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아카시꽃 속의 안산 자락길

큰누리 2014. 5. 21. 23:44

지도를 첨부하려고 '안산'을 검색하니 '안산시 단원...'이 줄줄이 떠서 가슴이 싸했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앞으로도 두고두고 우리의 가슴을 아프고 쓰리게 할 것이다.

 

30년 전에 직장에서 인연을 맺어 좋은 기억을 간직한 지인들이 우연히 SNS에서 연결이 되어 한달 전부터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로 했고 두번째 모임 장소를 지난 주말에 안산을 답사(혹은 산책)하는 것으로 정했다. 첫번째 모임 때 회원(?) 중의 한분이 김포 가현산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어서 가현산 진달래 축제장에서 만났다. 20여 년을 못 만난 분도 있었지만 그 동안 늘 함께 한 것처럼 우리는 30년 전의 젊은 날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두 산이나 식물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더 좋았다.

 

안산은 부담없이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서로의 집에서 중간 지점 쯤 되는 거리라서 선택했다. 나는 오래 전에 봉원사를 보기 위해 무악정까지 두어번 오른 적이 있다. 그래서 아담한 뒷산 정도로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우리는 독립문역에서 만나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극동아파트 사잇길에서 산책(답사)을 시작했다. 오전 10시에 만나 그 수월한 코스에서 온갖 꽃과 풀, 곤충, 새들에 대해 보고, 이야기하고, 저녁까지 먹고 헤어질 정도로 거의 종일 안산에 있었는데도 마냥 즐거웠다. 

서대문구의 6개 동(연희동, 신촌동, 충현동, 천연동, 홍제1동, 홍은2동)을 낄 정도로 큰 산인 점도 놀라웠고, 산 중턱의 잘 정비된 목도도 놀라웠다. 목도(자락길)를 따라 산을 거의 한 바퀴 다 돌았는데 나 같은 저질체력을 가진 사람에게 안성마춤인 코스였다.

 

안산의 목도를 중심으로한 중턱의 코스는 따로 '자락길'로 불렸다. 목도를 설치한 취지대로 자락길에서 간혹 휠체어를 탄 분들도 보였다. 그간의 기억으로는 남산의 산책길 일부만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산책을 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안산의 자락길을 돌아보니 상당히 업그레이드 된 산책코스였다.

 

서울의 다른 곳은 이미 지거나 말라붙은 아카시꽃이 안산에서는 바야흐로 한창이었다. 살짝 올려 만든 목도 위에서 키 높은 아카시꽃을 스치듯 걷는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목도 양쪽으로는 노란 애기똥풀이 온 안산을 뒤덮어서 앞으로는 '안산' 하면 애기똥풀아카시꽃을 떠올릴 것 같다. 우리 일행은 번식력도 좋고 노랑 중에서도 질리지 않는 상큼한 노랑인 애기똥풀을 나라꽃으로 해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했을 정도이다.

수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애기똥풀과 아카시꽃, 그리고 찔레꽃 향기로 힐링을 하고 산책 중에 만난 이름 모를 화려한 새, 딱따구리, 오목눈이, (은 울음소리만 자주 들음) 그리고 호랑나비애벌레 등도 앞으로 당분간 지친 내 몸과 마음을 다스려 줄 것이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올려다 본 안산>

안산은 '무악산'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鞍山(안산)'이란 이름은 산의 형세가 말 안장을 닮은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신촌쪽에서 정상의 철탑을 기준으로 바라본 것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안산 자락길의 목도와 꽃이 한창인 아카시나무>

 

 

<안산 자락길에서 본 인왕산 서울성곽과 선바위>

오른쪽 봉우리 정상 부근에 옛날 서대문형무소에서 수감자들이 바라보곤 했다는 '선바위'가 보인다. 나는 인왕산은 제법 다녀왔지만 유감스럽게 국사당이 있는 선바위 쪽으로는 가본 적이 없다. 산 아래 왼쪽의 초록 돔 건물은 한성과학고등학교이다.

 

 

<안산 자락길 목도와 주변의 노란 애기똥풀>

목도는 다리처럼 공중에 띄워져 있다.

 

 

<안산 자락길에서 본 인왕산>

 

 

<목도 위의 자락길 표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서울성곽 진입로쪽>

아파트 뒤쪽은 서울성곽 진입로이고, 그 아래 쪽에 홍파동 홍난파가옥, 행촌동의 권율장군 집터와 은행나무, 딜쿠샤 등이 있다. 사진 중앙에 방사선 모양으로 뻗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지붕들이 보인다. 평지에서만 보던 건물이나 지형을 이렇게 조망하는 느낌은 정말 색다르다. 안산의 어디에서 조망을 해도 아카시꽃들이 이렇게 예쁘게 액자처럼 장식을 해준다.

 

 

<자락길 목도와 그 주변에 만개한 아카시꽃>

아카시꽃이나 벚꽃은 키가 커서 하늘을 배경으로 촬영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렇게 밝고 예쁘게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자락길의 목도는 공중에 약간 띄워서 설치했기 때문에 이런 예쁜(!) 그림이 나온다.

 

 

 

<안산 자락길에서 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방향>

안산은 제법 높기 때문에 자락길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사방의 산 아래 동네들을 조망할 수 있다. 이 방향과 조금 더 왼쪽의 인왕산이 보이는 지점, 더 왼쪽(북쪽)의 북한산이 보이는 세 군데가 가장 조망이 뛰어나다.

맨 윗사진 오른쪽 끝에 남산이 보인다. 사진 양쪽의 아파트 단지 사이 중앙 쯤에 재개발을 하기 위해 집들을 철거한 홍파동, 행촌동 아래의 맨땅들이 보인다.

 

 

 

 

 <안산 자락길의 마가렛>

목도 아래의 애기똥풀 틈에 누군가가 원예종인 마가렛을 파종했는지 제법 큰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일행들은 자연미를 헤친다고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노란 애기똥풀 사이에서 하얀 꽃이 아주 잘 어울린다.

 

 

<안산 자락길 흙길>

안산 중턱에 대부분 목도가 설치되어 있지만 간혹 이런 흙길도 있다. 목도가 싫으면 조금 더 윗쪽으로 숲길들이 잘 뚫려있다. 

 

 

<안산 자락길 안내도>

 

 

 

<안산 자락길 샛길과 이정목>

홍제동 방면에서 올라오는 샛길이다.

 

 

 

<안산 정상>

 

 

<안산 자락길 공중화장실에서 본 풍경>

화장실의 가림막인데 원형 창으로 보이는 아카시꽃 핀 풍경이 아름답다.

 

 

<안산 자락길 홍제동 쪽에서 본 인왕산과 서울성곽>

 

 

<애기똥풀꽃이 가장 아름다운 구간>

일부로 식재를 한 것처럼 이 구간에 노란 애기똥풀이 유독 많아서 정말 아름답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야생화들... 산책이나 등산을 하던 모든 사람들을 느리게, 그리고 쉬어가게 하는 구간이다.

 

 

 

 

<목도 옆 아카시꽃이 특히 아름다운 구간>

키가 높아서 평소에 우러러볼 수 밖에 없는(!) 아카시꽃을 편안하게 수평으로 감상 할 수 있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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