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힐링 인 라오스7 - 루앙프라방 탁밧행렬과 재래시장

큰누리 2015. 2. 14. 18:03

<라오스 관광의 하이라이트 탁밧(탁발)행렬>

이 분들은 생계를 위해서 혹은 수행을 하는데 관광의 하이라이트 어쩌구 하려니 민망하다. 하지만 라오스 관광은 비엔티엔, 방비엥, 루앙프라방으로 압축되고 루앙프라방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탁밧(托鉢)행렬이다.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도 상당히 추운 새벽에 한쪽 상의가 드러난 승복을 입고 맨발로 탁발을 하는 스님들을 보니 불자가 아닌 나조차 저절로 경건해졌다.

 

탁발(托鉢)은 라오스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지만 루앙프라방이 가장 유명하다. 승려들이 오만을 타파하고 남에게 베푸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수행의 일종이지만 라오스에서 승려들의 생산활동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생계수단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명칭조차 '바리에 목숨을 건다'는 의미인 탁발(托-맡길 탁, 鉢-바리때 발)일까? 라오스는 태국처럼 17~20세에 2년 동안 의무적으로 승려가 되어야 하고 하루에 두끼를 먹는다고 한다.

 

새벽 5시 30분부터 시작되어 한 시간 정도 진행된다고 하는데 이날은 6시 10분부터 20분 정도 진행되었다. 공양을 하는 이들은 스님들이 지나는 길목에서 방석이나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찹쌀밥이나 과자 등을 바리에 담아준다. 과자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주기도 하지만 연로해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스님들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공양자가 가슴에 사선으로 두른 띠를 풀면 공양이 끝난 것이고, 스님이 바리 뚜껑을 닫으면 더 이상 공양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공양을 하기 위해 태국 같은 이웃나라에서 온 이들도 꽤 보였다.

스님들은 공양자들이 주는 찹쌀밥 등을 받아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샛길로 빠져 사원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많으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준다. 탁발행렬 주변에서 빈 바구니나 그릇을 든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심지어는 개도 몇 마리 행렬에 동참(!)했다.

 

가장 큰 탁발은 초등학교 앞에서 매일 하는지 관광객과 그들을 태운 미니버스나 툭툭, 공양음식을 나눠받으려는 아이들, 맞은편의 공양음식을 파는 가게와 상인들로 붐볐다. 3달러를 내면 찹쌀밥이 든 둥그런 대나무통과 주걱, 방석이 깔린 자리, 가슴에 어긋나게 매는 '탁발자 띠'를 준다. 방석은 추운데 맨땅에 앉아있기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공양자가 스님보다 자세가 높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새벽 6시의 탁발행렬이 지나는 장소>

속이 출출한 이들은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사먹고, 공양한 음식을 얻고 싶은 아이들은 추운데 벌써 나와있다. 오른쪽 건물은 초등학교이다.

 

 

<공양 준비를 마치고 탁발 스님들을 기다리는 이들>

어떤 이들은 호기심으로 또 다른 이들은 불심에서 나왔겠지만 탁발하는 스님들을 마주 대하면 누구나 경건해진다. 이 일행은 돈을 더 냈는지 달랑 찹쌀밥만 준비한 우리보다 공양할 내용물이 풍부하다. 혹시 이 글을 보고 탁발행렬에 동참한다면 부드러운 과자나 젤리, 의약품, 초콜렛 등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귀국한 직후 방영된 KBS 인간극장에서 본 빅 트리 카페 안주인 손미자씨의 이야기 들으니 그런 것들이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드디어 탁발행렬>

조용히 지나치면서 바리를 열어 공양자들이 주는 음식을 받는다. 스님들을 자세히 보니 10살 남짓한 그룹, 20살 전후의 청년 그룹, 노인 그룹이 섞여 있었다. 10살 그룹은 어려서부터 승려가 되었고, 청년 그룹은 의무 수행중이고, 노인 그룹은 평생 승려였거나 나이 들어 승려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중년층이 안 보인 것은 의무 수행이 끝나면 사회로 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승복은 대부분 주황색이지만 간혹 갈색도 있다. 허리에 두른 띠도 대부분 노랑이지만 빨강이나 주황색도 있고 안 맨 이들도 있다. 공통점은 누구나 맨발이라는 것이다.

 

 

 

 

 

 

<공양석>

앉은뱅이 의자도 있지만 누구도 앉은 사람은 없다. 찹쌀밥통과 주걱, 가슴에 사선으로 두르는 공양자용 띠이다.

 

 

루앙프라방 재래시장

공양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가기 전에 바로 옆에 있는 아침 재래시장에 들렀다. 어젯밤 몽족 야시장이 열린 곳이다. 이들도 아침만 장사를 하고 좌판을 치운다고 한다. 그 나라를 알려면 재래시장을 가라고 하는데 가장 라오스 시장다운 면모를 본 곳이다. 야시장이 옷이나 공예품, 간식거리를 판다면 아침시장은 주로 식재료를 팔아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생선, 야채, 양념재료, 계란이나 오리알, 닭고기, 건어물, 과일 좌판이 다양하게 있다. 특이하게 흰꽃이나 노란꽃이 핀 유채가 있었는데 맛은 기억나지 않지만 호텔식탁에도 데친 유채가 있었다.

 

 

<재래시장의 몽족 공예품 가게>

 

 

<루앙프라방 재래시장과 물건들>

붕어와 메기 등의 민물생선, ​라임, 양배추, 호박, 오이, 가지, 브로콜리, 유채 등의 채소류, 양파나 생강 등의 양념류, 콩이나 감자류, 귤이나 수박,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의 과일류, 생오리, 오리알과 계란, 말린 생선, 감태 같은 해산물(!) 등 라오스인의 밥상에 등장하는 식재료를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바나나잎은 따로 팔기도 하는데 생선처럼 젖은 식재료 밑에 바나나잎을 깐 점이 이채롭다.

 

 

 

 

 

 

 

 

 

 

 

 

 

 

 

<예불에 쓰이는 매리골드(공작초) 장식>

매리골드는 향기가 독특하고 꽃 색깔도 너무 강해 평소 '예쁜 꽃'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하지만 개화기간이 길고 잔병이 없어 나도 집에서 해마다 기른다. 그런데 라오스에서 불공을 드릴 때 이 꽃을 가장 많이 쓰는 모양이다. 다른 것과 함께 묶어 사용하는데 그렇게 하면 정말 예쁘다. 우리의 발이 되어준 24인승 버스에도 부적으로 매리골드가 매달려 있었다.

 

 

 

<시장 밖 포장마차>

봉지에 든 물김치, 닭꼬치, 생선구이 등을 판다. 우리 가이드분이 이곳으로 우리를 안내해서 호텔로 돌아가서 밥 먹을 텐데 꼬치집에는 왜 들렀는지 의아했다. 이유는 세번째 사진의 찹쌀밥과 돼지고기를 맛보여 주려고 온 것이다. 비닐봉투에 담아주는 찹쌀밥을 주먹으로 쥐어먹는데 정말 맛있다! 돼지고기도 아주 맛있다.

일행 중의 한 분이 라오스에서 제발 찹쌀밥 사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는데 그 만큼 찹쌀밥이 맛있다는 이야기이다. 사오지 말라고 한 이유는 마르면 도로 쪄도 맛이 덜하기 때문이다.

 

굳이 이곳까지 우리를 안내해서 라오스 고유의 음식을 먹게 해준 가이드분의 마음이 고마웠다. 돼지고기는 라오스에서 상당히 비싸서 현지인들은 잔치 때나 돼야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라고 한다. 소금구이 생선은 구워지면 껍질을 벗겨내고 먹는다는데 먹을 기회는 없었다.

 

 

 

 

<루앙프라방 Sunway Hotel과 아침식사>

우리가 지난 밤에 묵은 민트색 인테리어 호텔이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한 후 미니버스를 타고 방비엥으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