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스.포.모 여행16 - 모로코 풍경, 페스의 메디나

큰누리 2014. 3. 18. 01:15

<모로코 탕헤르에서 페스로 가는 길의 휴게소>

탕헤르(Tanger, 스페인어로는 탕헤르이지만 영어로는 탄제, 탠지어)에서 페스까지는 버스로 5시간 가량 걸린다. 1/3 지점 쯤에 있는 이곳 휴게소에 들른 이유는 우리가 탄 버스 타이어가 펑크가 났기 때문이다. 스페인으로 돌아갈 때 모로코에 거주하는 한인이 만든 김밥을 공수해서 먹은 장소이기도 하다.

 

스.포.모 3국 여행은 이동 거리가 엄청나다. 주로 버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긴 이동거리에서 수많은 것을 보지만 차창으로 스치는 풍경을 촬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식물은 촬영은 고사하고 자세히 보는 것 자체가 더욱 어렵다. 그나마 몇 가지 식물을 촬영할 수 있었던 곳은 바로 이런 휴게소였다.

 

귀국 후 사진을 정리하면서 이 다음 휴게소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한쪽에서 추위에 떨고 있었던 청소년 2명이 생각났다. 스페인으로 밀입국을 하려고 우리 버스 바닥에 탔던 아이들이었다. 스페인 도항까지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그들은 불행하게 스페인行이 아닌 모로코 내륙으로 들어가는 우리의 버스를 탄 것이었다.  

 

 

 

<모로코 북부 휴게소의 화단>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해서 꽤 추운 날씨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따뜻한 곳이라 산세베리아, 알로에, 유카 등의 식물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보습효과가 좋고 알러지에 효험이 있다는 아르간 (오일) 나무 혹시 있을까 싶어 찾았지만 비슷한 나무조차 없었다.

 

 

<모로코 북부 휴게소 화단의 식물들>

왼쪽 위의 채송화 비슷한 식물은 우리나라의 송엽국(솔잎국화)이고, 오른쪽 위 식물은 포르투갈의 까보다로까에 많이 있던 식물이다. 왼쪽 아래는 뚱딴지와 비슷하고, 오른쪽 아래는 (꽃이 붉지만) 개쇠스랑개비와 비슷하다.

아래 사진은 포르투갈의 까보다로까에서 본 식물을 그냥 올린 것...

 

 

 

<모로코 북부 휴게소의 나무들>

왼쪽 위는 콩과 식물 꽃처럼 생겼는데 이름은 모르겠다. 오른쪽 위는 인동, 왼쪽 아래는 아주 부드러운 고무같은 촉감을 가진 이름 모르는 식물, 오른쪽 아래는 부겐빌레아이다. 스.포.모 3국에는 부겐빌레아가 모두 있는데 동남아나 중국과 달리 꽃이 작고 색깔도 덜 화려하다. 더 단단하고 야무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모로코의 전원 풍경>

탕헤르에서 페스로 가는 길의 풍경들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아프리카 하면 떠올리는 사막, 작렬하는 태양 등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다. 모로코는 지중해와 대서양을 끼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풍요롭고(!) 식물 분포도 스페인, 포르투갈과 상당히 비슷하다. 코르크를 채취하기 위해 밑둥 부분이 반듯하게 벗겨진 참나무, 올리브 농장, 포도밭, 드넓은 초록색 벌판과 그 속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나 양, 말...

다른 풍경 중의 하나가 바로 아래 사진처럼 대단위 비닐 하우스 단지이다. 스페인으로 수출하는 농산물을 재배한다고 한다.

 

이베리아 반도를 700년이나 지배했던 베르베르인들이 이제는 사소한 부분까지 선진국(?) 스페인에 종속되어 있다. 심지어 청소년들은 스페인, 혹은 유럽 드림을 꿈꾸며 목숨을 걸고 버스 바닥에 매달려 끊임없이 모로코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모로코의 무지개>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무지개를 볼 수 있다.

 

 

<모로코의 시골>

주민들의 모습은 차창으로 잡기 쉽지 않은데 유일하게 한 컷 성공했다. 당나귀를 타고 느릿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히잡을 쓴 여인들도 가끔 보였다. 고속도로 주변에서 마을, 그것도 사람을 보는 자체가 어렵다.

 

 

<모로코의 전원 풍경>

고속도로를 따라 야채밭과 올리브 농장, 포도밭 등이 이어진다. 간혹 보이는 마을 중심에는 스페인에서는 성당이 있는 것처럼 이곳에는 모스크가 있다.

 

 

 

 

 

<마을 중심의 모스크와 페스>

새벽에 탕헤르를 출발해서 한나절 만에 페스에 도착했다. 모스크 뒤 원경에 하얀 건물들이 납작하게 엎드린 페스가 보인다.

 

 

<페스 신도시>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선 신도시를 지나 구도시(메디나)가 있다. 페스는 과거에는 수도로서 영광을 누리기도 했고, 지금은 현 왕비의 출생지여서 국왕이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곳이라고 한다.

 

 

<페스 신도시의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

첫번째 휴게소에서 이런 복장을 입은 남자를 보았을 때 중세의 수도사와 테러범이 동시에 연상 되었다. 모자부터 무릎 아래까지 통으로 된 이 옷은 방한복인 듯 했다. 메디나에서 이 옷을 입은 이들을 직접 보니 바느질이나 천 모두 무척 거칠었다.

 

 

<페스의 하산2세 왕궁>

현 국왕의 별궁이라고 들은 것 같다. 따라서 왕궁 안에는 들어갈 수 없고, 밖에서 황금색 문만 보고 바로 이어져 있는 메디나로 향했다. 현지 가이드는 황금빛 문 외 지역은 사진촬영도 가능하면 하지 말라는 주의를 주었는데, 자세히 보니 곳곳에 경비들이 있었다.

 

 

<페스의 하산2세 왕궁과 황금빛 문>

직접 보기 전에는 진짜 황금인 줄 알았는데 '금빛 문'일 뿐이다. 스페인에서 금덩이들을 본 직후여서인지 솔직히 좀 시시해 보였다. 녹색 지붕, 섬세한 식물 문양, 뾰족한 아치 등 모로코, 혹은 이슬람 문화의 공통적인 요소들을 모두 보여주기는 한다. 다음 날 둘러본 라바트의 모하메드 5세 묘도 이런 느낌이었다.

문만 보고 지나친 이 건물이 일정에 낀 것은 메디나 입구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인이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었다.

 

 

 

<페스의 하산2세 왕궁과 메디나(구도시) 진입로>

 

 

<페스의 메디나(구도시) 진입로>

빨간 차량은 페스의 영업용 택시이다. 모로코는 도시마다 영업용 택시의 색상이 다르다고 한다. 낡은 중고차를 수입해서 쓰는지 토요타 등의 일제 차가 보였다.

 

 

<페스 메디나의 팔찌를 파는 상인>

꽤나 끈질기게 따라왔는데 누군가 팔아줬는지는 모르겠다. 모로코 상인들은 정말 집요하다!

히잡을 두르고 담벼락으로 붙은 소녀의 다소곳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처음 이곳에 들어섰을 때 '인간적인 냄새' 같은 상투적인 단어를 떠나 골목이 너무 좁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답답했다.

 

 

 

<꾸스꾸스를 먹은 레스토랑 Al Fassia>

내 눈에는 메디나 외곽에서 본 하산2세 왕궁보다 이곳이 훨씬 더 정교하고 화려했다. 나중에 본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에 채색을 입힌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음식 맛도 괜찮았고, 실내장식이 왕궁못지 않게 아름답고 정교하다고 느낀 곳이다. 아래 아래 사진에서처럼 종업원들이 검붉은 색 정장을 입고 있다. 그러고 보니 호텔 종업원이 쓴 모자 색깔, 침대 시트와 커텐도 같은 색이었다!

 

PS : 이곳에서 황당한 일이 있었다.

아래 아래 사진 중앙 쯤의 가장 고령의 할아버지 종업원이 우리에게 오더니 필기하는 흉내를 내며 엉터리 발음으로 '볼펜'을 찾는 것이었다. 나는 여행 하는 내내 메모를 하기 때문에 잠깐 필요한가 싶어 볼펜을 빌려줬다. 그랬더니 자기 주머니에 아주 자연스럽게 쑥 집어넣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볼 일을 보는 것이었다. 뭐임???

말이 안 통해도 '내 볼펜 돌리도!'라고 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나라, 내노라 하는 대형 레스토랑의 종업원이 외국 손님의 볼펜을 꼬불칠 정도로 못사나?' '이 영감님, 세계 각국의 볼펜 수집가?' '그래, 큰 것도 아닌데 주지 뭐' 라고 생각하고 볼펜을 포기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기분도 찝찝하고...

 

 

 

<페스의 모로코 전통 요리 밑반찬>

전통 요리 꾸스꾸스가 나오기 전의 메뉴이다. 중앙의 빵, 흙으로 만든 화덕 안의 벽에 붙여 구운 것인데 정말 담백하고 맛있다. 모로코는 스페인 못지 않게 빵이 맛있다. 그러나 주변의 음식들, 정말 우리 입맛에 안 맞는다. 더운 지방 특유의 향신료, 싱거움, 너무 푹 삶은 흐물흐물한 야채들... 유일하게 익숙한(!) 올리브 절임은 소태국(너무 짜다!)이었다.

 

 

<모로코 전통요리 꾸스꾸스>

꾸스꾸스는 지중해에 접한 북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많이 먹는 음식으로 거친 밀가루에 물을 약간 넣고 쪄서 부풀린 식재료이다. 어떤 재료를 곁들이느냐에 따라 다양한 요리로 변신이 가능하다. ‘꾸스꾸스’는 나무 받침대 위에서 밀가루를 갈 때 나는 소리, 즉 의성어이다. 기장이나 밀 등의 곡식에 고기와 감자를 섞어 익힌 일품요리 일컫기도 한다.

또다른 전통요리 '따진'은 도자기 그릇에 고기(닭고기, 양고기, 쇠고기)와 각종 야채를 넣고 뚜껑을 덮은 후 푹 고은 요리이다.

 

꾸스꾸스의 맛은... 요리 위쪽의 닭고기는 우리나라의 토종닭과 아주 비슷하다. '맛은 있지만 아주 질기다'는 뜻이다. 별 볼일 없는 닭고기와 밍밍한 야채 찜 아래 깊은 곳에 숨어있는 기장밥은 아주 구수하고 맛있다.

 

 

 

<꾸스꾸스를 먹은 레스토랑 Al Fassia의, 궁궐과 맞먹는 인테리어>

 

 

 

 

<페스 메디나의 금속공예품 판매장>

황동공예, 은공예 등이 주류를 이룬다. 모로코인들, 천연가죽염색장인 태너리도 그렇고 카페트나 금속공예품 등 섬세한 분야에서 손재주가 비상한 종족이다. 금속공예품들의 수준이 탁월하고 아름다워서 몇 개쯤은 구매하고 싶을 정도였다.

 

 

 

 

<페스 메디나 금속공예품 판매장의 황동공예 장인>

전통 방한복을 입고 있다.

 

 

<페스 메디나의 금속공예품 판매장의 목걸이들>

터키석, 어디서 많이 본 목걸이들이다. 우리나라 신라의 무덤에서 출토된 장신구들과 아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