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세번째 코스 석도 적산>
석도는 산동성 위해시 동남쪽에 있으며 성산두에서 버스로 1시간 쯤 걸린다. 석도에 있는 적산은 369m의 높지 않은 산인데 하늘에서 보면 붉은색을 띠어서 적산으로 불린다고 한다. 적산에는 신라인 해상왕 장보고가 세운 법화원이란 절이 있고, 장보고전기관(기념관)이 있으며 정상에 거대한 적산명신 동상이 있다.
앞서 영성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동상들을 질리도록 보았는데 적산 꼭대기에 좌정한 적산명신은 그 절정이었다. 카페지기님이 준 자료집의 K신문사 기자가 쓴 글에는 적산 정상에 좌정한 거대한 동상이 장보고라고 되어있었다. 그런데 산 아래 주차장에서 보니 그 동상의 얼굴이 아랍계, 혹은 투르크계의 얼굴이어서 모두 의아해 했다. 뭐야, 장보고가 서아시아계 혼혈이었어??? 나중에 알고보니 그 기자의 기사가 엉터리였다. 동상의 위치나 유적 명칭이 다른 걸로 보아 기자는 현장 근처에도 가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장보고가 세웠다는 법화원은 특별히 볼 것도 없고, 장보고와 관련된 것이라고는 최근에 한국에서 장보고 루트를 개척한 이들이 세운 공적비 정도였다. 역사적인 의미를 두면 모를까 마음에 와닿는 게 없었다. 위에 언급한 기자가 말한 장보고의 유적을 자료로나마 조금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은 법화원 부근에 있는 장보고전기관이었다. 장보고 동상, KBS에서 몇년 전에 최수종, 채시라 주연으로 방영된 드라마 <해신 장보고> 출연자 사진 등이 그곳에 있다.
여담인데 우리가 인천에서 배를 타기 직전에 앞줄에 있던 초등학생 무리 열 댓명이 갑자기 술렁이며 줄에서 빠져나갔다. 모두 장보고 루트 어쩌고 하는 표식을 달고 있었는데 태풍이 온다는 예고 때문인지 갑자기 승선을 포기한 것이다. 세월호 여파 때문에 사고를 걱정한 부모님들이 내린 결정으로 이해했지만 좀 의아했다. 우리도 우려를 하면서 배를 탔지만 그냥 배를 탄 우리가 무모한 것인지, 안전을 우려해 승선 직전에 발을 돌린 그 쪽이 예민한 것인지... 당연히 배는 아무런 문제없이 정시에 잘 도착했다. 그것도 환상적인 무지개와 노을까지 보면서... 적산 이곳저곳에 어쩌면 우리와 함께 했을 그 학생 그룹들이 다녀간 흔적이 많이 남아있었다.
적산에서 가장 눈요기가 됐던 것은 엉뚱하게 극락보살계란 절의 '분수 show'였다. 프로그램에는 없었지만 절 마당에 엄청난 크기의 관음보살상이 좌정하고 있어서 들렀으려니 했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한 시각인 오후 4시부터 관음보살상 '분수 show'를 한다고 했다. 거대한 관음상 앞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데 '분수 show'가 시작되었다. 관음상 주변의 분수만 솟구치는 show인 줄 알았는데 웬 걸, 거대한 관음상이 360도 회전까지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관음상 아래에서 불쑈도 간간히 했다. ㅎ, 또 계 탔다! 날도 뜨거운데 시원하기도 하고 눈도 즐거웠다! 아무튼 중국인들, 스케일 하나는 끝내준다! 도대체 크기로는 어느 나라도 못 따라갈 것 같다. 최근에 만드는 것은 뭐든 크다.
적산명신(赤山明神)은 어마어마한 크기를 빼면 특별한 볼거리가 없다. 엄청난 동상 아래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경이 아름다워서 반쯤은 (섬들이 없다!) 통영의 미륵산 조망대에 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수 show'를 못보았다면 조금 실망스러웠을 코스였다.
<적산 주차장에서 본 정상의 적산명신>
<적산의 전동 카>
따로 요금을 내야 하고 이동거리도 짧지만 염천에는 정말 요긴하다. 중간에 관광지를 보고 나오면 우리를 기다렸다가 계속 이동한다. 돈 몇푼 아낀다고 더운데 산을 오르면 얼마나 지쳤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적산 관광 안내도>
우리가 들른 곳은 법화원, 극락보살계, 적산명신 동상 앞, 장보고 전기관이다. 볼거리는 극락보살계를 제외하고는 빈약하다. 장보고가 세운 법화원이란 절이 있다는 점과 장보고 전기관(기념관)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해상왕 장보고가 세운 적산법화원>
경내에는 대웅보전, 관음전, 지장전, 삼천불전과 장보고 공적비가 있다.
<극락보살계의 보살상>
안내도에는 극락보살계라 되어 있고 절 이름은 어디에도 따로 없었다. 극락계라면 내 상식으로는 아미타불이어야 할 것 같은데 보살상 뒤에 있는 유일한 전각은 관음전이다. 보살상의 크기는 세번째 사진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적산 극락보살계의 분수 show 동영상>
동영상 중간에 오른쪽 앞으로 적산명신 동상이 몇 차례 보인다.
<분수 show가 끝난 후의 모습>
<적산명신>
일행인 스타카토님은 개그맨 유민상을 닮았다고 하는데, 글쎄... 6톤의 무게에 15층 아파트 높이라고 한다. 15층에 대한 기준은 아래 계단부터 계산한 것 같다.
<적산명신 동상 아래 계단참에서 본 풍경>
전망이 상당히 좋다.
<장보고 전기관 입구의 부조>
중앙의 장군상은 분명히 장보고인데 글로 보아 장보고와 적산명신을 섞어 구성한 것 같다.
<장보고전기관과 장보고 동상>
우리 식으로 하면 장보고기념관으로 중국정부에서 세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평가되거나 대접 받지 못하는 것과 상당히 비교가 된다.
<장보고전기관의 건물들>
장보고가 입당하여 무령군에 들어가 공을 세우고 입지를 다진 후 신라에 입국하는 등의 내용이 전시되어 있는데 사료가 빈약하다.
<源遠流長관>
현판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고 거꾸로 읽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KBS 드라마 <해신 장보고> 출연자 사진들과 다른 사진 몇점이 걸려있다. 드라마 출연자들 사진 앞에서 기념사진 촬영하면 딱 좋은 수준... 요즘 한류 바람으로 중국인, 일본인들이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소를 패키지로 많이 찾는다는데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다면 내가 적산에서 장보고의 빈약한 유적에 대해 느낀 것처럼 실망하지 않았을까?
<2일차 답사를 마치고 유방의 숙소로 가는 길 풍경들>
<위해에서 유방으로 가는 도중에 들른 휴게소에서의 저녁식사>
유방은 우리의 출발점인 위해시와 공자, 맹자 유적지인 곡부, 추성 그리고 태산이 있는 태안시와 중간 지점쯤 된다. 말이 중간 지점이지 우리나라보다 2.5배나 큰 땅덩이를 이동하자니 5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자정 넘어 밥 먹을 곳은 없을 테니까. 그야말로 복불복인 불안한 저녁식사였다. 중국인들의 일반적인 식단인 셈인데 향신료 냄새가 강해서 비위에 맞지 않아 겨우 배를 채웠다. 식당 바닥은 기름기 때문에 어찌나 미끄럽던지... 그나마 담백한 바지락찜과 녹두죽이 입에 맞았다.
<중국에서의 첫 호텔, 유방의 부화호텔>
한밤중(12:15)에 호텔에 도착했다. 이곳은 나흘째에도 묵었는데 시설이 비교적 괜찮다. 흠은 와이파이가 거의 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처럼 해외여행을 서민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시아권 숙박시설이 가장 괜찮은 것 같다. 대체로 커피나 차가 제공되고, 헤어드라이어도 있고, 세면도구 제공되고, 목욕시설 무난하고... 이번 중국여행은 본토(!)에서 3일(나머지 이틀은 페리호에서 숙박)을 묵었고, 호텔은 두 곳을 이용했는데 모두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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