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 비수구미계곡

큰누리 2014. 9. 28. 18:49

<화천 비수구미계곡>

얼마 전에 TV에서 '비수구미 민박'을 하시는 가족들의 일상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았다. 다녀온 지 만3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을 것 같기도 하고 크게 달라질 것이 없는 곳이어서 같은 모습일 것 같기도 하다.

 

2011년과 12년에 국내여행에 필이 꽂혀 매주마다 미친 듯이 승우여행사의 국내여행을 다녔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곳이 많은 여행사의 프로그램을 3년 정도 따라다니면 국내의 명소는 거의 섭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실한 몸으로 무리를 한 탓에 1년 반 정도 쫓아다니고 건강이 거덜나 버렸다. 그 뒤로 1년 여를 후유증 때문에 상당히 고생했다. 화천의 비수구미계곡도 승우여행사를 따라간 곳 중의 하나인데 여러 모로 기억에 남는 곳이다. 일단 비수구미란 이름부터 특별해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후에 강원도의 오지마을은 이름 끝에 '~미' 가 붙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리미 마을, 살구미 마을 하는 식이다. 

 

다음은 인구에 회자되는 비수구미의 묵나물 비빔밥이었다. 여행에서 만나는 이들마다 비수구미 마을의 묵나물밥을 먹으러 또 가고 싶다고 했다. 그 여행사를 따라다니는 분들은 대부분 국내외 여행의 베테랑들인데 얼마나 맛이 있기에 비수구미의 묵나물밥을 '찬양'할까?

다른 하나는 비수구미 마을에서 보트를 타고 몇 분만 가면 평화의 댐이 있다 점이다. 평화의 댐은 전두환정권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북한이 당시에 당장에라도 물로 서울을 집어삼킬 것처럼 위기상황을 조성해서 만들었다. 그래서 쓸데 없이 국민에게 걷은 성금을 낭비했다고 비난이 대단했는데 이왕 만든 댐이니 제대로 활용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침 비수구미계곡 걷기 프로그램이 나와서(1년에 몇회만 진행한다) 나도 동참을 했다. 2시간 남짓 걷는 내리막길의 쉬운 코스라고 되어 있었다. 등산이나 오래 걷기를 잘 못하는 나는 늘 프로그램에서 난이도를 보고 쉬우면서 좀 짧은 코스를 선택한다. 하지만 그 어떤 쉬운 코스도 내겐 언제나 무리였다. 그래서 결국 1년 반 정도 만에 승우여행사를 따라다니는 여행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 가고 싶지만 연세는 있어도 과거에 등산으로 단련된 분들의 걸음을, 그것도 사진까지 찍으며 따라붙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 프로그램을 보면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마음 뿐이다. 좀더 젊고 건강했을 때 여행을 시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비수구미 생태길 안내도>

비수구미 마을에 있는 안내도이다. 버스를 타고 왼쪽 맨 위에 있는 해산터널에서 내리면 길 아래로 철책문이 있고 가이드가 미리 준비한 열쇠로 문을 열고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비수구미 마을 바로 입구에도 비슷한 철책문이 있는데 사유지라서 그런 장치를 한 것 같은데 좀 의아했다. 들어가려면 넓은 산길 어디로든 그냥 들어갈 수도 있을 텐데 왜 철책문, 그것도 허술한 문을 만들어 놓았을까? 지금 생각하니 아마 버섯이나 다른 산림자원 무단채취를 막기 위한 방책이 아닌가 싶다.

 

해산터널에서부터 하늘색으로 그린 비수구미 마을까지 꼬박 2시간 동안 산길을 걸었는데 13km라고 한다. 나머지 비수구미계곡 구간은 끝까지 가지 않고 비수구미 마을에서 보트를 타고 평화의 댐으로 이동했다. 비수구미계곡은 걷는 동안 좀 답답했다. 숲길이라 그늘은 충분했지만 비슷한 길이 계속 이어지고 건기여서였는지 계곡의 물이 말라서 도랑 같았다. 평평한 내리막길이라 걷기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시원하게 산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바위나 눈 아래 풍경을 조망하는 코스가 없다. 그저 길 옆으로 나무와 숲, 가늘고 말라붙은 계곡이 계속 이어질 뿐이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길가의 야생화들이었는데 쑥부쟁이, 구절초, 감국, 특히 꽃향유가 무척 아름다웠다. 꽃향유는 그렇게 식생이 좋고 큰무리를 이룬 것을 이후에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많았다. 그 외에도 용담꽃, 투구꽃 등이 드문드문 보였다. 

 

 

<비수구미계곡으로 가는 길>

흔들리고 구비를 도는 버스에서 촬영해서 상태가 불량하지만 차창 아래로 구름을 머리에 인 산들이 무척 아름답다. 아마 먼 산 너머쪽은 북한인 최전방일 것이다. 귀가 몇번씩 먹먹할 정도로 상당히 높은 곳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간다.

 

 

<비수구미 계곡>

대체로 아래와 같은 길이 두 시간 동안 이어진다. 10월초라 야생화는 제철이지만 단풍은 좀 일렀다.

 

 

 

<비수구미계곡의 쑥부쟁이>

 

 

<비수구미계곡의 감국>

 

 

<비수구미계곡의 미국쑥부쟁이와 감국>

 

 

<비수구미계곡의 꽃향유>

 

 

<비수구미계곡의 담쟁이덩굴>

 

 

<비수구미의 계곡>

 

 

<비수구미계곡의 생태길>

 

 

 

 

 

<비수구미계곡의 충영(벌레집)>

 

 

<비수구미계곡>

 

 

 

 

<비수구미 마을 앞의 계곡>

 

 

<비수구미 마을 입구의 철문>

 

♣ 7년 뒤에 다시 들른 비수구미 계곡  2018년 10월 말의 화천 비수구미계곡 단풍 (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