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1.01. 모슬포 운진항과 하모해변

큰누리 2021. 3. 3. 20:44

 

 

 

용머리해안을 나서서 20여 분만에 1/21(일)의 마지막 코스인 모슬포 운진항에 도착했다. 원래 송악산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모슬포항(실제로는 운진항)으로 바꾼 것이다.  모슬포 운진항 입구(대정읍 하모리)는 예전에 신화단지를 조성할 때 인부들의 거주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좁은 지역인데도 단란주점까지 있어서 신기했지만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인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바닷가에 일렬로 형성된 제주도의 다른 곳과 달리 단층집들이 밀집되었지만 회색빛에 벗겨진 페인트, 낮고 작은 건물 등 분위기가 오래된 탄광촌 같았다. 우중중한 날씨와 바닷바람에 의해 페인트나 기와 등이 부식되어서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글을 쓸 때까지도 운진항을 모슬포항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에 마라도로 가는 여객선이 보이지 않는 점이 이상했다. 마라도나 모슬포는 아직이지만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마라도로 가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를 첨부하는 과정에서 확인해 보니 내가 모슬포항이라고 생각한 곳은 운진항이고, 모슬포항은 조금 더 위쪽에 있었다. 어쩐지 항구가 너무 작더라니...

항구에는 대부분 한치나 방어를 잡는 어선이 정박해 있고, 쾌속정이 1대 있었으며, 돌핀 투어 안내문도 있었다. 돌핀 투어 동호인들이 모인다는 가장 현대적인 건물 앞에는 장례차 같은 낡은 리무진 1대가 세워져 있었다. 어선들이 있는 바닷가 쪽에서 간단하게 기념 촬영만 하고, 바로 옆에 있는 하모해수욕장에 들렀다.

 

하모해수욕장예전에 멸치(제주어로는 멜)가 많이 잡히던 곳이라 멜케해수욕장으로 불린다고 한다.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은 편이며, 조선시대에 하멜이 표류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시각에는 해변을 따라 소나무만 몇 그루 늘어서 있고, 우리 일행 외에 사람은 커녕 집 한 채 눈에 띄지 않았다. 을씨년스러운 해변에 드라큐라 관 같은 반쪽짜리 시멘트 배와 벽돌 문 같은 조형물이 두 어개 세워져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바닥에 조명등이 있어서 짧은 산책로를 잠깐 둘러보았다.

 

산책로에는 올레 길 10코스를 알리는 파란 조랑말 '간세', 운진항 반대편으로 멀리 보이는 등대달리는 말 동상 3마리, 규모가 제법 큰 화장실과 방치된(?) 차박용 트레일러 1대가 있었다. 그 주변에는 '이곳은 절대보전지역으로... 야영 및 취사를 금지한다' 대정읍장의 경고문 있는데...

 

80km 이상을 평화도로로 관통하여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장대비를 뚫고 동생 집에 8시쯤 도착했다. 배가 고파 껄떡이는 미소와 샛별이에게 먼저 들러 밥을 주고 우리는 주변에 마땅하게 먹을 곳도 없고 시간도 늦어 집에서 해물라면, 우도 땅콩막걸리로 저녁을 때웠다.

 

 

<운진항의 요트 카페 M1971>

앞에 낡은 리무진 1대가 있고, '돌고래 투어 모이는 곳'이란 안내판이 있다.

 

 

 

<모슬포 운진항>

앞에 등대가 있고, 여객선은 다른 곳에 있는지 대부분 고기잡이 배들만 보였다. 여객선이 보이진 않지만 여객선터미널은 있었다. 이곳의 방파제는 파란색 바탕에 고기들을 그려넣어 어디에서건 눈에 잘 띈다.

 

며칠 전 tv에서 모슬포의 어부들을 취재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는데 어부들이 서귀포로 가서 방어의 먹이가 되는 생선을 잡은 후 마라도 앞 바다로 나가 방어를 잡아오는 내용이었다. 그 항구는 이곳이었을지도 모른다.

 

 

 

 

<모슬포 운진항에서 하모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운진항의 동쪽에 있는 하모해수욕장(해변)은 서로 훤히 보이는 지척이다.

 

 

<모슬포 하모해수욕장(해변)>

하모해수욕장은 고운 모래로 유명한 제주도 최남단 해수욕장이었으나 주변의 (운진)항과 방파제 건립 등으로 모래가 사라져 현재는 그냥 '호젓하고 걷기 좋은 해변'이다. 멜케해수욕장, 하멜 표류지, 해수욕장에서 산책하기 좋은 해변으로 변하는 등 용도(!)가 다양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해변의 바위가 요철이 적고 부드러워서(!) 낮이나 여름이라면 산책하거나 놀기 딱 좋은 곳이다.

 

첫번째 사진의 조형물들은 전등인데 상당히 예술적(!)이고, 바닥에 떨어진 하얀 스티로폼 쓰레기는 존재감이 너무 크다. 썰렁하고 밋밋한 겨울 하모해수욕장(해변)에서 사진 속의 예술적인 전등과 바닥의 가로등이 인상적이다. 전등을 뺀 사진 포인트, 혹은 볼거리는 드라큐라 관을 세운 것 같은 배 조형물, 벽돌 문이다.  

두 번째 사진은 올레길 10코스를 안내하는 조랑말 간세이다. 올레길은 간세의 머리 방향으로 진행하니까 이곳에서 모슬포항으로 간다.

 

 

 

<하모해수욕장에서 동남쪽으로 바라본 모습>

이 방향은 운진항 반대편인데 멀리 보이는 건물과 불빛은 어딘지 헷갈린다. 하모해수욕장은 오목하게 육지쪽으로 들어와 있고, 반도처럼 튀어나온 동남쪽에 알뜨르비행장이 있다. 그 너머에 우리가 가려고 했던 송악산이 있는데 사진 속의 불빛은 알뜨르비행장 부근인 것 같다.

 

 

 

<하모해수욕장의 드라큐라 관 같은 배 모양의 조형물>

첫번째 사진은 시멘트로 만들었고, 위와 바닥에 조화가 있는 것으로 미루어 사진 촬영 포인트 같다. 두 번째의 벽돌로 만든 사각형 문도 관광객을 위한 사진 촬영 포인트 같다. 문 뒤로 우리가 방금 전에 들른 운진항의 등대와 방파제, 배들이 보인다.

 

 

 

<알뜨르비행장 부근으로 추정되는 운진항 반대방향>

 

 

<하모해수욕장에서 본 운진항과 등대>

현무암 바위가 없고 방파제와 등대, 운진항이 훤히 보이는 이 위치가 예전의 해수욕장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모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신 두 번째 사진처럼 말 동상 3마리가 커다란 말똥 조형물과 함께 서 있다.

 

 

 

<돌아나오는 길에 본 하모해수욕장(해변)과 조형물들>

바닥의 전등(하모해변 야경의 꽃이다!)까지 켜지니 상당히 운치가 있다. 하지만 걷는 내내 인적이 전혀 없어서 일행이 없다면 상당히 무서웠을 것 같다. 

배 모양 안에서 폼을 잡고 사진을 찍었더니... 가뜩이나 드라큐라 관 같은데, 바닥에서 치고 올라오는 불빛까지 더해져 내가 바로 드라큐라였다!

 

 

 

 

 

<운진항 방향 하모해수욕장(해변)과 야영 및 취사금지 안내문>

 

 

<알뜨르비행장 방향 하모해수욕장(해변)>