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전주한옥마을과 오목대

큰누리 2015. 6. 2. 23:53

≪전주≫

역사적으로 전주(全州)라는 지명이 처음 사용된 때는 신라 경덕왕 16년(757)으로 완산주를 전주로 개명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900년 견훤이 세운 후백제의 수도였던 전주는 조선왕조의 뿌리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전라도 전지역과 제주도까지 관할했던 전라도의 실질적인 수도이자 행정중심지였다.

현재의 전주는 판소리의 본고장이며 한옥, 한지, 한식 등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지니고 있는 도시이다. 주변의 넓은 호남평야와 바다가 연결되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예로부터 풍요의 고장이었다. 이러한 풍요와 여유는 전통문화를 꽃피우고 멋과 맛의 고장으로 천년 세월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전주한옥마을(hanok.jeonju.go.kr)에서 발췌 요약-

 

≪전주한옥마을≫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일본인들이 대거 전주에 들어와서 거주한 곳이 서문 밖, 지금의 다가동 근처의 전주천변이었다. 서문 밖은 주로 천민이나 상인들의 거주지역으로 성안과 신분의 차이가 있었다.

양곡수송을 위해 전군(전주-군산)가도가 개설(1907)되면서 성곽의 서반부가, 1911년말에는 성곽 동반부가 남문을 제외하고 모두 철거됨으로써 전주부성은 사라졌다. 이를 계기로  서문 근처에서 행상을 하던 일본인들이 다가동과 중앙동 등 성안으로 진출하였다. 이후 1934년까지 3차에 걸쳐 전주의 거리가 격자화되고 상권이 형성되면서 1945년까지 일본인들이 전주 최대의 상권을 차지하게 되었다.

 

1930년을 전후로 일본인들의 세력확장에 반발한 한국인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후 교동, 풍남동의 한옥군은 일본식과 대조되고 화산동의 서양풍 선교사촌과 학교, 교회당 등과 어울려 기묘한 도시색을 연출하게 되었다. 오목대에서 바라보면 팔작지붕의 늘어진 곡선 용마루가 즐비한 명물이 바로 교동, 풍남동의 한옥마을이다.

 

5월 연휴, 바쁜 직장생활에 쫓겨 여행지 예약을 놓쳐버린 탓에 5일이나 되는 황금연휴를 자칫 집에서 빈둥거릴 상황에 처했다. 여행지 예약이 어렵다고 판단되어서 대안으로 선택한 2박 3일 여행지가 군산지역이었다. 내게는 익숙한 곳이지만 동행한 가족에게는 낯선 곳이었고, 성수기라 숙박지를 잡기 어려울 경우 언제든지 잠자리 신세를 질 수 있는 인척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차표도 하행만 겨우 구매한 터라 익산까지 가는 기차 안에서 급하게 생각해낸 여행지가 바로 전주였다. 전라북도의 다른 곳은 많이 들렀지만 공교롭게 전주는 지나치기만 했고 무엇보다 한옥마을과 경기전을 한번 보고 싶었다. 사전 정보도 없이 무엇을 봐야 하는지, 어디에서 묵을 지 미리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여행을 떠난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얻은 게 많았지만 가족들은 인파와 간간이 뿌리는 비, 그리고 무더위 속에서 걷는 것을 무척 힘들어했다. 나도 이번의 전주여행에서 좋은 이미지만 얻은 것은 아니었다. 황금연휴에 가족나들이로 좋은 한옥마을을 찾았기 때문에 엄청난 인파에 시달려야 했고 상업적인 한옥마을 주변의 상황이 곱게 와닿지 않았다. 택시 기사조차 '뭐 볼 게 있다고 사람이 가장 많은 이때 전주에 오셨어요?'라고 물을 정도였다.

하지만 경기전이나 객사, 전동성당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훌륭했다. 조용한 상황에서 보았더라면 정말 좋은 슬로시티 이미지가 남았겠지만 연휴에 한지축제까지 낀 5월 초의 전주는 절대 슬로시티는 아니었다.

 

 

<전주한옥마을 정상의 표석>

대중교통으로 접근하면 풍남문에서 전주한옥마을로 들어오기 때문에 마을 정상인 이곳에 가장 나중에 들르게 된다.

 

 

<풍남문에서 처음 들어선 전주한옥마을>

풍남문을 등지고 길을 건너면 전주한옥마을 태조로가 눈앞에 있고 태조로를 중심으로 왼쪽에 가장 전통적인 경기전이, 오른쪽에 고풍스런 서구식 건물이자 일대에서 가장 높은 전동성당이 있다.

 

 

<전주한옥마을 입구의 경기전>

경기전은 태조어진을 모신 곳으로 조선왕조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독특한 하마비가 눈길을 끈다.

 

 

<전주한옥마을 안내도>

왼쪽 안내판에는 전주한옥마을이 2010년 11월 27일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되었고, 일제강점기 시절 저항의 상징이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중앙 안내판에는 이곳이 영화 <광해>, <전우치>, <보통의 연애>, <바람의 화원> 촬영지라는 내용이 있고, 오른쪽은 전주한옥마을 안내도이다.

 

 

<전주한옥마을 안내도>

전동성당, 경기전, 태조로를 1시간 이상 돌면서 태조로를 중심으로 간혹 한옥이 보일 뿐 이렇다 할 한옥이 없어서 '한옥마을이 맞나'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한옥들이 늘어나고 오목대 입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옥들이 조망되면서 한옥마을이란 명칭에 수긍이 갔다. 대로를 따라 평지를 돌아다니면 단층의 한옥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신축 중인 한옥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한옥들>

한옥도 조립식으로 짓는 모양이다. 본격적으로 한옥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은 이곳을 지나 전주공예품전시관 쯤에 이르러서이다.

 

 

<기묘한 꼬마 한옥>

서울 북촌에서도 아주 작은 한옥들을 볼 수 있는데 독립된 가옥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작고 앙증맞은 한옥은 처음이다.

 

 

<전주한옥마을을 관통하는 태조로>

우리는 풍남문을 거쳐 팔달로쪽에서 기린로쪽으로 올랐다. 지붕 선이 고운 한옥은 전주공예품전시관 위쪽 양쪽에서 오목대 아래에 집중되어 있다.

 

 

 

<전주한옥마을 골목들>

 

 

 

<전주공예품전시관>

경기전을 빼고 내가 본 중 전주한옥마을에서 가장 큰 한옥이다.

 

 

 

<전주한옥마을의 대표적인 먹거리 '오짱'과 슬러시 맥주>

'오짱'은 오징어 한 마리를 기름에 튀긴 것으로 짭쪼롬하면서 맛있다. 말린 오징어를 물에 불려 튀김옷을 입혀 튀긴 것 같다. 값은 반마리(1인분)에 3,500원이다. 컵의 내용물은 슬러시 맥주로 값은 조금 비싸지만(4,000원) 비가 간간히 내리고 무척 후텁지근했던 이 날(5/3), 해갈에 최고였다.

 

 

<전주한옥마을에서 내가 가장 아름다운 조망지로 꼽은 장소>

사진 왼쪽 바로 밖에 전주한옥마을 표석이 있는 위치이다. 한옥 기와 선이 아름다운 조망지는 사진 상의 왼쪽에 있는 산으로 조금 더 올라가야 한다. 이곳은 야트막한 산과 기와 담장의 선, 산 아래의 기와지붕, 중앙의 전동성당이 어울려 가장 아름답다.

 

 

<오목대로 오르는 전망대에서 본 한옥마을>

아름다운 한옥 기와지붕을 보려면 이곳이 최적의 장소이다. 태조로에서 내내 '도대체 어디에 한옥이 있다고 한옥마을인가'라는 의구심을 한방에 날린 곳이다. 한옥마을은 맞는데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울 북촌을 확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이다.

기와형태가 북촌처럼 폐쇄적이 아니라 일자형이란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느낌이 든 것은 이곳이 형성된 시기가 북촌처럼 1930년대여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비슷한 규모의 집들이 오밀조밀, 그리고 상당한 규모로 모여있다. 한옥마을이란 것을 실감나게 한 조망이다.

 

 

 

 

<조망지에서 본 한옥마을과 전동성당>

 

 

<오목대와 고종황제 친필 비각>

오목대는 고려 우왕 6년(1380) 운봉 황산에서 왜구를 크게 무찌른 이성계가 개선길에 들러 선조들에 대한 감회를 느끼며 종친들을 모아 연회를 베푼 곳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대한제국 광무 4년(1900)에 비석을 건립했는데 태조가 잠시 머물렀던 곳이라는 뜻의 <태조고황제주필유지>라는 비문은 고종황제의 친필을 새긴 것으로 비각은 오목대 앞에 있다.

 

 

 

 

 

<오목대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한옥마을 둘레길(숨길)>

오목대가 위치한 산은 높지 않지만 한옥마을 전망이 탁월하고, 숲이 무성하다. 풍남문, 객사(풍패지관), 전동성당, 오목대에 이어 꼭 보고 싶었던 곳이 전주향교였다. 이 길을 따라 가면 될 줄 알았는데 불행하게도 방향을 오른쪽으로 잡아서 왼쪽에 있는 전주향교를 놓쳤다. 다시 올라가서 보고 싶었지만 동행한 가족이 무거운 배낭과 오랜 걸음, 무더위로 힘들어해서 아쉽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전주한옥마을 둘레길의 당산나무>

오목대 탐방로에 있는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이다. 전주한옥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준다고 믿으며 주민의 무병과 평온무사를 비는 당산제가 매년 음력 1월 15일에 이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오목대에서 한옥마을을 보고 내려오는 길목의 한옥들>

 

 

 

 

 

<한옥마을의 뒷골목>

 

 

 

<전주공예품전시관 뒤의 이정목과 장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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