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스.포.모 여행17 - 모로코 페스의 메디나와 태너리(tannerie)

큰누리 2014. 3. 19. 00:24

<페스의 메디나(Medina)>

789년 베르베르족인 물레이 이드리스 1세에 의해 건설된 모로코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고대 도시이다. 9,000여개의 골목이 있는 세계 최대의 미로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디나는 이슬람교의 2대 성지 중의 하나이지만 아프리카의 도시 이름 뒤에 붙는 메디나는 아랍어로 ‘도시’. 그 중에서도 ‘구시가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메디나'는 페스 말고도 라바트, 카사블랑카 등 모로코의 다른 도시에도 있으며 튀니지 등 이웃 나라에도 있다.

 

메디나의 특징은 고대의 성벽으로 도시가 둘러싸여 있으며, 외침에 대비해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으로 되어 있다 것이다. 사람 둘이 동시에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좁은 골목도 있어서 마주보는 집의 대문은 엇갈리게 배치해야 할 정도이다. 골목의 특성상 당나귀가 운송 수단이며, 아직도 길바닥에서 x을 누며 활보하거나 번호판을 단 당나귀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은 당나귀 대신 이웃 선진국에 돈 벌러 나갔다 귀국하는 이들이 중고 자전거 대여섯 대를 들여와 팔면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한다.

 

 

<페스의 메디나 입구 밥 부 줄르드>

 

 

<페스 메디나의 버팀목들>

낡은 건물들의 붕괴를 막기 위한 이런 버팀목들이 골목의 원래 풍경이었던 것처럼 여기저기에 있다.

 

 

<페스의 메디나 풍경>

다른 이들의 사진에서는 다양한 먹거리와 짐을 실은 당나귀가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우리는 주로 옷이나 신발가게들이 있는 골목을 쏜살같이 통과하면서 당나귀를 딱 1마리 보았다. 골목이 9,000여개라고 하니 우리가 지나친 곳은 그 중 1루트이고 잘 해야 좌우에 딸린 몇 십여개의 골목을 거쳤을 뿐이다. 먹거리가 있는 곳은 그것들을 실어나를 수단으로 당나귀가 많이 필요하고 그래서 눈에 많이 뜨였을 것이다.

 

이곳을 지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에서 비까지 내리고 갈 길이 바쁘니 그야말로 전형적인 눈요기 관광이 되고 말았다.

 

 

<페스의 메디나에 대한 내 인상>

천막 위로 가스등 같은 등들이 매달려있다. 밤이 되면 나름 아름다우리라. 하지만 신변에 대한 안전은 전혀 보장이 될 것 같지 않다. 현지인들은 우리를 보고 흘끔거리거나 그 중 용기가 있는 젊은이 몇몇은 '니하오!'나 '곤니찌와!' 외치고는 사라졌다. '우리는 코리안이야' 라고 하면 갑자기 엇박자 손뼉을 치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지금까지 스페인을 거쳐온 꽤나 많은 동양인 관광객들을 보았을 텐데 그들은 낯을 가리거나 수줍어했다. 하지만 돈(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용감하고 집요하게 접근했다.

 

어떤 사람들은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자존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어 당혹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딱딱했을 궁궐 기마병이나 호텔 종업원은 마음이 푸근할 정도로 태도가 여유있고 친절했다. 그런 전혀 상반되고 예측을 빗나가는 모로코인들의 모습들이 나를 적당히 불편하게 했다.

  

  

 

<모로코의 전통 신발(바부슈)>

프랑스 애니메이션 <아쥬르와 아스마르>에서 눈에 익은 앞코가 뾰쪽한 전통 신발이다. 모로코를 관광하는 내내 궁궐, 일반 주택, 복장 등에서 <아쥬르와 아스마르>가 자주 떠올랐다. 손재주가 뛰어난 국민이란 것도...

 

'DH'모로코의 화폐인 '디르함' 약자일 것이다.

 

 

<페스 메디나 골목의 전통복을 입은 여인>

전통복장을 좀 찍고 싶었는데 시간도 부족했고, 낯을 가리는 현지인들의 특성 때문에 이렇게 스치면서 몇 장을 찍었다. 검은 히잡을 두른 여성은 喪을 당했거나 과부이기 때문에 절대 찍으면 안 된다고 한다. 이슬람국가에서 여성을 의도적으로 촬영하는 행위는 '정서적으로 현지인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고 한다.

'정서적인 자극'은 다른 말로 하면 '자격지심'일 수도 있다.

  

  

 

 

<모로코 여성의 전통복>

모로코 여성은 결혼식 때 7벌의 드레스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유를 듣긴 했는데,,,  잊었다.

원색의 옷에 촘촘하게 수를 놓아서 화려하긴 하지만 바느질 수준은 조잡하다.

  

 

<페스의 메디나에서 유일하게 본 당나귀>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리고 이 당나귀가 유령처럼 휘익 지나갔다. 남은 것은 동물 특유의 누린내와 x냄새...

 

 

<신학대학 부근의 메디나 골목>

9,000개나 되는 복잡한 미로 안에 이슬람 최초의 대학도 있고, 왕궁도 있다.

  

 

<페스 메디나의 대형 포목점>

정말 화려하고 진열된 물건이 다양하다. 원단, 노리개 같은 술, 가방, 커텐, 히잡, 숄더백, 쇼파 등등...

  

 

<포목점에서 베를 짜는 청년>

수십만개가 넘을 올을 엮어 천을 짜는 '청년'이다. 말 한 마디 없이 조용히 배를 짜는 이 젊은이의 모습이 왜 그토록 슬퍼보이던지... 그 슬픔은 번잡한 금속공예품 가게에서 판금을 하던 초로의 장인에게서도 똑같이 느껴졌다. 일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에게 보이기 위한 동작을 취하는 것 같다'는 내 느낌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천연염색장 태너리(tannerie) 입구의 LG에어컨>

현지 가이드에 이끌려 반은 뛰면서 따라가다 보니 이곳이었다. 비좁은 골목과 계단을 오르면 가죽제품을 파는 가게가 있고 그 건물 3층에서 천연염색장 태너리(tannerie)를 조망할 수 있다. 조망하는 층 계단 끝에서 가게 종업원(!)이 천연염료에서 나는 악취를 줄이기 위한 스피아 민트를 한 줄기씩 나눠준다.

 

아래의 사진은 태너리(tannerie) 사진을 확대한 것. 비 때문인지 한겨울(?)이라는 계절적인 특성 때문인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컬러풀한 염료통을 우리는 보지 못했다.

 

 

 

<염색한 가죽 원단>

세계 최고 수준인 모로코 페스에서 무두질하고 천연재료로 염색한 가죽 원단이다. 노랑색은 염색 공정이 까다로워 가장 비싸다고 한다.

 

 

<태너리(tannerie) 조망지>

태너리를 둘러싼 건물은 여럿인데 우리가 조망한 곳은 최상의 장소는 아니었다. 사람들이 내려다보는 아래 방향에 태너리(천연가죽 염색 작업장)가 있다.

 

 

<태너리(tannerie) 조망지의 철책에 걸린 소머리>

소머리 박제가 왜 이곳에 걸렸는지 모르지만 살벌하고 기분도 나빴다. 소가죽을 염색하는 것은 상식인데 굳이 이런 것을 걸 것 까지야...

  

 

태너리(tannerie)는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동물 가죽을 무두질하고 염색하는 작업장으로 페스의 메디나 동쪽 끝 냇가 옆에 있다. 비둘기 똥이나 소 오줌 등의 천연염료와 가죽 자체에서 나는 악취, 무두질에 필수인 물 때문에 메디나 끝, 냇가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태너리는 일반 관광객은 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주변의 건물 위로 올라가서 조망을 한다. 우리가 관광을 할 당시는 별로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한여름에는 엄청난 악취를 풍긴다고 한다. 악취 속에서 염료 통에 발을 담그고, 염료에 절어 무거운 가죽들을 들어 나르며 하루 종일 일한 대가는 10달러 이하라고...

 

조망하는 건물의 2, 3층에서는 온갖 가죽제품을 판매한다. 바람을 집어넣어 사용하는 둥근 방석과 일반 방석, 핸드백, 우리나라의 버선코처럼 앞코가 살짝 올라온 모로코 전통 신발(바부슈) 등등. 아래의 테너리에서 염색한 가죽으로 만든 제품인지 알 수 없지만 쓸 만 하되 가격은 그다지 싸지 않다.

 

모로코는 가죽염색 기술이 뛰어나서 염색한 가죽 원단을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으로 수출한다. 모로코의 가죽 원단은 세계 최고라고 한다. 특히 노랑 가죽은 염색이 어려워 최고가품이라고...

 

 

<태너리(천연가죽 염색 작업장) 풍경>

  

 

  

 

<태너리(tannerie) 조망지의 가죽제품 판매 가게>

 

 

<태너리(tannerie) 밖=메디나 외곽의 냇가>

개천 양쪽에 도열한 자루에는 소털들이 들어있다. 염색장의 소가죽에서 제거한 털일 것이다. 비둘기 똥이나 소 오줌 등 천연재료를 이용한다고 하지만 이 개천은 태너리에서 흘러내린 물 때문에 상당히 오염되었을 것이다.

  

 

<메디나 외곽의 냇가, 공터, 주택들>

  

 

 

<페스의 메디나에 뜬 무지개>

이날 총 5번 무지개를 보았다. 전면의 담장 아래에는 도시 공동묘지가 있다.

 

 

<페스 메디나의 성곽>

메디나가 되기 위한 조건 중의 하나가 도심 동서남북 4면 외곽에 성벽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페스의 메디나는 성곽 상태가 상당히 좋다. 

  

 

<호텔 카사블랑카>

탕헤르에 이어 모로코의 두번째 숙박시설이다. 한국 관광객이 많다는 것은 호텔에 내걸린 태극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같은 3성급이지만 탕헤르의 호텔보다 시설이 훨씬 낫다.

  

 

<호텔 카사블랑카 내부, 로비와 식당>

이슬람 건축 특징 중의 하나인 하얀 종유석 모양의 장식과 황동 그릇 등이 돋보인다.

 

 

 

<호텔 카사블랑카의 저녁 식사>

 

 

<호텔 카사블랑카의 객실과 화장실>

숨이 막힐 것처럼 어둡고 곰팡이 냄새까지 났던 탕헤르의 호텔에 비하면 훨씬 밝고 쾌적하다.

  

 

 

<호텔 카사블랑카에서 가장 무서웠던 것, 하나>

뻔뻔하고 엉터리인 우리의 현지 가이드가 한 말 중에서 맞힌 몇 개 안 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모로코의 물은 믿을 수 없으니 가능하면 사 먹어라.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여행에서 나는 한국에서 준비해간 커피포트에 물을 끓인 후 1회용 티백을 타서 식힌 물을 들고 다녔다. 이상 없이 잘 마셨고, 커피도 잘 타 마셨다.

 

아래 사진은 호텔 카사블랑카에서 포트에 끓인 물로 탄 1회용 커피이다. 처음에는 (1회용 커피이지만) 커피가 잘못되어 프림과 커피가 박리된 줄 알고, 아까운 커피를 버리고 다시 탔다. 하지만 아래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마찬가지였다. 결론은 모로코의 수질이 정말 나쁘다 것...

  

 

<호텔 카사블랑카에서 가장 무서웠던 것, 둘>

사진 하단의 검은 점은 유감스럽게도 바퀴벌레이다. 우리 집에서도 본 적이 없는 이놈의 바퀴벌레를 모로코의 호텔은 물론 스페인의 호텔에서까지 골고루 보았다. 평소에 카페트의 위생 상태를 몹시 불신해서 사용을 안 하는데 이번 여행에서 특히 불신하게 되었다.

 

 

<호텔 카사블랑카의 한국 드라마>

한류까지는 아닌 것 같고,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묵어서 호텔 측에서 녹화한 것을 상영하는 것으로 보였다.

  

 

<영어의 달인, 모로코 넝마주이 아저씨>

호텔에서 묵고 난 다음 날 새벽, 라바트로 출발하기 전에 사진 촬영을 할 만한 게 있을까 싶어 호텔 주변을 배회하는데 이 영감님이 '반갑다'며 내 출신지를 묻고, '당나귀는 자기 브라더'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지나갔다. 물론 포즈도 이렇게 취해 주었다.

영감님 영어 실력, 수준급이다! 내 영어 실력, 젬병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