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2014 경주 남산 답사 1일차

큰누리 2014. 10. 20. 23:16

경주 남산은 완전정복이라는 타이틀로 나홀로 테마 여행에서 2009년 12월에 2박 3일 코스로 1차로 다녀왔다. 그 때 남산의 모든 골짜기, 능선, 구석까지 산재된 불교 유적들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강행군으로 건강이 부쳐서 고생을 많이 했다. 이후로 유적에 관심이 있는 지인들이 국내에서 갈만한 곳을 추천하라고 하면 경주 남산을 추천한다. 경주 시내의 유명한 유적이나 유물은 한두번쯤 돌아보았어도 남산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주 남산은 그 자체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이 되었을 정도로 시내 못지 않게 훌륭한 유적들이 많다. 지극한 불심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절벽 위나 바위의 마애불, 불탑에서 신라인들의 불심을 더 읽을 수 있는 지도 모른다.

 

이번의 남산 답사는 건강에 무리가 올 걸 알면서도 어쩌면 완전정복이라는 타이틀로는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갔다. 코스 중 상당 부분은 포기할 것을 각오했는데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말 그렇게 되어버렸다.

 

첫날 10월 3일은 3일간 이어진 연휴 때문에 고속도로, 심지어 경주 시내에서조차 길이 막혀 목적지까지 8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일정의 상당 부분이 잘려나갔고 한밤중까지 답사를 강행군해야 했다. 포석정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배리 윤을곡 마애불좌상→ 늠비봉 5층석탑울산 일산해수욕장.

둘째날 10월 4일은 오전의 울산 대왕암과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은 이번 답사의 백미였다. 남산 답사에 덤으로 붙은 프로그램인데 코스도 적절하고 풍경이 너무 훌륭해서 나중에 꼭 다시 갈 예정이다. 오전 코스는 울산 대왕암울산 울기등대 구 등탑→ 울산 주전몽돌해변→ 울산 어물동 마애여래좌상→ 강동 화암 주상절리경주 봉길해변(문무대왕 수증릉)→ 이견대→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오후 코스는 경주 감은사지경주 배동(배리) 석조여래삼존입상→ 천룡골 천룡사지→ 남산 입곡 석불두→ 경애왕릉→ 배동(배리) 삼릉.

오후 일정인 남산 답사 공식 코스는 나만 건강 때문에 모두 놓쳤다. 삼릉계와 용장사지 유적, 마애대불을 훑는 코스인데 시간이 촉박하여 독촉을 받아가며 속보로 답사를 하기에 내 건강으로는 절대 불가였다. 그래서 일행과 떨어져 나와 다른 일행 한명은 그래도 쉬운 코스라는 고위봉 쪽 청룡사지로 탑을 보러 갔다.

 

원래는 일행들과 삼릉계의 힘이 닫는 곳까지만 동행해서 자료 촬영을 원했는데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속이 많이 상했다. 5년 전의 1차 답사 때 코스를 완전히 기억하고 있었고 용장사지 유적과 약수골의 마애대불만 포기하면 어지간한 삼릉계의 유적들은 사진 촬영이 가능했는데 타의로 청룡사지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결국 청룡사지에 가서 달랑 3층탑 하나만 보고 내려와 부랴부랴 삼릉계로 가니 입구가 차단기로 막혀있었다, 미저러블!!! 일몰 후에는 입산금지였다! 정말 아쉽고 속이 상했다. 하지만 어쩌랴? 내 건강이 그것 밖에 안 되고 일행과 함께 할 수 없어 벌어진 일이니...

 

마지막날인 10월 5일은 다행히 예정된 대부분의 코스를 돌았다. 서악동 3층석탑→ 서악지구 신라왕릉→ 불곡 마애여래좌상(할매부처)→ 옥룡암과 탑곡 마애조상군미륵곡 석조여래좌상→ 서출지→ 남산동 3층석탑→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새벽부터 서두른 덕분에 숙소 근처에 있던 서악지구 왕릉 4기를 덤으로 둘러보고 불곡과 탑곡, 미륵곡의 마애불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봉화골에 들러 칠불암 마애불상군과 신선암 마애불을 보고 더 볼 게 있다는 일행들을 남겨두고 건강이 다소 부치는 사람들끼리 먼저 귀경했다. 모든 일정을 건강 때문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울산 대왕암과 경주 파도소리길을 보았으니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아래 사진들은 첫째 날(10/3)에 답사한 내용이다. 예상대로라면 경주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1시쯤부터 남산 답사를 해야 했지만 길이 막혀 3시 반경에 식당에 도착했다. 4시경에야 늦은 점심을 먹고 서둘러 포석정 입구에서부터 윤을곡을 거쳐 부흥사, 늠비봉 5층석탑을 보았다. 이 코스는 시작부터 이미 해가 기울기 시작해서 포석정, 부엉골 마애여래좌상은 건너뛰었다.

몸이 부쳐 딱히 볼 게 없는 금오정에는 동행하지 않았지만 일행들은 금오정까지 들렀다 왔다. 일행을 보내고 늠비봉으로 되돌아와 5층석탑을 독차지하고 노을까지 감상하다보니 컴컴한 밤이 되어서 산길을 혼자 내려왔다. 윤을곡 입구 쯤에서 나처럼 금오정을 포기한 분을 만나 휴대폰으로 불빛을 비춰가며 하산해서 일행을 기다렸다가 한밤중에 울산의 숙소로 향했다.

 

 

<점심을 먹은 한정식집 '홍시' 앞의 삼랑사지 당간지주>

당간은 절에서 불교의식을 할 때 입구에 걸었던 '당'이라는 깃발의 깃대이며, 당간지주는 당간을 받쳐 세우는 돌기둥을 말한다. 삼랑사는 신라 진평왕 19년(597)에 건립되어 대대로 왕들의 행차가 잦았던 이름 있는 절이었으나 지금은 당간지주만 남아있다.

이 기둥은 마주 보는 면의 바깥면에 세로줄 무늬를 도드라지게 새겼다. 꼭대기 바깥쪽으로 곡선을 그리며 둥글게 내려가다가 한단만 굴곡을 만들어 통일신라시대 당간지주의 일반적인 양식을 따랐지만 기둥 중간 부분의 두께를 얇게 한 점 등 장식적 꾸밈이 돋보인다. 

 

 

 

 

<한정식집 '홍시'와 밥상>

삼랑사지 당간지주는 이 건물 바로 앞에 있다. 한정식이 정갈하고 맛있다. 아래의 본 밥상 앞에 전채요리로 샐러드, 부침, 꿀떡 등이 나온다. 흠은 음식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대기 시간이 길다는 점.

 

 

 

<경주 남산 안내도>

 

 

<포석정 지나 울타리에서 만난 콩박각시 애벌레>

이 녀석은 처음 보았는데 노란 머리 띠가 빠진 호랑나비 애벌레처럼 생겼다. 어찌나 큰지 남자 엄지손가락 굵기만 하다. 천적들이 보면 푸짐해서 엄청 좋아할 것이다. 노란 점 4개가 있는 쪽이 머리인데 위에서 보면 'V'자 모양의 줄이 있고 몸 전체에 자잘한 돌기가 나 있다.

 

 

<포석정에서 금오산 정상으로 오르는 입구와 경주남산 일원에 대한 안내>

 

 

 

<포석정에서 금오산 정상 코스의 첫 답사지, 경주 배리 윤을곡 마애불좌상>

두 번째 사진 오른쪽 불상 어깨 위쪽에 태화(太和) 9년 을묘(乙卯)라는 명문이 있어 남산에서 드물게 정확한 조성연대를 알 수 있는 마애불이다. 신라 흥덕왕 10년(835)에 만들었으며 세 분 중 중앙과 오른쪽 불상은 약사불이다.

 

 

 

 

<부흥사 입구>

이곳으로 올라가 부흥사를 지나면 늠비봉이 나온다. 늠비봉 5층석탑을 보려면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사찰로 일반 집 같은 절이다.

 

 

<부흥사>

5년 전에 들렀을 때 본 여염집 같았던 모습과 똑같다. 늠비봉 쪽 개울가의 오죽(烏竹)도 그대로였다.

 

 

 

<늠비봉 5층석탑>

이 탑은 2002년에 주변에 흩어져있던 탑재를 보충해서 복원한 것이다. 경주 남산의 흔한 탑들 중에서 예술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종교적으로 더 특별한 것도 없다. 하지만 탑이 서있는 위치와 기단을 원래의 바위 거의 그대로 사용한 점이 특별해서 기억에 남는다. 늠비봉 5층석탑은 목탑을 본떠 만들었으며, 산꼭대기에 솟아있는 바위 윗면을 깎아내어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대충 다듬은 석재로 탑을 쌓아올렸다. 뾰족한 바위를 자르고 모자라는 부분에는 다듬지 않은 석재를 보충하여 자연 반, 인공 반의 기단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탑신보다 기단과 주변의 바위에 눈길이 먼저 간다. 아슬아슬하게 바위를 더듬어 탑 건너편으로 넘어가면 탑 아래로 아름다운 남산의 능선과 경주의 풍경이 펼쳐진다.

 

한낮에 보는 기단 주변의 바위와 산 아래 펼쳐진 평야, 경주 시내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노을을 등진 탑과 주변 풍경도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늠비봉 5층석탑에서 금오정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바라본 경주>

중앙 쯤에 늠비봉 5층석탑이 살짝 보인다. 연세가 드신 다른 두분과 함께 나는 이쯤에서 발길을 돌려 늠비봉으로 다시 내려갔다.

 

 

<울산 일산해수욕장과 조형물들>

울산으로 이동하여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중이다. 숙소가 일산해수욕장 맞은편의 숙박 밀집지역에 있었는데 주변이 너무 번화하고 불야성이어서 놀랐다. 상당히 규모가 큰 호선형의 일산해수욕장을 따라 음식점과 모텔들이 즐비하다.

 

 

 

 

<저녁을 먹은 울산 일산동의 식당 '외식중공업'>

식당 이름이 울산이 중공업도시임을 각인시킨다. 주로 구이 요리를 팔고 1인분이 14,0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맛은 좋지만 굽는 것이 번잡스러워서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