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유적들>
별도로 올린 유적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로마의 고대 유적들은 콜로세움 앞에서 벤츠택시를 이용했다. 우리는 6~8인 벤츠를 이용했는데 여행사 제공 옵션이라 가격은 얼마인지 모르나 아주 편리했다.
유적지들은 모여있지만 '창덕궁 보고 걸어서 경복궁' 하는 식으로 서울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조금씩 걷는 거리가 만만찮고, 로마의 유적지가 있는 곳은 유적 보호를 위해 버스 진입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벤츠를 이용하지 않았으면 우리 일행이 제안해서 추가로 포함된 판테온은 동선 때문에 들르지 못했을 것이다. 여행 후 조망한 사진을 대조해 보니 고대 로마의 중심이었던 포로 로마노(포룸 로마노)와 바티칸 앞쪽에 유적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나보나 광장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고들 하는데 우리는 들르지 않았고, 그 광장은 포로 로마노 근처에 있는 것 같다.
바티칸에서 관광버스로 이동하면서 가장 먼저 본 것은 테베르강과 천사의 성이었다. 로마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테베르(티베리스)강을 사이에 두고 바티칸과 고대 로마 유적지가 있는 것 같다. 천사의 성은 테베르강에 놓인 다리를 건너 걸어 들어가는데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광장에서 본 외부와 연결된 도로 중의 하나가 그 길이었을 것이다.
고대 로마의 중심지였던 포로 로마노는 '로마 공회장(광장)' 정도로 해석하면 되는데 거대한 타자기 같은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을 기준으로 현재 로마의 중심지는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기념관 앞에, 고대 로마 중심지인 포로 로마노는 뒤편에 있다. 로마는 저지대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시내에 산이 없고 언덕만 7개가 있어서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도 전망이 아주 좋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 자체가 로마시내에서 상당히 높은 언덕에 있고, 그 안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양쪽 조망(포로 로마노, 신 시가지)이 모두 빼어나다. 이글을 보고 처음으로 로마를 찾는 이가 있다면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기념관 전망대에서 로마 시내 조망과 벤츠 투어를 강추한다. 우리는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에 있는 전망대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들를 시간도 없었다.
<로마의 유적 관광 일정>
오전에 바티칸 관람- 한식당 비원에서 점심 식사- 버스로 콜로세움으로 이동하여 외관 관람- 이후 벤츠 택시 이용- 대전차 경기장(치르쿠스 막시무스) 관람-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과 입구의 '진실의 입' 관람- 카피톨리네 박물관에서 로마 시가지 조망- 캄피돌리오 광장, 세나토리오 궁전(외관) 관람- 캄파돌리오 광장 아래에서 포로 로마노 관망- 판테온 관람- 트레비 분수 관람- 마짱꼴레 집에서 저녁 식사- 베스트웨스턴 호텔 투숙.
스치기만 하고 놓친 것 투성이였던 바티칸 시국 관람에 비해 로마 시내의 유적 관람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천사의 성 등이 빠진 것은 아쉽지만 일정 상 어쩔 수 없고, 굵직한 것은 대체로 본 것 같다. 로마는 외관만 보아도 되는 유적이 많고 바티칸은 박물관 관람이 중요하므로 자세히 보아야 하는 차이일 것이다. 어쩌랴, 단체관광으로는 몇번을 가도 똑같은 상황일 것이 분명하니 아쉬우면 자유관광으로 다시 가야지.
이 날 오후에 아주 난감했던 것은 대형 건축이나 유적 관람이 많았는데 석양이라 사진 촬영이 x랄 같았다는 것이다. 허연 콜로세움,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대전차 경기장 사진은 볼 때마다 화가 날 정도였다. 카피톨리네 박물관 2층에서 조망한 로마 시가지가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포룸 로마노) 출입구>
관광버스에서 내려 이 문으로 들어갔는데 문에 대한 기억이 없다. 궁금해서 사진을 확대해 보니 콜로세움 출입문이 아니라 우리가 나중에 캄파돌리오 광장 아래에서 조망한 포로 로마노 입구였다. 포로 로마노를 조망할 때 아래에서 작게 보이던 사람들, 즉 제대로 포로 로마노를 본 사람들은 이곳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포로 로마노 출구는 반대편인 캄피돌리오 광장쪽에 있다.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가 일직선 상에 있고, 판테온 입구의 언덕이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한 팔라티노 언덕이라는 것도 사진 정리를 하면서 알았다.
<포로 로마노 유적의 일부>
판테온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모습이다. 분명히 뭔가 있는 곳인데 대체 무얼까 하는 궁금증이 콜로세움을 나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귀국 후 사진정리를 하면서 비로소 이 유적이 우리가 조망한 곳을 기준으로 할 때 포로 로마노 끝쪽(팔라티노 언덕)에 있는 유적이란 것을 알았다. 이것 뿐 아니라 콜로세움 한쪽으로 토굴 같은 유적들이 주욱 이어지는데 그것도 역시 포로 로마노 유적의 일부이다.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아주 넓은 구역의 포로 로마노 유적을 조망하면, 중앙에 도로가 있고 도로 왼쪽으로 아래의 종탑이 보이고 바로 뒤에 콜로세움이 있다. 종탑의 생김새는 분명 '진실의 입'이 있는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인데 확인은 못했다.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앞에서 본 포로 로마노 유적>
윗 사진 중앙의 도로는 포로 로마노를 관통하는 가장 중심이 되는 사크라 거리(Via Sacra)이다. 중앙의 개선문은 고대 로마의 3대 개선문 중 가장 오래된 티투스 개선문이다. 캄피돌리오 광장과 콜로세움 중간(포로 로마노의 중앙)쯤에 있다. 로마의 3대 개선문은 콜로세움 앞에 있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티투스 개선문, 포로 로마노 북쪽 광장에 있는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이다. 모두 포로 로마노 안이나 바로 밖에 있고 거의 일직선 상에 있다. 일직선 상에 개선문들이 있는 이유는 고대에 전쟁에서 승리를 하면 포로 로마노 앞의 길로 승리의 행진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윗 사진 왼쪽은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한 팔라티노 언덕이다. 평지라 이곳에서는 포로 로마노의 규모가 짐작이 안 되지만 맞은편에 있는 캄피돌리오 광장쪽에서 보면 어마어마하다. 도로의 사람들은 통합권을 끊어 콜로세움을 본 뒤 포로 로마노를 관광하러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콜로세움(Colosseo)>
고대 로마의 원형 경기장으로 72년 베시파시아누스 황제가 착공하고 80년에 아들 티투스 황제 때 완공되었다. 지름 188~156m, 둘레 527m, 높이 48cm의 타원형 건물로 5만~7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으며 고대 로마의 유적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1층부터 3층까지 80개의 아치형 문이 건물을 둘러싸고 출입구마다 번호가 있어 모든 관객이 경기장에서 빠져나가는데 5분 남짓 걸렸다고 한다.
현재 건물은 원래의 1/3정도만 남은 것이다. 공화정 말기에 상대가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검투 경기가 벌어졌는데 잔인함 때문에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경기를 금지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왼쪽의 개선문은 콘스탄티누스 황제 개선문이다.
<콘스탄티누스 황제 개선문(Arco di Constantino)>
로마의 3대 개선문 중 가장 나중에 세워졌고 원형이 잘 보존된 로마를 대표하는 개선문이다. 승리한 황제들이 행진을 하던 승리의 길(비아 트리움팔리스)에 있다. 312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밀비우스 다리 전투에서 정적 막센티우스에게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원로원과 로마 시민들이 세웠다.
<콜로세움 외관>
내부를 관람(유료)하고 싶었는데 주어진 시간은 20분이고, 매표 줄은 너무 길고... 아쉽지만 외관을 따라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이곳도 판테온을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천개로 녹여 사용한 것처럼 후대에 건물을 지으면서 석재를 빼다 써서 많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보수 중이지만 대리석 표면의 색깔과 구멍의 유무를 보면 원래 건물인지 보수한 것인지 바로 판단할 수 있다.
<훼손된 콜로세움 사진>
<10분쯤 걸려 한 바퀴를 돌고 집합 장소로...>
<대전차 경기장(치르쿠스 막시무스)과 관람석 터>
비킨 석양이 사진촬영을 받쳐주지 않았다. 너무 썰렁해서 (영화이긴 하지만) 벤허에서 본 웅장한 전차 경기 장면이 연상되지 않았다. 반쯤은 폐허가 된 맞은편의 건물에 앉아서 전차 경기를 즐겼다고 한다.
<'진실의 입'이 있는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앞의 헤라클레스 신전>
가이드로부터 헤라클레스 신전이라고 들었는데 조형물이나 아담한 규모 등 헤라클레스와 연관 지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진실의 입'이 있는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사각형 종탑과 그 아래의 건물이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이다. 종탑은 나즈막한 로마의 건물들 사이 어디에서나 잘 보인다. 사는 이들에게는 불편하겠지만 유적 보호를 위해 건물 신축이나 고도 제한을 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입구>
성당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성당 내부가 예쁘고 오래된 성화도 몇 점 있다. 사람들이 늘어선 줄 끝에 '진실의 입'이 있다. 줄이 길어서 진실의 입에 손을 넣고 사진 1장만 촬영한 후 바로 비켜줘야 한다.
<진실의 입(Bocca della Verita)>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입구에 있는 둥근 대리석 판에 새겨진 얼굴이다. 강의 신 플루비우스, 혹은 바다의 신 트리톤의 얼굴이라고 하며 용도는 하수구 뚜껑이었다고 한다. 입에 손을 넣고 거짓말을 하면 입이 다물어져 손이 잘린다는 전설이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본 것과 느낌이 많이 달랐다. 신문기자 조(그레고리 펙 분)의 손이 잘린 줄 알고 놀라 비명을 지르던 앤 공주(오드리 헵번 분)의 모습이 생생하다.
<바깥의 길에서 펜스 틈으로 촬영한 것>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이 성당이 위치한 곳은 보카벨라베리타 광장이며 6세기에 건축되었다. 8층(?) 높이의 네모난 종탑과 성당 내부 구조, 오래된 성화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나무로 된 제단 앞 천정, 아담한 타원형의 제단과 성화들이 그랬다.
<카피톨리네 박물관에서 본 로마 시가지>
이곳은 일정에 없던 곳인데 우리 인솔자가 화장실이 무료라고 차에서 내려 들른 곳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커피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간이 카페가 있고 바로 옆으로 마당 같은 베란다가 있다. 비록 2층이긴 했지만 그동안 놓쳐서 마냥 아쉬웠던 로마 시가지 조망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윗 사진 오른쪽 끝은 이어 들른 캄파돌리오 광장 옆에 있는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기념관 한쪽 끝의 빅토리아 기마상이 있는 곳이다. 산 피에트로 대성당도 보이고... 얻어 걸리긴 했지만 유일하게 로마 시가지를 전체를 조망해서 기억에 남는다. 이런 조망을 좋아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모두 놓쳤다!
윗 사진 2장은 휴대폰으로 파노라마 촬영을 한 것이다. 디카와 해상도는 비교가 안 되지만 콘트라스트는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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