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군산 한일옥의 1930년대 골동품들

큰누리 2015. 6. 12. 15:15

≪군산 한일옥≫

글을 올리기 위해 '군산 한일옥'을 지도에서 검색하니 가까운 위치에 두 곳이 떴다. 상세보기로 다시 검색한 결과 한 곳은 '기사식당'이란 부제가 달린 낡은 건물이고, 다른 곳은 내가 찾던 초원사진관 맞은편의 한일옥이었다. 두 곳 모두 같은 분이 운영하는 것 같다.

 

한일옥은 건물이 아담하고 예뻐서 '군산 근대문화유산의 거리(탁류길)'에서 김혁종(舊 히로쓰)가옥, 동국사, 초원사진관, 게스트하우스 고우당 등을 들르다 지나치는 길에 매번 마주친 곳이고 식사 시간이면 건물 밖까지 대기줄이 길게 이어진 것을 자주 보아 얼핏 기억에 남았던 곳이다. 군산의 음식점에서 줄이 길게 이어진 곳은 빵집 이성당, 전국 5대 짬뽕 맛집이라는 복성루였는데 이곳도 (줄이 짧긴하지만) 그랬다.

 

지난 5월 연휴, 무작정 군산으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의례 받았던 친구들의 도움 없이 택시 기사분에게 추천을 받아 들른 곳이 한일옥이었다. 식사 때가 지난 시각이라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지만 사람이 많아 편한 마음으로 식사하기엔 어수선했고, 눈치도 살짝 보이는 상황이었다.

붐비는 식당에서 겨우 좌석을 확보하고 밥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전시된 물건들을 따라 올라갔다. 한일옥을 소개한 택시 기사분도 그렇고 한일옥의 골동품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이 내가 본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고 내용은 '대박'이었다.

 

붐비는 한일옥에서 먹은 음식은 택시 기사분이 추천한 쇠고기무우국이었다. 음식 맛은 맛집의 맛이라기보다는 추억이 담긴 가정집 밥상 같았고, 밑반찬도 맛있는 음식이 넘치는 군산치고는 평범했다. 하지만 2층을 통째로 전시장으로 하여 전시된 1930년대의 골동품은 개인의 소장품으로는 양이나 질, 모두 훌륭했다. 수집량에 비해 공간이 좁은 점, 음식점 안에 있어서 어수선한 점, 설명이 전혀 없는 점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쓸모가 없어서 버려질 생활용품들을 한 개인이 꾸준히 수집해서 훌륭한 사료로 남게 했다는 점, 고객이 부담 없이 볼 수 있게 한 점은 그저 그런 물품을 늘어놓고 입장료를 받는 몇몇 컬렉션과 많이 비교가 되었다. 동국사나 한일옥처럼 지자체나 국가의 도움 없이 개인 차원에서 일관성 있게 유물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곳이 있다는 점에서 군산의 근대문화유산을 기본으로한 문화 관광지로서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한일옥 외관>

 

 

<한일옥의 명칭과 역사>

 

 

<한일옥의 쇠고기무우국>

쇠고기를 잘게 썰어 무우를 넣고 끓이고 간장으로 간을 맞춘, 집에서 흔히 먹는 메뉴이다. 반찬은 갈치조림, 콩나물무침, 깍두기와 김치, 김, 풋고추와 된장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참의 골동품들>

풍로나 화로, 한약재를 써는 작두 등이다. 도자기나 소품이 놓여있는 가구들도 모두 오래된 물건들이다.

 

 

 

<한일옥의 역사, 골동품에 대한 안내>

한일옥은 1937년에 김외과병원으로 지어진 일본식 가옥이고, 곳곳에 전시된 골동품은 건물이 지어진 시기와 비슷한 시기의 골동품이라는 내용이다.

 

 

<한일옥 2층 전시실>

나무로 지은 건물, 사각형 일본식 창문, 나무 바닥에 고가구가 사방 벽쪽으로 놓여있고, 가구 위와 안에 각종 골동품이 빽빽히 배치되어 있다. 책상 위의 장난감과 가위, 장기를 가지고 고객인 어린이가 놀고 있어서 처음에는 그 물건들 자체가 골동품인 것을 몰랐다.

누구나 전시물을 자유롭게 만져보고 심지어 가지고 놀 수도 있는데 그 때문에 물건이 훼손된 것 같지는 않았다. 일반 전시장이나 박물관은 적외선이나 받침대로 인한 손상 때문에 플래시 촬영, 혹은 사진촬영 자체를 금지하기도 하는데 감시(?)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성숙한 관람 매너, 관람자를 믿고 맡겨두는 주최측의 입장 모두 기분좋게 다가왔다.  

 

 

 

 

<아이스케키통, 반닫이와 다른 가구들, 영화 포스터, 신선로 그릇, 전화기, 재봉틀 등>

 

 

 

<서랍장 안의 소품들>

 

 

 

<전화기, 징과 꽹과리>

 

 

 

<물레, 어코디언, 가구>

 

 

<중앙 탁자와 위의 골동품들>

장기와 장기판, 엿가위, 돋보기, 탈, 주판, 연필깎이, 태엽을 감아 움직이는 자전거 타는 소년 등이 있다.

 

 

 

<각종 도자기와 가구, 아이스케키통>

 

 

<베란다의 술통들>

 

 

<서당 교재로 보이는 수제 책과 각종 자물쇠, 열쇠>

 

 

 

<자개 붓통과 장신구>

 

 

<영화, 연극 포스터와 신선로 그릇>

 

 

 

<신발들>

당혜, 고무신, 나막신, 짚신, 구두 틀, 꽃신 등...

 

 

 

 

<문방용품>

중앙의 나무는 벼루 틀, 그 위와 왼쪽은 한지나 책을 누르는 서진(문진)으로 추정된다. 오른쪽의 식물 줄기를 이용한 듯한 붓자루가 특별하다.

오른쪽의 금속제품은 어린 시절 교회에서 주목을 집중하기 위해 설교하는 손바닥으로 탁 치면 소리나는 종으로 보인다. 물건들이 놓여있는 반닫이의 장식들도 섬세하고 아름답다.

 

 

<도자기들>

 

 

 

<화로, 식기 등 유기그릇과 가마솥 닦는 솔>

 

 

<다식판과 떡살판>

 

 

<종과 물레>

 

 

<도자기와 다구, 작은 함>

 

 

 

<자개함과 경대, 화장 관련 용구>

 

 

<풍구 등>

풍구는 볏짚이나 솔잎을 태울 때 화력을 키우기 위해 손으로 돌려 바람을 불어넣는 수동식 기계이다.

 

'전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주 경기전  (0) 2015.06.16
군산 동국사 환수문화재 근.현대 불교사 특별전  (0) 2015.06.14
전주 전동성당  (0) 2015.06.04
전주한옥마을과 오목대  (0) 2015.06.02
전주 풍남문, 객사(풍패지관)  (0) 201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