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복건성, 산동성

산동성 여행2 - 영성 시황묘와 성산두

큰누리 2014. 8. 16. 00:43

<산동성 여행 2일차>

1일은 오후에 출발해서 페리호에서 1박을 한 후 위해국제선터미널에서 내렸다. 인천에서 위해까지 16시간만인데 양국에서 배에 짐을 싣거나 내리는데 각각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14시간 걸린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산동(산뚱)성 위해(웨이하이)시는 남한에서 거리 상 가장 가깝고, 중국으로 따지면 동쪽 끝에 있는 항구이며 영성은 위해시 있는 극점이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시차는 1시간이다. 중국이 우리보다 서쪽에 있으므로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느리며 큰 땅덩어리지만 표준시를 쓰기 때문에 중국 전역이 동일하다.

 

우리나라의 무슨무슨 '도'쯤에 해당하는 산동성은 남한보다 2.5배 정도 크기 때문에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우리의 목적지 중 산동성 복판에 있는 태안과 그 아래에 있는 곡부를 들르고 출국할 때의 거리를 고려해 중국에 들어가고 나올 때 유방에서 이틀을 묵었다. '유방'이라는 특이한 도시의 이름 때문에 일행들이 여러 번 웃었다.

 

산동성 여행 2일 차 코스는 아래와 같다. 오전 11시쯤 위해국제선터미널에서 나와 관광버스로 1시간 정도 거리인 중국 최동단 도시인 영성으로 갔다. 영성은 예전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었던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었음직한데 최근에 중국에서 엄청난 공력을 들여 관광지화한 곳이다. 중국 최동단 지점인 성산두를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규모로 테마공원 만들고, 인근에 우리는 지나친 마천령생태공원을 조성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두번이나 찾았다는 역사적인 의미를 제외하면 영성은 한적하고 아름다운 어촌이었을 것이다. 중국의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는 해변을 따라 줄지어선 풍력발전기들이 인상적이었다. 남의 나라 일이긴 하지만 그냥 자연 그대로 두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들 정도로 깨끗하고 조용했다.

 

영성 성산두는 넓은 해안 구역을 몽땅 진시황을 주제로 한 테마공원인데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과연 중국사람들이 그 규모에 어울릴 만큼 찾아올까 싶었고, 우리 한국관광객을 목표로 했다고쳐도 그 규모가 너무 컸다. 대부분 최근에 조성된 듯 모든 게 깨끗하고 반듯했으며 페인트 냄새가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성산두 테마공원의 한 축인 진시황묘는 중국에서 유일한 진시황 사당이지만 사당이라 특별히 볼 것은 없다. 하지만 호운각 주변의 조각상들과 '福'을 테마로 한 복여동해는 눈요기 거리가 꽤 있다. 카페지기님은 다음부터는 영성을 코스에서 빼겠다고 했지만 내 생각에는 답사를 좀 따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계속 끼워도 좋을 것 같다.

 

영성의 호운각 주변과 복여동해는 일단 해변 풍경 무척 아름답다. 복여동해는 '복'을 주제로 했으되 사회주의 특유의 사실적인 인물조소像중국의 민간신앙을 두루 볼 수 있는 점이 상당히 좋았다.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지도자의 우상화를 위해 발달한 사실적인 인물상은 내게 큰 눈요기가 되었다. 역사적인 인물, 민간신앙 대상, 불상 등...

 

 

<위동페리호에 있는 운항 노선도>

우리는 위해에서 체크 인, 청도에서 체크 아웃 했다. 산동(산뚱)성의 크기와 우리가 들를 도시, 혹은 유적들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북한의 황해도쪽에서 산동성을 간다면 페리호로 10시간 이내에 가능할 것이다.

 

 

<위해와 영성의 사이의 풍력발전기와 해변> 

풍력발전기에는 모두 '중국華能'이란 글이 있다. 아래처럼 1기씩 있는 것도 있고 줄지어 늘어선 것도 있다. 해안의 모래는 무척 깨끗해보였는데 두번째 사진에서처럼 최근에 만들어진 듯한 위락시설이 눈에 많이 띄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성산두 안내도>

우리는 안내도 오른쪽 중앙에 있는 진시황묘(사당)에 먼저 들렀다가 오른쪽 위에 있는 호운각 주변을 둘러본 후 중앙의 복여동해를 한 바퀴 돌았다. 중앙의 복여동해와 오른쪽의 호운각 사이의 해변 풍경이 시원하고 아름답다. 호운각 주변의 거대한 진시황 관련 동상과 석상, 복여동해 각 건물 안에 있는 인물상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진시황 사당인 진시황묘>

규모는 진시황의 명성 만큼 크지는 않지만 중국에서 유일한 진시황 사당이다. 진시황은 '시황전'이란 전각 하나를 차지하고, 나머지 전각에는 역사적인 인물과 민간신앙 대상을 모셨다.

 

 

<진시황묘의 등공사>

등세창이란 인물과 2인이 더 모셔져 있는 전각이다. '등세창은 1895년 갑오해전에서 일본과 해전을 하다 순국한 영웅적인 인물...' 대충 이런 내용이 안내문에 적혀 있었다. 더 이상의 간자 해독은 불가...

 

 

<진시황묘 천후궁의 마조像>

마조는 중국 복건성을 여행할 때 가장 많이 본 여신으로 이 신이 모셔진 곳은 보통 '천후궁' 이라고 한다. 뱃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진시황묘 시황전의 진시황상>

진시황의 모습은 중국 최초로 전국을 통일한 인물이어서인지 일관되게 부릅뜬 눈, 진하고 치켜 올라간 눈썹으로 묘사된다. 얼핏 보면 관우상을 닮았다.

 

 

<진시황묘 시황전의 일주왕상>

이 신은 복여동해의 맨끝 바닷가에서 거북이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상이 서 있다. 어감으로는 태양신 같은데 위의 현판이나 서 있는 위치로 보아 용왕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재미있는 것은 사진의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것처럼 이 신 주변에는 항상 삼족오가 따라다닌다는 점이다. 중국의 동쪽 끝에 거대하고 위압적인 모습으로 진시황상이 서 있고 삼족오가 자꾸 등장하니 중국의 '동북공정' 기분 나쁘게 연상이 되었다. 사실은 성산두에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동북공정'이 연상되어 성산두 테마공원을 도는 내내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성산두 호운각 입구의 진시황像>

성산두는 온통 진시황像 투성이다. 가장 높은 언덕에는 분서갱유의 주역 이사와 불로장생약을 구하기 위해 동남동녀 3천명을 이끌고 바다로 갔다는 서복을 좌우에 거느린 거대한 진시황 동상이 있다. 바로 아래에 바다를 향해 제사를 올리는 진시황과 시종들이 있고, 호운각 바로 위 이곳에는 사진처럼 마차를 타고 달리는 진시황이 있다. 진시황묘 앞에도 비슷한 내용의 작은 돌 조각 몇기가 더 있다. 이곳에서 만난 진시황과 주변 인물들은 마냥 상상 속의 고대 진나라 사람들과 물건(!)들이 아니라 산시성 여산에서 발굴된 진시황릉 부속 병마용갱에서 나온 인물상, 마차, 말 도용을 모델로 해서 상당히 박진감이 있다.

 

나는 오래 전(15년 쯤 전?)에 운이 좋게 한국의 코엑스에서 전시한 병마용갱 진품들을 볼 기회가 있어서 인물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참고로 병마용갱에서 나온 도용들은 사람이나 말 모두 실물 크기의 테라코타이다. 첫번째 사진은 호운각 쪽을 배경으로, 세번째 사진은 기운대쪽의 진시황, 이사, 서복상을 배경으로 본 것이다.

 

 

<성산두 호운각>

이 바위가 왜 유명한지 아직도 정확히 모르겠다. 우리 가이드는 이 방면에 상당히 무지했고, 현지에 중국어 안내문과 간단한 중국어 카탈로그만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가장 동쪽 끝에 있는 바위라서 유명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특이한 점은 카페지기님이 준 2007년의 자료 사진에는 '호운각'이란 글씨 대신 '천무진두(天無盡頭)'란 글씨가 있었다. 그렇다면 '천무진두'란 글씨를 갈아내고 '호운각'을 대신 썼다는 뜻인데... 호운각 바위 뒤에는 진시황과 용왕의 전설이 얽힌 돌다리인 진교(秦橋)유적이 있다.

 

 

<성산두에서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곳>

아래 사진 왼쪽으로 진시황상이 있는 넓은 광장이 있다.

 

 

<기운대와 호운각 사이의 풍경>

왼쪽부터 제를 올리는 진시황, 삼족오, 이사와 서복을 동행한 진시황상이 있다. 삼족오 옆의 축음기 부속품 같은 물건은 왜 이 곳에 있는지 모르겠다. 아랫단의 석상들도 나름 유명한 역사 속의 인물들일 텐데 불행히 이름을 놓쳤다. 맨 왼쪽은 서양인이고 그 옆 동상은 각각 명주, 강희라고 적혀있었으며 오른쪽은 누구인지 모르겠다.

 

 

<진시황이 제를 올리는 상 앞의 중국영해기점 표석과 호운각>

영해기점 표석 뒤쪽에 호운각이 있다. 오른쪽에는 눈에 거슬리는 삼족오가...

 

 

<진시황이 제를 올리는 상 주변>

 

 

<복여동해에서 본 성산두>

 

 

<점심을 먹은 복여동해의 '노선장'과 메뉴>

한국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이라 음식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있게 식사한 곳이다. 음식이 찐 해산물 위주여서 일행 모두 아주 맛있게 먹었다. 감자볶음, 가리비찜, 바지락찜, 홍합찜 등... 산동성 사람들이 즐겨먹는다는 밀가루빵을 이곳에서 처음 먹었는데 전혀 간이 되지 않고 쌀빵처럼 담백했다. 다음 코스는 바로 옆의 복여동해와 인근에 있는 석도의 장보고 유적 관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