늘어선 풍력발전기들을 보니 신기했다. 스페인은 전력의 60%를 풍력발전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스페인 타리파 국제여객선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구스만城>
예쁘고 단아한 성이다. 여객선 터미널 코앞에 있어서 들르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포기했다.
<타리파항 풍경>
타리파는 지브롤터해협을 사이에 두고 모로코와 마주 보는 스페인 최남단 항구 도시이다. 긴 해안선을 따라 해변이 발달해 관광 및 휴양도시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모로코로 가는 배는 타리파 말고 알제시라스에서도 탈 수 있다.
<스페인 타리파에서 모로코 탕헤르까지의 운임 요금>
<스페인-모로코 간 고속페리 내부>
타리파-탕헤르의 운항 시간은 고속페리로 1시간 정도 걸린다. 겉보기에 쾌청한 날씨였지만 파도가 심해 승객들은 멀미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는 파도가 심한 배안에서는 자리를 뜨지 않는 것이 상책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꼼짝하지 않아서 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도가 상당히 심해서 가이드조차 멀미로 드러누워 버렸을 정도였다. 타리파-탕헤르 간의 극심한 파도는 거의 일상인 듯 했고 상황에 따라 배가 뜨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이런 파도를 넘어 당시에는 빈약했을 배를 타고 아프리카에서 스페인으로 침략한 이슬람교도, 혹은 인간의 야욕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리호에서 본 모로코 탕헤르항의 삼엄한 경비>
선진국 스페인(!)을 향해 끊임없이 밀항을 시도하는 모로코의 젊은이들 때문에 탕헤르항의 경비는 삼엄하다. 모로코 젊은이들의 밀항은 주로 관광버스 밑에 매달리는 방법을 이용한다. 우리의 관광버스만 해도 밀항을 시도한 모로코의 젊은이들이 2차례나 잠시 빈틈을 타 끼어들었을 정도이다. '끼어든다'는 표현은 버스 바닥에 있는 기관 사이에 목숨을 걸고 2명이 끼어 수십킬로미터를 동행했다가(!) 들통이 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되돌려 보내졌다.
버스 바닥에 최대 8명까지 끼어들 수 있고, 그 정도면 무게 때문에 기사들이 바로 눈치를 챈다고 한다. 우리 버스 기사는 2명도 감지를 하고 바로 끌어(!)냈다.
<우리가 탄 페리호와 모로코 탕헤르 항구>
<모로코 탕헤르>
석양이긴 해도 언덕에 기댄 나즈막한 집들과 하얀 벽들이 인상적이었다.
<모로코 탕헤르의 Hotel Chellah>
7개국 국기 중에 태극기가 끼인 것으로 보아 스포모 여행을 하는 한국인들이 단골로 묵는 모양이다. 탕헤르에서 가장 괜찮은 호텔이라고 하는데 글쎄...
<모로코 탕헤르의 Hotel Chellah 내부>
<모로코 탕헤르의 Hotel Chellah 객실>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심한 곰팡이 냄새와 어두운 조도 때문에 가슴이 옥조이는 고통을 느꼈다. 도로 뛰쳐나오고 싶을 정도로 심한 답답함이었는데 보조 조명을 찾은 후에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커텐이나 침대 시트 모두 보기에 차분한 포도주 색상이지만 내 눈에는 강당의 커텐 같은 싸구려 천이었다.
같은 색상의 나무로 된 옷장도 얼마나 낡고 지저분한지 도저히 옷을 넣을 수 없어 밖에 걸쳐두었다. 직원들은 친절했지만 곰팡이 냄새와 어두움, 칙칙함 때문에 묵는 내내 상당히 괴로웠던 호텔이다.
<모로코 탕헤르의 Hotel Chellah, 식당과 장식>
식당 입구에 장식한 아름다운 카페트와 은식기들이다. 호텔 방의 청결 상태는 심히 미심쩍었지만 음식, 특히 빵이 맛있었다.
<모로코 탕헤르의 Hotel Chellah, 저녁 메인 요리 '따진'과 빵>
맨앞 갈색 식기 안의 요리가 모로코의 전통 음식 중의 하나인 따진이다. 우리나라의 갈비찜과 상당히 비슷하지만 약간 싱겁다. 약간 슴슴한 따진 요리가 내 입에는 잘 맞았지만 일행들은 별로인 듯 했다.
소매치기를 당해 땡전 한푼 없는 나를 문둥병자 마냥 피하고 커피 한잔 권하지 않았던 일행들이 따진 요리를 부담없이 먹는 내게 갑자기 자신들의 (입에 맞지 않아 거의 손을 대지 못한) 음식을 여기저기서 들이밀었다. 덕분에 나는 우리나라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고급 쇠고기 요리를 3인분 정도 먹어치웠다.
스페인에서는 길바닥에 나뒹굴어도 서비스로 나오지 않던 오렌지가 모로코에서는 넉넉하게 제공되고 객실에도 1개씩 별도로 제공되었다. 모로코 역시 스페인 못지 않게, 아니 훨씬 더 빵이 구수하고 맛있다.
<모로코 전통 요리 '따진'>
원뿔 모양의 따진 질그릇은 모로코를 상징하는지 관광상품 가게에 북과 더불어 꼭 있었다. 이것을 촬영하는 내게 호텔 종업원이 다가와서 흔쾌히 뚜껑을 열고 보기좋게 배치해 주었다. 그 친절함 때문에 객실의 답답함과 곰팡이 냄새를 조금은 잊을 수 있었다.
<모로코의 남성 전통복장을 입은 호텔 종업원>
이곳 탕헤르와 카사블랑카 두 곳의 호텔에서 마주친 호텔 관계자들은 업무는 칼처럼 했지만 고객들이 사진을 찍고자 하면 댓가 없이 애써 이런 포즈를 취해 주었다. 상당히 기분이 좋고 이미지도 좋았다.
<모로코 탕헤르의 Hotel Chellah, 모로코 국왕의 사진들>
<모로코 탕헤르의 Hotel Chellah, 와이파이 수신기>
스페인 호텔들은 반 이상이 와이파이 수신료를 별도로 받았는데 훨씬 못 사는 모로코는 무료였다. 객실 복도 중간에 이런 수신기가 부착되어 있고 수신상태도 양호하다.
<모로코 탕헤르의 Hotel Chellah, 이튿날 아침 식사>
빵 종류가 다양하고 모두 먹을 만 하다. 모로코도 스페인처럼 소를 많이 방목하기 때문인지 요구르트 맛이 괜찮다. 나는 나름 빵맛을 즐긴(!) 반면 동행한 딸은 드디어 신라면을 풀고야 말았다.
모로코의 호텔은 객실에 전기포트가 없는 대신 한국인들의 식성을 배려해서 식당에서는 주전자에 물을 끓여 제공한다. 따라서 사발면이나 일회용 커피, 차 등을 먹을 수 있다.
<센스 만점인 모로코 탕헤르 Hotel Chellah의 종업원>
이 양반하고 저녁과 아침, 두 번 촬영을 했다. 언제나 웃는 낯으로 고객의 키까지 맞춰주며 촬영해 주는 친절함이 고마웠다. 이 분이 들고 있는 주전자에는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뜨거운 물이 들어있다.
<모로코 탕헤르의 Hotel Chellah, 객실의 삼성 TV>
삼성 가전제품은 스페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로코의 호텔에도 두루 있었다. TV는 삼성, 에어컨은 LG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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